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길을 묻다

소나무 男과 활화산 女 너무 잘 만났죠

입력 2024. 05. 01   16:29
업데이트 2024. 05. 0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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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다  ⑩ 김소현·손준호 부부의 ‘결혼사용설명서’ 

부부 싸움요, 무관심하지 않으니까 싸우는 거라 좋게 받아들여
믿음 있다면 사랑 탄탄
늘 옆에서 크게 동요하지 않는 소나무 같은 남편 되고파
결혼? 결혼! 평생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 왔다 갔다 하겠지만 
엄마 아빠보다 더 강력한 내 편이 생기는 것
한번 해볼 만한 가치 있는 경험
벽 허무니 사람이 보여 
‘이 사람 만나 많은 걸 누리고 있구나’ 이게 운명이라 생각
열매 맺고 꽃 피울 수 있게 하는…현명한 아내 될 것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웃게 했다. 그가 던지는 별거 아닌 농담 하나에도 그녀는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방송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올해 결혼 14주년을 맞은 김소현·손준호 부부 얘기다. 손준호와 김소현은 대표적인 뮤지컬 배우 부부다. 2010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처음 만났다. 여덟 살 나이 차이가 연애 시작에 살짝 걸림돌(?)이 되긴 했지만, 손준호의 끊임없는 구애 끝에 2011년 결혼에 골인했다. 만남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 차, 짧은 연애 기간, 같은 직업. 누군가에겐 결혼을 고민하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들에겐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치 하늘이 꼭 집어 준 인연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들어맞기만 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서로가 극과 극이라는 이들은 다른 부부들처럼 양보하고, 믿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시소를 타고 있다고 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준비한 ‘길을 묻다’ 열 번째 인터뷰는 결혼을 고심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김소현·손준호의 ‘결혼사용설명서’다. 글=송시연/사진=김병문 기자

서울 강남구 미스페이스쇼룸에서 뮤지컬 배우 김소현, 손준호 부부가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미스페이스쇼룸에서 뮤지컬 배우 김소현, 손준호 부부가 인터뷰하고 있다.



- 두 분 결혼한 지 올해 벌써 14년 됐더라고요. 서로의 첫인상이 기억나나요.

김=저희가 2010년 맞죠? 오페라의 유령 할 때 처음 만나긴 했는데, 사실 2003년 세종문화회관 백스테이지에서 한 번 잠깐 만나 사진 찍은 적이 있어요. 이 사람 21살 때, 군대 가기 전이었죠. 그 사진이 있는데 그걸 첫 만남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손=소현이도 20대 때네요. 서로 20대 때.(하하)

김=오페라의 유령에서 만났을 때는 그때 그 사람인 줄 몰랐어요. 나중에 이 사람이 얘기해 줘서 알았어요.


- 서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봐요.

손=이 정도로 막 예쁘거나 막 이렇게 화려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살면서 남편 사랑을 많이 받고 그러면서 예뻐지지 않았나, 행복을 많이 누리면서 얼굴에 꽃이 피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하하) 이거 이렇게 리얼로 웃어도 되나요?


- 어떻게 보면 사내 연애잖아요. 사내 연애는 비밀리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에피소드 있나요. 

손=몰래 연애까지는 아니지만, 굳이 ‘우리 만납니다’ 이렇게까지는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까마득한 후배가 하늘 같은 선배를 만나고 있으니까 뭔가 살짝 티 내고 싶어 커플 텀블러를 들고 다녔어요. 기억나죠?

김=어머, 진짜 기억 안 나요. 어떡해….

손=헷갈릴 수 있습니다. 워낙 많은 남성분과 연애 경력이 있기 때문에….

김=(하하) 말도 안 되는 얘기는 하지 마시고요.

손=커플 텀블러를 커피땡에서 샀잖아요. 핑크색, 하늘색.

김=아! 기억났어요. 진짜 기억났어요. 뚜껑이 갈색이잖아요. 맞아. 맞아.

