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소중한 사람들의 평범한 오늘을 위해

입력 2024. 05. 03   15:01
업데이트 2024. 05. 0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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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 병장 육군2포병여단 선진대대
차준 병장 육군2포병여단 선진대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았다. 대한민국도 나의 조국이고 미국도 나의 조국이다. 비록 미국에선 한국인으로, 한국에선 미국인으로 어디서든 외국인이었지만 내게 소중한 두 나라의 선배 전우가 공통으로 목숨까지 바쳐 가며 지킨 대한민국을 위해 군 복무를 하고 싶었다. 그 생각이 한국군 자원입대라는 결정으로 이끌었고, 현재 강원도 부대에서 복무 중이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결정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봤고, 어리석고 이해할 수 없다며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그렇게 시작한 군 생활에 임하는 나 자신조차 일과에 지쳐 매일 전역일만을 생각하며 ‘왜 한국에 군 복무를 하러 왔지?’라는 의문을 품은 채 밤잠을 설치던 시기도 있었다.

이런 나를 변화하게 만든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 ‘조국을 수호한다’는 거창하거나 고귀한 생각이 아니었다.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나로 인해 소중한 이들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며 걱정 없이 밤잠에 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동기부여가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 혹한의 날씨도, 극한의 훈련도, 실제 상황도 버틸 수 있었다. 임무 수행에 대한 열의로 두 번의 종합전투력 측정에서 여단 1등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전역을 앞둔 시점, 군 생활을 돌아봤을 때 가장 뜻깊었던 일은 6·25전쟁 참전용사 유해발굴에 참여한 것이다. 깎아지는 듯한 고지에서 한 번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를 구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미 장병들과 나라를 위해 스러져 간 선배 전우들의 유해를 모셨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왜 이곳에 있는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금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누군가는 군대에 들어가면 남는 거라곤 아픈 허리와 다리, 잃어버린 꽃다운 청춘의 시간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라를 지키는 전우들과 함께 자랑스러운 국군의 일원으로서 지낸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다.

사랑하는 이들과 우리를 지켜 준 선배 전우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쉽지만은 않았던 군 생활과 어느새 낡아 버린 전투화는 세상 그 어떤 훈장보다 자랑스럽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나라를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치는 모든 국군 장병이 자랑스럽다. 외국 시민권자로서 군 복무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군 복무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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