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상태로 우주를 여행하고 있던 짐 프레스턴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수면에서 깨어난다. 원래는 120년을 날아 식민 행성으로 가게 돼 있었다. 다른 승무원과 승객들은 모두 수면 상태였다. 2016년 개봉한 영화 ‘패신저스’의 내용이다.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이 주연한 영화였는데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며 봤다.
홀로 깨어 좌절해 있던 ‘짐’이 거대한 우주 여객선 아발론에서 유일하게 대화한 상대가 있었다. 바로 인공지능(AI) 로봇 바텐더 ‘아서’였다. 그전에도 로봇은 영화에 자주 나왔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나온 아서는 좀 달랐다. 인간의 얼굴을 하고, 인간의 감정에 공감하고, 창의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인간과 흡사한 로봇이었다.
이게 약 8년 전의 상상력이다. 그런데 이 상상력이 지금 거의 현실이 돼가고 있다.
얼마 전 놀라운 영상을 보았다. 오픈AI에서 대화로 작동하는 로봇을 발표했다. 이 AI 로봇은 먹을 것을 달라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테이블에 있는 사과를 집어줬다. 스스로 판단해 일을 처리한 것이다. 그리고 행동의 이유를 ‘사람’처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AI 때문에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2016년 서울에서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국이었다. 당시 나도 아마추어 7급 수준의 바둑 애호가였기 때문에 대국을 흥미롭게 봤다. 그전까지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컴퓨터의 계산 속도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능’을 가진 인간을 컴퓨터가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생중계된 TV 화면에서 이세돌의 괴로워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충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세돌은 얼마 뒤 프로 바둑계에서 은퇴했다.
문명은 아주 오래전부터 도구를 만들었다. 짐을 대신 옮겨주고, 계산을 대신해 주고, 요리를 대신해 주는 도구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사람 대신 ‘생각’을 해 주는 도구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AI다. 그 개발의 결과물이 ‘특이점(singularity)’을 넘어서고 있는 느낌이다. 발전 속도에 가속도도 붙고 있다. 우리는 놀라운 세상을 살고 있다. 먼 미래에 가능하리라 생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주목할 것은 이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닮은 AI와 로봇에 감탄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인간의 지능과 생각의 기전을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AI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마빈 민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인간을 생각하는 기계라고 했다. 『마음의 사회(the society of mind)』는 그가 1985년 쓴 책이다.
“물질적으로 보이는 뇌가 어떻게 사유와 같은 영적인 일을 해낼 수 있을까?”란 의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이 책은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지능(intelligence)은 비지능(non intelligence)으로부터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그 자체로는 특별하지 않은 자그마한 많은 부분으로 마음을 건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이에 답하고자 한다.” 그는 생각이 두뇌 세포들의 속성에 의해서만 아니라, 두뇌 세포들의 연결 방식에 의해 성립된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의 뇌세포와 최대 100조 개의 시냅스라고 하는 연결고리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하루 세 끼만 먹으면 이 뇌를 작동시킬 수 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우리의 뇌, 우리의 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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