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8전투비행단 ‘만능 접근 데이’
활주로 피폭 상황 가정 강도 높은 훈련
전투태세 구축…위기 대처 능력 강화
FA-50 전투기·KA-1 공중통제공격기 출동
이륙-비행-유도로 로우 어프로치 절차 숙달
공군 비행기지의 활주로는 전시 적의 ‘최우선 공격 대상’으로 손꼽힌다. 현대전에서 전투 양상을 좌우하는 제공권 장악 임무를 수행하고, 지상군 진격을 방해하는 전투·공격기의 손과 발을 자를 수 있어서다. 이에 공군은 활주로 사용 불가 상황에서도 항공작전을 이어가기 위한 대비책을 세워놓고 있다. 비상활주로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활주로가 파괴되면 신속히 복구하는 능력도 상시 숙달하고 있다. 공군8전투비행단(8전비)은 연료 재보급·무장 장착 등 반드시 기지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착륙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기지로 돌아오는 8전비 조종사들의 착륙 훈련, 이름하여 ‘만능 접근 데이(Day)’를 소개한다. 글=김해령/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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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아닌 곳 착륙 고도의 집중력 필요
지난달 30일 원주기지. 8전비 203전투비행대대 박주형 대위가 조종간을 잡은 FA-50 전투기가 기지 상공을 선회하다 150노트(시속 278㎞)로 강하했다. FA-50이 향한 곳은 활주로가 아닌 ‘유도로(Taxiway·택시웨이)’.
유도로는 주기장과 활주로를 잇는 도로다. 이륙을 앞둔 항공기가 격납고를 나와 활주로에 도달하기까지 지상활주(Taxing) 하는 통로다. 반대로 착륙한 항공기가 다시 주기장으로 들어갈 때도 유도로를 통한다. 이·착륙은 활주로에서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항공기의 유도로 착륙은 사고다.
FA-50을 포함해 T-50 계열 항공기만 500시간 탑승한 박 대위가 실수라도 한 걸까? 박 대위의 FA-50이 유도로로 낙하한 것은 의도된 움직임이었다. 활주로 피폭을 가정한 훈련 상황에서 유도로로 착륙하는 절차를 숙달한 것.
FA-50은 300피트(약 90m) 높이까지 내려오다 착륙하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유도로 위를 지나갔다. 실제 유도로 착륙은 위험하기에 저고도에서 지나가는 ‘로우 어프로치(Low Approach)’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제 착륙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300피트까지 내려온 것은 ‘사실상 착륙할 수 있다’는 뜻으로 간주한다는 게 8전비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행을 마친 박 대위는 “전투기는 착륙 속도도 빠르고, 브레이크도 예민해서 활주로가 아닌 곳에 착륙을 시도할 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유도로 역시 활주로보다 폭이 좁아 평소 착륙보다 신중하게 비행했다”고 부연했다.
그의 말처럼 유도로 폭은 100피트(30m)로 활주로(45.7m)보다 좁다. 한강 다리 중 하나인 성수대교(35m)보다 좁은 폭 위에 착륙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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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회 ‘택시웨이 데이’ ‘숏 필드 데이’ 등 실시
이날 8전비가 운용하는 FA-50과 KA-1 공중통제공격기 등 전투·공격기 십여 대가 활주로 ‘이륙-비행-유도로 로우 어프로치’ 절차를 반복 숙달했다. 박지원(대령) 항공작전전대장은 런웨이 컨트롤(활주로 통제소)에서 조종사들과 소통하며 훈련을 지휘했다. 조종사들의 실질적인 능력 숙달을 위해서다.
박 전대장은 예상보다 높게 로우 어프로치한 조종사에게는 ‘더 낮게 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 전대장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 전투조종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8전비는 지난달 초부터 주 1회 ‘만능 접근 데이’를 지정해 훈련하고 있다. 만능 접근 데이는 이날 이뤄진 ‘택시웨이 데이’를 비롯해 활주로 피폭 후 남은 잔여 활주로에 접근하는 ‘숏 필드 데이(Short Field Day)’, 엔진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인 플레임 아웃 시 착륙하는 ‘서바이벌 데이(Survival Day)’, 악기상을 가정한 ‘그레이 데이(Gray Day)’ 등으로 구성된다.
“조종사 개인별 착륙 능력 향상에 최선”
8전비는 훈련에서 식별되는 안전 취약점과 제한사항 등을 집중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개인별 접근 실시 여부를 기록해 전 조종사의 착륙 능력을 향상한다는 계획이다.
오동욱(중령) 항공작전과장은 “항공작전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둬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다”며 “적의 어떠한 위협에도 완벽히 대처할 수 있는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춘 8전비를 만들기 위해 효과적인 훈련을 지속해서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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