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TYS] 굳건한 한미동맹 뒤…견고함 더하는 ‘내조의 여왕’

입력 2024. 04. 24   16:51
업데이트 2024. 04. 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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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S (Thank You for your Service) ⑤ 육군2작전사령부 차성수 중령의 아내 석혜은 씨 

2016년부터 이어온 인연
남편 따라 미군 장교 가족 모임 참석
“유사시 서로 도와야 하는 가족들
친밀감 가질 수 있는 토대 만들어”

미국에서 이어간 우정
2020년부터 미 기지서 2년 동안 거주
부대행사서 한국 음식 등 문화 알리고
대한부인회 활동하며 봉사·헌신 배워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미동맹. 6·25전쟁에서 피땀 흘려 싸운 참전용사부터 그의 후손, 뒤를 이어 복무하는 장병과 군인 가족까지 많은 이의 헌신과 희생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누리는 일상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견고한 혈맹의 중요성을 느끼고, 굳건하게 동맹을 지키는 영웅들에게 감사함을 전한 군인 아내가 있습니다. 2023년 자랑스러운 육군 가족상 수기 공모 분야에 제출한 육군2작전사령부 작전참모처 차성수 중령의 아내 석혜은 씨가 겪은 한미동맹의 유산에 얽힌 사연을 전합니다. 정리=배지열 기자/사진 제공=석혜은 씨

 

석혜은(가운데) 씨와 남편 차성수(오른쪽) 중령, 아들 성민 군이 한복과 태권도복을 입고 미1군단 예하 7사단에서 열린 문화축제에서 불고기와 떡볶이 등 한국 음식을 만들고 있다.
석혜은(가운데) 씨와 남편 차성수(오른쪽) 중령, 아들 성민 군이 한복과 태권도복을 입고 미1군단 예하 7사단에서 열린 문화축제에서 불고기와 떡볶이 등 한국 음식을 만들고 있다.



한미 장병 아내들의 ‘시니어 커피’ 모임

석씨의 남편 차 중령은 2016년 미2사단/한미연합사단에서 본격적으로 미군과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석씨도 남편을 따라 미군 장교 가족들이 주관하는 사교모임에 나가면서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시니어 커피(Senior Coffee)’라는 모임이었습니다.

스콧 매킨 당시 사단장의 아내 킴벌리 여사가 직접 주관해 두 달에 한 번씩 열린 이 모임은 한국에 온 미군 배우자들이 모여 친교를 나누는 공식 행사였습니다. 정해진 순번에 따라 지정된 호스트는 간식과 레크리에이션 등을 준비했습니다.

킴벌리 여사는 연합사단 소속 장교 가족을 모두 초대했는데, 초창기 한국 장교 가족 중에는 석씨만 참석했다고 합니다. 미군 가족은 언제나 친절하고 따뜻하게 맞아 줬고, 감사하다는 인사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영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저도 당연히 부담스러웠죠. 그래도 누군가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갔습니다. 최전방 근무지에선 군인인 남편이 없을 때 가족들이 서로 도울 수밖에 없는데, 미군도 그런 마음으로 우리에게 초대 이메일을 보냈다고 생각했어요. 유사시 가족들이 더욱 친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고자 한 거죠.”


미 군대에 남은 한국의 흔적 ‘아리랑’

2020년 미1군단 연락장교로 발령받은 차 중령을 따라 석씨와 두 아이까지 미 루이스 매코드 기지(JBLM·Joint Base Lewis-McChord) 영내에서 2년 동안 거주하게 됐습니다. JBLM은 인구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군사시설인데, 그중 차 중령 가족의 집만이 유일하게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웃에 사는 미군 장교들은 한 번쯤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고, 한국과 한국인에 관한 좋은 추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이후 재개한 각종 행사장에서 석씨는 예상치 못한 한국의 흔적과 마주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미군 부대 공식 행진곡 연주에서 만난 불후의 민요 ‘아리랑’.

미1군단 예하 7사단은 6·25전쟁 당시 큰 공적을 세웠고,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아리랑’을 사단의 공식 행진곡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했다고 합니다. 석씨는 “미 군악대가 행사장에서 연주하는 ‘아리랑’을 듣는데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고 회상했습니다.

사단장 스테판 스미스 장군과 아내 린 여사는 이 자리를 계기로 차 중령 부부를 다양한 행사에 초대했습니다. 석씨는 답례로 직접 준비한 한국 음식을 나누기도 했죠. 부대에서 열리는 문화축제에선 한국 섹션을 따로 만들어 불고기, 떡볶이, 김치, 찜질방 계란까지 미군들에게 나눠 줬습니다. 한국을 좀 더 잘 알리기 위해 아들은 태권도복을, 부부는 한복을 입고 직접 서빙까지 했습니다. 특히 우리 양념을 사용한 불고기는 따로 소스를 소개해 달라고 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석혜은 씨, 미군 장군과 결혼한 한국계 미국인 루스 러시(가운데) 여사, 미군에서 인연을 맺은 송민호 상사.
석혜은 씨, 미군 장군과 결혼한 한국계 미국인 루스 러시(가운데) 여사, 미군에서 인연을 맺은 송민호 상사.



한국의 얼 이어가는 러시 여사·대한부인회

또 다른 한국의 흔적은 미군 가족에게 남아 있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루스 러시 여사는 전쟁 당시 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자마자 참전한 모리스 러시 장군과 결혼해 JBLM 인근에 살고 있습니다. 러시 여사는 지금도 매주 한 번씩 부대에서 장병들을 위해 간식을 나누는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석씨를 볼 때마다 고국이 생각난다며 딸처럼 귀하게 여겨 주셨다고 하네요.

“한 번은 직접 고기까지 삶아 평양냉면을 만들어 주셨는데, 고령에도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신 게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나중에 저희 집으로 모셔 콩국수를 대접하기도 했죠. 살아오면서 본인이 겪은 이야기를 제게 다 풀어 주셨고, 정서적으로 많이 교감하면서 의지했습니다. 최근까지도 안부인사를 주고받고 있어요.”

대한부인회(KWA·Korean Women’s Association)의 역할도 컸습니다. 이 단체는 1800명 이상의 직원과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연간 1만6000명 이상의 남녀노소, 소수민족, 난민, 이민자를 돕는 비영리단체입니다. 미군과 결혼해 JBLM 인근에 정착한 한국 여성들이 고국을 떠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친목모임인 KWA는 2022년 창설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석씨는 50주년 기념책자 제작작업에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20년 이상 이곳에서 일한 10명의 명예이사 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 결과를 전달했습니다. 그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봉사정신과 헌신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자랑스러운 가족에게도 전해 보는 감사 

석씨는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군인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남편의 나라를 향한 헌신의 마음가짐도 인상 깊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때가 묻지 않은 모습이었달까요.”

석씨는 자녀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아빠가 하는 일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고 강조했지만, 잦은 이사와 환경 변화로 겪었을 불편함을 자녀들이 참고 이해해 준 것이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석씨. 그의 아들은 현재 최전방 일반전초(GOP)에서 병사로 복무 중인데, 오는 7월 전역을 앞두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남편이 하는 일이 자랑스럽습니다. 아들과 딸도 좋은 영향을 받아 편견 없이 이해하고 받아 준 것이 고맙습니다. 남편과 아들이 끝까지 건강하게 잘 복무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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