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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비용 아까워” “나 아니면 누가”… 손실회피·2차적 이익 심리 살펴야

입력 2024. 03. 21   16:04
업데이트 2024. 03. 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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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상담소 - 이상한 사람이랑 계속 사귀는 심리는 뭘까요? 


처음에는 별 감정이 없었습니다. 자기 애인 이야기도 편하게 하고, 제가 상담도 해 주고요. 그런데 자꾸 마음이 갑니다. 애인이 너무 별로라 이 사람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술과 친구를 좋아해 마음고생을 시키고, 연락이 잘 안 돼 걸핏하면 싸우더군요. 그렇게 불안하게 하는 사람이랑 대체 왜 사귀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조건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저랑 당장 사귀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랑 그만 만났으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 않은가 봅니다. 헤어지지 못하는 심리는 뭘까요? 

A ‘사귀는 이유’가 꼭 납득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가끔 궁금해지는 커플이 있습니다. 저 둘은 무엇에 서로 끌리는 걸까? 잘 이해가 안 될 때면 ‘우리가 모르는 장점이 있나 보지’라며 일단락 짓게 됩니다. 그럼에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은 ‘연애를 하는 것이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불행 특급열차에 올라타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입니다. 사귈수록 힘들어 보이는데, 대체 왜 저 관계를 그만두지 않는지 갸우뚱해집니다. 

심리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손실회피 경향 때문입니다. 사귀면서 그동안 들인 시간, 에너지, 마음 썼던 게 아까운 겁니다. 특정 나이나 좋은 시절을 함께했던 추억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헤어지면 그동안 들인 정성이 아깝고 ‘나의 20대 절반이 사라진다’와 같이 큰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처럼 연애를 하며 들인 시간, 노력 등도 일종의 ‘매몰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투자를 했거나 지출을 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비용이라는 뜻입니다. 가장 이성적인 해법은 추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더 이상 시간, 노력을 들이지 말고 그동안 들어간 매몰비용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손실에 민감해 매몰비용을 털어 버리기보다 그것이 복구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더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례로 고스톱을 치면서 돈을 잃었으면 그만둬야 하는데, 그 돈을 되찾을 때까지 게임을 더 하다가 큰돈을 잃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남의 일일 때는 “포기하고 딱 그만둬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내 일, 더군다나 내 연애에 관해서는 그동안 들인 시간, 노력, 마음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둘째, 2차적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람과 연애를 해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익’입니다. 연애를 해서 행복해지고 즐거워지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것이고요. 이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1차적 이익’이라고 합니다. 이와 달리 눈에 띄지 않는 숨겨진 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폭력적인 사람과 사귀며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에선 안타까워하면서 “네가 아깝다. 왜 그런 사람을 만나냐” “네가 너무 착하다. 그걸 다 받아 주느냐”와 같은 평을 합니다. 이처럼 폭력적인 연인으로 인해 참을성 많은 사람의 이미지를 얻거나 동정과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숨겨진 ‘2차적 이익’입니다. 또는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과 사귀면서 당사자는 그 사람을 구원해 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나 아니면 누가…’ ‘나니까’라며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2차적 이익은 본인도 자신이 이러한 것을 추구하는 줄 모른 채 숨겨져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럴 수도 있다는 두 가지 심리를 통해 사귀는 게 잘 납득되지 않는 커플을 좀 더 이해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필자 최미정 라라연구소 대표는 심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애심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애심리학자로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썼다.
필자 최미정 라라연구소 대표는 심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애심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애심리학자로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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