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우리는 바다사나이] 밥심이 전투력이다 '삼시 네끼' 배밥 요리하는 우리는 푸드 파이터

입력 2024. 04. 16   16:46
업데이트 2024. 04. 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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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사나이  ⑦ ‘바다 위 요리사’ 조리병

해상임무 수행하는 함정 근무자 위해 건강 식단 책임
포항함 조리병 6명, 식자재 준비·조리 등 급식 업무 전반 수행
함정에서 가장 육체적으로 고된 군사특기…힘든 만큼 감동도 커
군에서 요리 실력 얻고…전역하면 경력 확인서도 받고

승리하는 부대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강도 높은 훈련? 화합·단결하는 분위기? 다양한 답변이 가능하겠지만 ‘잘 먹는 것’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어야 사기가 오르고, 전투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법이죠. 특히 망망대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군함의 급식은 장병들의 사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주간 바다 위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밥맛이 별로라고 생각해봅시다. 얼마나 우울한 일인가요. 전우의 맛있는 식사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해군 조리병은 다른 군사특기만큼이나 책임이 막중합니다. ‘바다 위 요리사’ 조리병을 소개합니다. 글=이원준/사진=김병문 기자

해군1함대 포항함 승조원 식당 주방에서 문효성(중사·왼쪽) 조리장이 토치를 활용해 부챗살 스테이크를 요리하고 있다.
해군1함대 포항함 승조원 식당 주방에서 문효성(중사·왼쪽) 조리장이 토치를 활용해 부챗살 스테이크를 요리하고 있다.

 


밥맛 좋기로 유명…오늘은 스테이크다

“쏴~.” “치이익~.” 토치가 뿜어내는 열기에 육중한 소고기가 노릇노릇 익는다. 초벌 스테이크에 불맛을 입히는 과정이다. 옆에 튀김기에선 탱탱한 새우살이 노란 튀김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뿐인가. 쌀밥은 베이컨과 달걀을 만나 특제 볶음밥으로 변신 중이다. 한쪽에서는 식욕을 돋우는 샐러드와 수프가 조리되고 있다.

해군1함대 2800톤급 호위함(FFG-Ⅱ) 포항함 승조원 식당에선 점심 준비가 한창이었다. 메뉴는 베이컨계란볶음밥, 양송이수프, 부챗살 스테이크, 구운 채소, 새우튀김, 우동 샐러드, 배추김치, 탄산음료. 음료를 제외하고도 주식부터 반찬까지 7종으로 구성된 특식이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부챗살 스테이크다. 양념이 고루 배인 부챗살 100여 개가 차례로 전기오븐에서 나오자 식당에 구수한 향기가 퍼졌다. 냄새만으로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초벌된 스테이크는 화구로 옮겨진 뒤 불맛이 가미됐다. 모든 조리과정이 끝난 스테이크는 육즙을 가득 머금은 모습이었다.

함정 급식, 일명 ‘배밥’은 특별하다. 드넓은 바다에서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 근무자는 극심한 체력 소모를 경험한다. 따라서 함정에선 매끼 특식에 버금가는 음식이 제공된다. 끼니도 세끼가 아닌, 아침·점심·저녁에 야식까지 포함해 네끼가 제공된다. ‘삼시 세끼’가 아닌 ‘삼시 네끼’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이유다.

해군은 함정 근무자를 위해 육상부대보다 많은 부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육·해·공군 및 해병대를 통틀어 해군 함정은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배밥이 좋아 함정 계속 근무를 선택했다는 수병, 과식해서 다이어트 중이라는 함정 승조원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재료 손질로 일과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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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시즈닝은 미리미리
스테이크 시즈닝은 미리미리

 

나름 오션뷰 주방 창문
나름 오션뷰 주방 창문

 

배식까지 정성을 담아
배식까지 정성을 담아

 

청소까지 마쳐야 일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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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지킴이·영해수호 일조 자부심

조리 군사특기는 이름 그대로 해군 장병의 식사를 책임지는 요리사다. 조리병은 식자재 준비, 조리 등 급식과 관련된 업무 전반을 수행한다. 포항함에는 조리직별장(부사관) 1명과 조리병 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6명이 승조원 총원의 네끼를 책임진다. 그러다 보니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온종일 식당에 붙어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리병의 하루는 동트기 전부터 시작한다. 보통 새벽 5시쯤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아침 배식을 마치고 설거지를 비롯한 뒷정리를 하면 어느덧 오전 9시. 잠깐의 휴식 이후 곧바로 점심 준비에 돌입한다. 오전 11시30분에 점심을 배식하면 오후 2시쯤 정리가 끝난다. 스테이크처럼 특식이 있는 날이면 준비와 정리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저녁 식사는 오후 3시30분부터 준비해 오후 7시쯤 마무리한다. 해상출동 기간에는 야식도 제공해야 한다. 야식 배식과 정리가 끝나면 취침 시간이 지나기 일쑤다. 보통 밤 10시가 넘어야 온전히 쉴 수 있다.

이 밖에도 조리병은 주·부식 식자재를 함정에 탑재하고 나르는 임무도 수행한다. 이로 인해 조리병은 갑판병·기관병과 함께 함정에서 가장 육체적으로 고된 군사특기로 인식된다. 하지만 포항함에서 만난 조리병 김진서 병장은 힘든 만큼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자기가 만든 음식을 먹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걸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영해 수호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으로 힘든 일과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하려면 승조원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건강은 든든한 식사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승조원들이 제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고, 누가 만든 거냐고 물어볼 때 가장 행복합니다.”

김 병장은 조리병의 가장 큰 장점으로 ‘군에서 요리 실력을 얻어갈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건축학을 전공한 평범한 대학생이던 그는 해군에서 수준급 요리사로 거듭났다. 입대 전엔 가끔 자취 요리를 만들어 먹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휴가 나가서도 부모님께 된장찌개를 만들어 드린다.

“조리병은 군에서 얻어갈 게 가장 많은 특기라고 생각합니다. 흔들리는 함정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은 땅에서보다 2~3배 어렵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요리 실력이 쑥쑥 향상됩니다. 군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일에 집중하는 법, 힘든 순간을 극복하는 법, 동료와 살갑게 지내는 법 등이 그것입니다. 평범한 군 생활이 아닌,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해군 조리병에 도전하길 바랍니다”


주말 브런치 데이 확대 등 업무 경감 추진 

해군 조리병은 전공·경력에 관계 없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관련된 자격이나 면허가 있다면 가산점을 받는다. 입대 전 복무지역(1·2함대)을 선택할 수 있는 ‘복무지원선택병’에 조리병도 포함돼 있으니, 특정 지역 복무를 희망한다면 사전에 확인하면 된다.

해군은 조리병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시행 중이다. 먼저 민간조리원을 확대해 조리업무 경감을 도모하고, 조리병 휴식 공간을 리모델링해 업무시간 외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아울러 채소류와 축산물을 미리 손질해 반가공품 형태로 각급 부대에 제공함으로써 조리병들이 별도 가공 없이 부식을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했다. 시중 간편식 제품을 메뉴에 반영하고, 주말 브런치 데이를 확대한 것도 업무 경감에 일조했다.

해군 조리병으로 전역하면 경력 확인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해군은 올해 2월부터 조리병 경력을 취업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군 조리병 경력 확인서’를 전역 장병에게 발급하고 있다. 자세한 문의는 해군본부 물자과(042-553-4213)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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