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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관점에서 본 영화 ‘그레이하운드’

입력 2024. 04. 19   16:38
업데이트 2024. 04. 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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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승 대위 육군특수전사령부 국제평화지원단
신용승 대위 육군특수전사령부 국제평화지원단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그레이하운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로 벌어진 ‘에어갭 전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미국에서 영국으로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연합군의 수송선단을 호위하는 미 구축함 그레이하운드와 독일 해군 잠수함 유보트의 전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영화 속 어니스트 크라우스 해군 중령(톰 행크스 분)은 호위함대 사령관이자 구축함의 함장으로 처음 실전에 투입된 ‘초보’였다. 첫 실전 임무인 만큼 그를 바라보는 부하들의 시선은 불안과 불신으로 가득했다.

영화는 크라우스 중령에 초점을 맞춰 전투에 직면한 리더의 고뇌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크라우스 중령은 늘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고 거기에 따른 책임을 져야 했다. 위기의 순간에 부하들이 보내는 의심의 눈길은 그를 힘들게 한다. 비록 명령에 따르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공포의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크라우스 중령의 침착함 그리고 흔들림 없는 모습과 행동 속에서 마침내 그들은 하나가 된다. 독일군은 유보트 한 척이 연합국 선단을 발견하면 다른 유보트를 불러 모아 떼로 공격하는 ‘이리 떼(wolf pack)’ 전술까지 구사하며 큰 타격을 입히지만 크라우스 중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부하들을 배치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며 자기 한 몸 아끼지 않고 뛰어다니며 최선을 다한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 안보 상황과 군인인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 대해 두 가지를 생각해봤다.

첫째, 전쟁 승리는 리더십(Leadership), 팔로십(Followship·부하정신), 펠로십(Fellowship·동료의식)이 하나로 일치할 때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크라우스 중령과 부하들은 위기의 순간마다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하나된 마음으로 단결했다. 여기서 나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과 소통의 중요성도 다시금 느꼈다.

둘째, 위기의 순간을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군인정신의 발현이 필요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인정신은 강한 군인의 근간이자 군인을 군인답게 만드는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처럼 초를 다투는 극한의 전투 상황에서 부여된 임무를 끝까지 완수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필승의 신념과 헌신적 책임 완수 등 군인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전의 전장은 여전히 우연·마찰·복잡성·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크라우스 중령과 그를 따른 부하들이 보여준 영화 속 군인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장의 고난과 도전을 극복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자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

불안한 안보 상황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영화 ‘그레이하운드’의 교훈을 되새기며, 적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출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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