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작가와의 만남

[작가와의 만남]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

입력 2024. 04. 09   16:55
업데이트 2024. 04. 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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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가스·기관총·원자핵…전쟁의 판도 바꿔온 과학

과학·국방과학기술 모두 섭렵한 전문가
전쟁 승패 가른 과학적 사건 24가지 소개
“과학과 군대·전쟁은 불가분의 관계
AI 등 기술 결합 위험성 철저히 고민해야”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은 국방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다.

서울대학교에서 유럽과학사와 미국과학기술사로 석·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과학사를 전공한 그가 이 분야로 빠져들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20여 년 전 국회에서 정책형 보좌관으로 국방 정책 입법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국방과학기술 전문가라는 새로운 업이 찾아왔다.

그는 이후 방위사업청에서 국방과학기술과 획득 행정을 경험했다. 광운대학교와 동양대학교, KAIST 등 여러 대학교에서 국방과학기술 정책을 중심으로 강의와 연구도 진행했다. 광운대에서는 관련 학과를 신설했다. 방산기업에서 방산수출전략수립을 담당하면서 방산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확인했다. 국방과학기술에 대한 정책, 행정, 연구, 사업까지 모든 것을 경험한 셈이다.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박영욱 지음/교보문고 펴냄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박영욱 지음/교보문고 펴냄


그가 이번에 펴낸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는 자신의 전문성을 접목해 국방일보에 연재한 ‘과학의 역사에서 만나는 전쟁 이야기’를 발췌, 보강한 책이다. 

과학이 개입하기 시작한 근대 전쟁에서 출발해 과학으로 인해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를 거듭했는지, 전쟁의 승패와 국가의 선택이 세계 패권을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24가지 결정적 사건들로 소개한다.

박 이사장은 “인간의 역사에는 창조와 파괴가 끊임없이 교차해 왔다. 자연의 이치에 대한 깨달음으로 만들어진 과학지식은 역사를 창조했고, 다시 역사를 파괴하는 도구가 됐다”면서 “이 책은 과학이 발전한 몇몇 역사적 장면을 펼쳐 보면서 과학기술, 특히 국방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취해 출간했다”고 설명했다.

책은 미국 독립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과학적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비료 원료로 만든 독가스와 의사가 발명한 기관총, 원자를 쪼개다가 발견한 원자핵 등 인류를 위했던 과학지식이 전쟁의 무기가 되는 과정 또한 살펴본다.

“근대 초기 과학자의 위상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지동설을 입증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 18세기 후반 국가의 틀이 확립되고 군대라는 시스템이 생기면서 국방력과 군사력 강화를 위해 과학자들의 자질과 능력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과학은 군대, 전쟁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불가분의 관계가 된 것이다. 물론 모든 과학적 발견이 전쟁에 활용된 건 아니다. 다만, 결정적 장면들은 분명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패권을 흔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과학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정책과 업무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기술 제어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도 일러준다.

“인류를 식량난에서 구했던 암모니아가 전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인간을 잔인하게 죽이는 무기로 쓰였다. 기관총도 마찬가지다. 아군의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만든 기관총이 개량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지금은 더 위험한 시기다. 인공지능이나 정보통신 기술들이 하드웨어와 결합하면 훨씬 더 강한 효과가 나온다. 이런 위험성을 많은 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히틀러의 폭주를 막기 위해 추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서도 우리는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 문제를 더욱 철저하게 고민해야 한다.”

책은 교양서다. 전문가나 군 관계자, 관련 분야를 공무하고 있는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쉽게 풀어썼다. 사진 자료도 풍성하게 활용했다.

“지식을 넘어 지성이 있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국방 과학 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나 전공자, 병사들뿐만 아니라 동호인, 일반인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가급적 쉽게 전달하고자 했다. 이 책이 과학기술을 조금 더 이해하고 군대와 전쟁의 역사를 조금 더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글·사진=송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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