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하루를 지키며 성장하는 우리

입력 2024. 05. 02   15:34
업데이트 2024. 05. 02   15:37
0 댓글
육군23경비여단 청룡대대 권혁민 상병
육군23경비여단 청룡대대 권혁민 상병



뜬눈으로 동해의 밤 지키는 나와 전우들
새벽을 이겨내고 뜨는 해 바라볼 때면
‘내가 또 하루 지켰구나’ 뿌듯함 밀려와
몰랐던 것 알아가는 여정이야말로 축복

 

무더웠던 지난해 7월, 신병교육대에 입대해 5주의 훈련을 마치고 육군23경비여단에 전입을 명 받았다.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대한민국 동해의 밤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 상황실에서 야간근무를 서며 전우들과 새벽을 이겨 내며 뜬눈으로 여러 장비를 활용해 부엉이처럼 감시 임무에 매진 중이다. 상황실 2선에서 상황 조치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해안경계 작전병이란 자부심이 든다.

처음 야간근무 때는 익숙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 그러나 “나를 굴복시킬 수 없는 고난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경구처럼 지금은 ‘내가 또 하루를 지켰구나’라는 뿌듯함으로 동해에서 뜨는 해를 보며 잠든다.

소초의 새벽은 배로 가득하다. 하루 평균 140척 이상 나가는 강원도 주문진항에 대응하고자 우리는 항상 초집중 상태로 경계작전을 전개한다. 훈련이 아닌 실작전을 하는 게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나 하나의 실수로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압박감이 돼 돌아왔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무게를 견디는 것이 뿌듯함의 무게를 배로 만드는 듯하다.

본가가 경기도 김포여서 서해로는 많이 놀러 가 봤지만, 동해처럼 맑고 파란 바다를 보는 것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의 조양을 보고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여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상쾌한 아침의 공기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하루의 기분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렇게 평소 느끼지 못했던 것을 알아 가는 여정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할 때 기분이 좋고, 무엇을 잘하고, 어떻게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지 깨닫는 것. 이런 깨달음은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부는 내면에 쌓는 것이라고 말한다. ‘군대’라는 소속 집단은 나의 내면을 자주 들여다보게 만들어 진정한 부를 쌓게 해 주는 곳, 즉 성장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군 생활이 버려지는 시간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들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아 가는 시기였을 것이다.

이 시간을 불편해하지 말고 편안하게 받아들여 모두 나 자신을 찾아가는 군 생활이 되길 바란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