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누군가 그토록 바랐던 오늘

입력 2024. 05. 03   15:01
업데이트 2024. 05. 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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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 하사 육군21보병사단 백호여단
이민아 하사 육군21보병사단 백호여단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누군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소포클레스) 이 명언을 언제부턴가 좌우명으로 삼았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어 언제나 결과에만 집중했다. 그렇기에 기대만큼 만족스럽진 않아도 목표했던 결과에 도달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주어진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게 마치 착각이라는 듯이 2023년 한 해 동안 설계하고 목표했던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좋게 생각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창피했다. 무엇보다 나라는 존재가 거부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게 힘들었다. 어떤 위로도 실망을 잠재울 수 없었다.

복잡한 감정이 비집고 새어 나오던 어느 날, 3년 전 첫 근무지에서 퇴근하고 매일 찾아갔던 바다가 너무 그리웠다. 이런 감상에 사로잡히는 게 나약하고 현실을 부정하는 것 같아 떨쳐 보려 했지만, 그때의 그 바다가 계속 아른거렸다.

문득 “산을 보고 싶은 이유는 무언가를 채우고 싶어서이고, 바다를 보고 싶은 이유는 어떤 것을 비우고 싶어서”라고 했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결국 올해 첫 휴가 때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곳을 찾아갔다. 3년 전과 같은 자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열등감과 초조함에 취해 억지로라도 무언가를 채우려 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위로와 재충전 등 진짜 필요한 것들은 외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부정적인 생각, 분노와 슬픔에 휩싸인 감정, 억지로 채우려 한 욕심을 인정하고 ‘비워 낸 공간’에 새로운 것을 채웠다. 결과를 수용하고 새로운 목표를 생각해 냈다. 그러다 보니 좁아졌던 시야가 넓어졌다.

이전에는 칭찬을 들어도 ‘근데 왜 뜻대로 되지 않았을까’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내가 잘하고 있구나’를 느끼며 장점을 깨닫게 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됐다.

이렇게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은 실패의 허무함에 허덕이던 내게 자연스레 초심을 되찾아 줬다. 뜻대로 되지 않아 얻게 된 것은 감사함만이 아니었다. 생애 첫 유럽으로 떠나는 동기가 됐고, 대학원이라는 새로운 배움에도 도전하게 됐다. 무엇보다 실패 자체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어린 마음에서 탈피하게 됐다.

당장 내일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성장의 발판이 될 거라고 믿으며 육군의 미래에 필요한 존재가 되고자 ‘누군가 그토록 바랐던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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