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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영웅을 찾아서!

입력 2024. 04. 02   16:13
업데이트 2024. 04. 0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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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대위 육군53보병사단 정훈부
조선희 대위 육군53보병사단 정훈부

 


최근 고려를 3차에 걸쳐 침략한 거란과 그들을 막아 낸 영웅을 다룬 드라마가 방영됐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주말 밤마다 손꼽아 기다리며 매우 흥미롭게 시청했다. 

수적 열세에도 고려 최북단 군사요충지 흥화진을 사수하고, 철수하는 거란군의 배후를 공격해 포로로 끌려가던 백성을 구하는 두 영웅 양규 장군과 김숙흥 별장의 모습에서 진심 어린 애국충정과 백성을 위한 헌신을 오롯이 느꼈다.

동시에 나의 무지가 부끄러워졌다. 외교담판으로 강동 6주를 획득한 서희 장군, 귀주대첩으로 거란을 격퇴한 강감찬 장군에 비해 양규 장군은 내게 ‘2차 고려거란전쟁, 양규 분전’, 이 한 줄로 스쳐 지나간 역사 속 인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영웅이 잊혔을까. 누군가는 거시사(巨視史) 관점에서 영웅만 기억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 업적에 비해 후대에 조명받지 못한 영웅도 많다. 미시사(微視史) 관점에서 역경 속 한 분 한 분의 선조들이 애끓는 마음으로 지켜 낸 우리나라 강산과 역사의 무게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부끄러움을 달랠 방법을 고민했다.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지만 답은 ‘잊지 않기’라고 결론 내렸다. 역사 속에 살아 숨 쉬는 영웅을 한 분이라도 더 기억하고, 공로를 흠모하며 표상으로 삼고 따르는 데서 시작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우리 사단의 애칭은 충렬(忠烈)부대다. 동래부사 송상현이 정명가도(征明假道)를 기치로 침략해 온 왜적에 대항해 ‘전사이가도난(戰死易假道難·싸워서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이라며 수성(守城) 중 전사한 공을 기려 충렬공에 봉해진 데서 유래했다. 이 때문에 사단 시설 중 충렬관·송상현홀 등으로 명명된 곳이 있다.

이에 정신전력 담당자로서 ‘전·사적지 탐방지도’와 추천코스를 제작해 더 많은 장병이 영웅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효과적인 코스 구성을 위해 샅샅이 살피다 보니 나만 몰랐나 싶을 정도로 별처럼 수많은 영웅이 있었다.

충렬사에는 송상현 공뿐만 아니라 죽음을 무릅쓰고 부산진성과 다대포를 지켜 부산 3대 임진왜란 영웅으로 일컬어지는 정발·윤흥신 장군의 기백이 서려 있고,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민족기업 ‘백산상회’ 터에 조성된 백산기념관에는 안희제 선생을 비롯해 독립투사들의 광복을 향한 열망이 담겨 있다. 부산 임시수도기념관과 유엔기념공원에서는 6·25전쟁의 참상과 제2수도로서 부산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으며, 헌신적으로 대한민국을 지켜 낸 세계 각국의 호국영령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단 장병이 전·사적지 탐방을 하면서 자신이 지키는 곳의 영웅들과 마주하며 그분들의 업적과 헌신을 기억하고, 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면 지역방위부대인 충렬인의 애향심과 애대심, 애국심 또한 커지지 않을까. 현장에서 영웅을 느끼고 기억함으로써 더욱더 강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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