손=어쨌든 그런 것도 들고 다니면서 나름의 티를 내기는 했는데, 사람들이 우리가 만난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나중에야 알려졌죠.


서울 강남구 미스페이스쇼룸에서 뮤지컬 배우 김소현, 손준호 부부가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미스페이스쇼룸에서 뮤지컬 배우 김소현, 손준호 부부가 인터뷰하고 있다.



- 연애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요.

손=10개월 했습니다.


- 손준호 씨가 적극적으로 구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김=사실 저희가 만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만나기로 하자마자 손준호 씨가 ‘결혼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밀어붙였죠. 저는 그냥 혼자 살 줄 알았어요. 그때 제 나이가 적지 않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일 열심히 해서 조카들 용돈 주면서 살아야겠다’ 했는데 갑자기 8살이나 어린 후배가 너무 그렇게 하니까. 처음에는 저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그런데 끊임없이 다가오니까,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나이 차이라는 벽을 허물고 보니까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게 딱 보이더라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이 사람이 장난기도 많아서 철없다고 오해하는 분도 많은데 오히려 제가 철이 없고요, 준호 씨가 약간 오빠같이 끌어주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그걸 느낀 다음부터 서로 열심히 결혼을 향해 갔던 것 같아요.


- 두 분의 결혼 생활은 어떤가요.

손=정말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소현 씨가 워낙 스펙터클한 사람이죠.(하하) 저희는 정말 극과 극의 사람이에요. 부부가 비슷하면 잘산다고 하는데, 저희는 너무 달라서 잘살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식상한 대답이 될 수 있는데, 소현 씨가 참 현명해요. 많은 사람이 ‘아내 말 들어 손해 볼 것 없다’고 하잖아요.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살아 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런 걸 깨닫게 해준 사람이죠. 그래서 이제는 저도 막 결혼한 후배들한테 아내 말 들어야 손해 보지 않고 행복한 거라고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 ‘이 사람하고 결혼하길 잘했다’라고 느낀 순간도 있나요.

김=같은 일을 한다는 게 진짜 좋아요. 일에 대해 100% 이해해 주니까. 손준호 씨가 밀어주고 끌어주고 이런 걸 너무 잘해요. 그럴 때는 정말 ‘내가 이 사람을 만나 너무 많은 걸 누리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역시 아들을 볼 때, 정말 내가 이 사람과 그때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 우리 아들이 이 세상에 없는 거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가끔 막 소름 끼치고, ‘이게 운명이라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손=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직업이 같다 보니까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굉장히 편해요. 주변에 같이 아는 사람도 많고, 나눌 것이 많다는 게 장점이더라고요. 왜 처음 연애할 때는 전화에서 불이 나잖아요. 새벽 1시, 2시, 3시까지 전화를 안 끊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전화도 줄고 대화도 줄어요. 데이트도 대충 시간 보내다가 헤어지게 되고. 그런데 같은 일을 하다 보니 대화할 수 있는 주제가 끊임이 없더라고요. 잘 만났죠.(하하)

 

서울 강남구 미스페이스쇼룸에서 뮤지컬 배우 김소현, 손준호 부부가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미스페이스쇼룸에서 뮤지컬 배우 김소현, 손준호 부부가 인터뷰하고 있다.



- 서로 피드백도 많이 해주나요? 

김=(하하) 저는 완전 F고, 이 사람은 T라서 너무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마상’을 심각하게 입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너무 정확하게 팩트를 얘기해 주니 계속 물어보게 돼요. 제가 발전할 수 있게 하니까 어떨 때는 고맙기도 하고, 어떨 때는 얄밉기도 합니다.


- 그래도 같은 공간에 살고, 직업도 같고, 소속사도 같고, 일정 겹치면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많잖아요. 불편한 부분은. 

손=무지하게 부딪히죠.(하하) 저는 바다 같은 사람이고, 소현 씨는 활화산 같은 사람이에요. 지금도 제가 계속 놀리니까 아마 여기(옷깃을 가리키며)를 잡고 싶을 거예요.

