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까지 ‘생명존중 활동 집중 강조기간’인 육군에서는 신상관리위원회를 통한 맞춤형 병력 관리, 전문교관에 의한 교육, 고충장병 추가 식별·상담 등을 집중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나 또한 소중한 부하이자 전우를 잃을 뻔했던 적이 있기에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간부들이 모두 퇴근한 일과 이후의 평범한 밤이었다. 불이 꺼진 생활관에서 혼자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는 용사가 있었다. 자대로 전입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병이었다. 포대의 또래상담병은 그 일이 마음에 밟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눠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에 새로 임명된 또래상담병에게 상담일지를 건네주며, 상담병이 꼭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퇴근하면서 또 한 번 마주친 또래상담병에게 해당 인원을 관심을 갖고 잘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돌이켜 보면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던 순간들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그 결과 문제의 조기 식별과 적절한 조치가 가능했다.
이후 그 또래상담병은 해당 용사의 부대 적응을 위해 멘토를 자청하며 함께했다. 계속 마음의 문을 두드렸고, 결국 또래상담병의 진심이 통했다. 지금 그 용사는 포대 전우들과 함께 밝은 모습으로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대장의 몫까지 다해 준 또래상담병, 갖가지 고충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용기 내 마음의 문을 열어 준 해당 용사에게 다시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보건복지부에서 제작한 『2023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자살 이전 경고 징후가 있었던 사례는 93.5%나 되지만, 이 중 75.2%는 그 징후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군에선 조기 식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병교육 때부터 자대 복무까지 단계별로 실시하는 ‘인성검사체계’가 잘 마련돼 있다. 더불어 또래상담병 제도와 부대별 각종 고충신고창구도 있다. 이러한 창구들은 24시간 가동되며 도움의 손길을 바라면서 다가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지휘관이 돼 병력을 관리하다 보니 각종 지침서와 시스템이 만들어진 데는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고, 하나하나 적용하는 것이 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 하나의 포대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별 업무를 나열하면 셀 수 없이 많다.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 많은 과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전우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4월 생명존중 특별 강조기간을 맞아 혹시나 놓친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번 뒤돌아보면서 단 한 명의 전우도 잃지 않는 낭만 있는 병영문화 정착을 위해 모두가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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