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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봉준호·가수 박진영도 ‘AFKN 키드’…선진 문화 선도한 AFN Korea

입력 2024. 05. 30   17:04
업데이트 2024. 05. 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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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관할…해외문화 창구 역할
팝송·영화 인기…영어실력 다지기도
라디오는 지금도 누구나 청취 가능

 

캠프 험프리스 안에 지어진 AFN Korea 스튜디오에서 미군 장병들이 영상을 찍고 있다. 조종원 기자
캠프 험프리스 안에 지어진 AFN Korea 스튜디오에서 미군 장병들이 영상을 찍고 있다. 조종원 기자



“소년시절 AFKN(American Forces Korean Network·주한미군방송)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몸속에 영화 세포를 만들었습니다.” - 영화감독 봉준호 -

최신 팝송과 영화·만화, MLB·NBA·WWF(현 WWE)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를 소개하는 선진 문물의 보고가 있었다. 젊은 세대에겐 조금 낯설겠지만, 라디오·브라운관 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AFKN이 그 주인공이다.

주한미군이 관할하는 AFKN의 현재 이름은 AFN Korea다. AFN Korea의 시작은 대한민국의 광복과 맞닿아 있다. 모체는 미군정 시기인 1945년 10월 22일 ‘WVTP’란 라디오 방송이다. WVTP는 1949년 미군이 철수하면서 주한미국공보원이 맡았지만 6·25전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참전 미군 장병의 사기 고양을 위해 1950년 10월 4일 방송을 재개했고, 1957년 AFKN이란 이름으로 정식 개국했다. 초기 방송국은 남산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미 본토에서 제공하는 AFRTS(Armed Forces Radio and Television Service) 프로그램을 그대로 받아 방송하던 AFKN은 1959년 1월 TV·라디오 스튜디오를 세워 자체 방송을 했다. 1959년 3월에는 미7사단이 주둔하던 경기도 포천시 캠프 카이저(Camp Kaiser)에 TV 방송국을, 1961년까지는 전국 각지에 중계소를 설치했다.

봉준호 감독의 표현처럼 AFKN은 재미있고, 신기한 볼거리가 넘쳐났다. 방송국이라고 해야 KBS1·2, MBC 정도가 전부인 시절, 그나마 엄격한 검열로 볼거리가 적었던 당시 AFKN은 자유로운 미국 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일종의 ‘탈출구’가 됐다. “앞서가는 음악을 알기 위해 라디오 주파수를 AFKN에 맞췄다”는 가왕(歌王) 조용필의 회고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밖에도 ‘AFKN 키드’라고 자처한 박진영 JYP 대표 등 많은 이들이 AFKN의 영향을 받았다. AFKN을 보기 위해 영어 공부를 했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실제로 AFKN은 미국의 유명 방송 콘텐츠를 한국에 전파했다. 만화 ‘톰과 제리’ ‘심슨 가족’부터 명품 미드로 불리는 ‘마이애미 바이스’ ‘ER’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정보에 목마른 이들은 AFKN 뉴스로 눈을 돌렸다.

AFKN은 2001년 4월 채널 이름을 AFN Korea로 바꿨다. TV는 2012년 일반 송출을 중단했지만 라디오는 지금도 누구나 청취할 수 있다. 이제는 수많은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외국의 문화와 방송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문화를 선도했던 AFN Korea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맹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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