김=싸울 때는 또 굉장히 세게 싸우죠. 한번 싸우고 나면 해결점 찾는 게 어렵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방송에 동반 출연하거나 사랑의 듀엣을 부르는 일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해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살아보니 절제하고 양보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일단 내 화가 100이라면 그 화의 10도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해해야 하고, 용서해야 하고, 양보해야 하죠. 아마 제가 말하지 않더라도 상대도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다 보면 미웠던 감정이 미안함으로 바뀌기도 하고, 사랑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손=정답을 알면 안 싸우겠죠. 저희도 정답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이게 정말 맞나’ 싶다가도 모르는 채로 끝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무의미한 싸움이잖아요. 그래도 무관심하지는 않으니까 또 그렇게 싸우는 거라고 좋게 받아들이려 해요. 어쨌든 저희가 무대나 방송에서 자주 함께하니까 그런 부분 때문에라도 한 발씩 물러나는 일이 자주 있는 것 같고. 어떨 때는 또 그게 해결되지 못한 채로 쌓여 있다가 폭발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도 너무 극한상황까지 가지 말자고 자꾸 다짐합니다.


- 그렇다면 부부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김=믿음, 믿음인 것 같아요. 그 깊은 마음속에서는 믿는데, 자꾸 얕은 마음에서 믿음이 없어졌다, 생겼다 하더라고요.(하하) 계속 왔다 갔다, 마음 깊이 믿고 있는 걸 까먹을 때가 있는데 사실 그게 문제죠. 어느 순간 만나 결혼하고, 인생을 같이하는, 그 누구보다 오랜 시간 제일 가까운 데서 사는 거잖아요. 근데 서로를 믿지 못하면 상대방도 괴롭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제일 괴롭거든요. 믿음이 흔들린다거나, 당연한 건데 잊고 있다거나 할 때는 자꾸 되새기려 노력해요. 사랑도 사랑이지만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게 믿음이더라고요.

손=저도 신뢰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이 있다면 사랑도 탄탄하겠죠.


-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이 많잖아요. 반면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두 분이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정의가 궁금해요. 가족이 된다는 게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김=글쎄요. 저희도 사실 평생 그걸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왔다 갔다 하지 않을까 싶어요. 죽는 날까지도 모를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그 물음표와 느낌표를 오가는 재미 때문에 사는 것 아닐까요. 요즘 들어 ‘우리가 결혼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시소를 타는 것처럼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균형을 계속 잡아가는 것처럼. 그런 느낌으로 사는 것 같아요. 또 그 중간에 아이라는 존재가 있잖아요. 저희는 아들이랑 셋이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시소를 타고 있어요.

손=이 세상에 마냥 좋은 게 있다면 그게 천국 아닐까요? 그래도 결혼이란 건 때론 엄마 아빠보다 더 강력한 내 편이 생긴다는 것 같아요. 또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부모의 마음을 알아가고, 그런 경험을 할 기회를 갖는다는 게 소중하잖아요. 그래서 결혼은 한번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서로에게 어떤 남편과 아내가 돼 주고 싶은지 알려주세요. 

손=나무 같은 남편이요. 나무는 움직이지 않잖아요. 항상 옆에 있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한 자리에 묵묵히 있는 소나무 같은 남편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김=아까 손준호 씨가 현명함이라는 단어를 말했잖아요. 현명한 아내가 돼야죠. 준호 씨가 나무의 기둥이고 뿌리 같은 존재라면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울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배우로서 앞으로 활동 계획도 부탁드려요. 

손=여러 작품에 도전하고 있어요. 조만간 좋은 소식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작품이든 콘서트든 새로운 도전, 새로운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김=아직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저도 작품 하나를 할 예정이에요. 뮤지컬을 안 보신 분도 보러 올 만큼 좋은 작품이니까, 소식 들으면 꼭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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