국방 육군

[육군 실전성으로 승부한다!] ⑦ 전투부상자처치 훈련 현장

입력 2024. 06. 05   16:35
업데이트 2024. 06. 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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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자와 생존자 갈리기에… 섬뜩하도록 실감나게…
출혈과의 전쟁 

총상 지혈·기도 확보 키트 등
이달 4종 교보재 보급 시작
2030년 대대급 확보 마무리
을지여단 전투원
다리에 총상 입고 피 철철
거침없는 동료 장병
환부에 거즈 채워 넣고 지혈
“반드시 살 수 있다는 확신 줘
전투력·사기 드높여


전장에서 부상자 발생 시 대처의 핵심은 출혈을 막는 것이다. 총상이나 폭발상으로 발생한 대량 출혈은 순식간에 쇼크사·실혈사(失血死)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상자의 운명을 전사자와 생존자로 가르는 건 이 출혈을 잡는 전투원 개개인의 초기 대응 능력이다. 전투에서 다쳐도 반드시 살 수 있다는 확신은 전투원들의 사기와 전투력도 높일 수 있다. ‘전투부상자처치(TCCC·Tactical Combat Casualty Care)’가 모든 전투원이 배워야 하는 장병 기본훈련 필수과목인 이유다. TCCC 실전성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며 ‘출혈과의 전쟁’ 승리를 준비하는 육군15보병사단의 훈련 현장을 다녀왔다. 
글=조수연/사진=양동욱 기자 

육군15보병사단 을지여단 장병이 지난 4일 열린 소대 전술 훈련 중 총상을 입은 전우를 안전지대로 옮기고 있다.
육군15보병사단 을지여단 장병이 지난 4일 열린 소대 전술 훈련 중 총상을 입은 전우를 안전지대로 옮기고 있다.



실전적인 TCCC 훈련

지난 4일 강원도 철원군 육단리훈련장에 공포탄 총성이 울렸다. 육군15보병사단 을지여단의 소대 전술 훈련 중 대항군의 기습 공격에 전투원 한 명이 다리에 총상을 입은 상황이 부여됐다. 긴급 TCCC 상황에 소대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자 발생! 내 말 들려?” “환자 의식 있고 관통상입니다.”

부상자를 엄폐물 뒤로 옮긴 장병은 ‘전투용 응급처치 키트’를 꺼내 들더니 가위로 전투복을 자르고 지혈을 시도했다. 전투원 전원이 휴대하는 응급처치 키트는 작전 중 사고로 피를 많이 흘리는 부상자 응급처치에 쓰이는 것으로 지혈대, 압박붕대, 응급 지혈거즈 등이 들어 있다.

이내 구멍이 뻥 뚫린 모형을 꺼내더니 그 속에 응급 지혈거즈를 채워 넣었다. 이 모형의 정체는 ‘총상 지혈 훈련 키트’. 육군이 이달부터 실전적인 TCCC 훈련을 위해 보급하기 시작한 4종의 공통 교보재 중 하나다.

붉은 피가 새어 나오고 뼈가 드러난 환부를 묘사한 교보재는 섬뜩할 만큼 실감나게 제작됐다. 교보재를 이토록 현실감 있게 만든 것은 전투원을 겁먹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 총상에 맞는 처치법을 구사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훈련을 지켜보던 김석민(중령) 육단리대대장은 “지혈을 제대로 한다면 살릴 수 있는 부상자가 상당수”라며 “전투 현장에는 부상자를 처치해줄 전문 의료 요원이 없기에 실전적인 TCCC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 보급된 총상 지혈 훈련 키트에 응급 지혈거즈를 채우는 모습.
새로 보급된 총상 지혈 훈련 키트에 응급 지혈거즈를 채우는 모습.



현장 중심·실습 위주 훈련 강화

응급처치법은 부상 유형과 심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연기하고 흉내 내는 훈련만으로는 실전에서 제대로 된 응급처치가 이뤄질지 담보할 수 없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대전에서 개인의 응급처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육군은 이미 2014년부터 모든 보병에게 ‘전투용 응급처치 키트’를 보급했다. 하지만 키트에 구비된 물품들을 실전적으로 쓸 수 있는 교보재가 부족하다는 현장 의견이 많았다.

이에 육군은 훈련의 ‘디테일’을 더하기 위해 이달부터 전투부상자처치 ‘공통 교보재’를 사단급 부대부터 대대별 2세트씩 점진적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공통 교보재는 △외상환자 마네킹(1개) △외상환자 시뮬레이션 키트(1개) △총상 지혈 훈련 키트(2개) △기도 확보 훈련 키트(1개) 등 4개 품목이 1세트로 구성돼 있다. 2030년까지는 대대급 부대에 2세트씩을 보급하겠다는 게 육군의 구상이다.

육군은 TCCC 훈련 지도를 위한 전문교관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TCCC 전문교관 양성 과정’은 2021년부터 전군 통합으로 국군의무학교가 책임져 왔다. 그러나 실전적 TCCC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육군 자체적인 전문교관 양성 필요성이 요구됐다. 지난해 육군부사관학교가 교관 양성 권한을 받으면서 이제 온전히 육군의 TCCC 전문교관 양성이 가능해졌다. 교육과정을 이수한 전문교관들은 야전부대 곳곳에서 부대원들의 TCCC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을지여단 장병이 총상을 입은 전투원의 다리에 지혈대를 감고 있다.
을지여단 장병이 총상을 입은 전투원의 다리에 지혈대를 감고 있다.

 

전투용 응급처치 키트를 꺼내는 장병.
전투용 응급처치 키트를 꺼내는 장병.



실전 검증형 응급처치…미군형으로 

육군은 응급처치 역량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교리 발간·전문교관 양성 과정 개설·제도개선 등 장병 현장 응급처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구급법은 최초 ‘야전위생·구급법’이라는 명칭으로 1960년 전후에 도입됐다. 그러나 큰 변화 없이 심폐소생술과 일반적인 응급처치 교육 등으로 구성돼 작전 및 전투 현장에서 효과적인 대응과 조치에는 한계가 있었다.

육군분석평가단의 전례 분석 결과에서도 총상과 폭발에 의한 절단 같은 외상이 전투원의 피해와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응급처치 교육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미군은 2001년부터 TCCC 훈련체계를 도입했다. 미 국방부가 개발한 TCCC는 전투 현장에서 전술적 상황을 고려한 응급처치 능력 향상에 중점을 뒀다. 이라크·아프간전쟁 중 전투손실에 관한 미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사자의 주요 사망 원인은 대량 출혈(91%)·기도 폐쇄(8%)·긴장성 기흉(1%) 순이었다. 대량 출혈을 막는 초기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TCCC 도입 이후 미군의 전투부상자 사망률은 크게 감소했다.

이에 육군은 2021년부터 현대전의 특성과 북한의 도발 양상을 고려해 기존 구급법 교육을 대체하는 TCCC 훈련체계를 도입했다. 육군의 TCCC 체계는 미군·캐나다군·독일군 등에서 효과가 검증된 ‘전술적 TCCC’를 우리 실정에 맞게 보완한 것이다.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보급이 이뤄지는 공통 교보재를 활용해 이제 육군의 TCCC 훈련은 더욱 실전적으로 변모하게 된다. 전 장병이 전투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상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법을 배우며 서로의 생명을 지켜주는 든든한 TCCC 전문가로 발전하는 것이다.

앞으로 육군은 예비전력 정예화의 일환으로 예비전력 전시 생존률을 높일 수 있도록 동원훈련에도 TCCC 훈련을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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