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항의원 TF, 약 5000명 분석
수초 만에 비행적성평가 의료기록 조회
조종사 전력 공백 최소화 전투력 보존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
‘공군 전투력의 핵심’인 조종사를 포함한 공중근무자 약 5000명의 의료기록을 한데 모은 ‘공군 공중근무자 의료 빅데이터 체계’가 구축됐다. 현역·예비역 조종사 등의 건강검진·체력검사·진료기록 등을 총망라한 것으로 체계적인 공중근무자 건강관리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 체계는 공군 전투력 보존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조종사의 비행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비행적성평가’ 과정에서 소요되던 의료기록 조회시간이 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수개월에서 수초로 단축됐다. 비행적성평가 동안 불가피했던 조종사의 전력 공백을 최소화해 전투력을 크게 보존하게 된 것.
20일 공군사관학교(공사)에 따르면 공사 교수진과 공군항공우주의료원(항의원) 의료진으로 구성된 ‘공중근무자 의료 빅데이터 구축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가 최근 공중근무자 약 5000명의 의료 빅데이터 구축을 완료했다. 공중근무자는 조종사와 로드마스터(화물적재사) 등 기내에 탑승해 항공작전을 수행하는 인원을 뜻한다.
공사는 지난해 4월 TF를 설치하고 공중근무자 의료 빅데이터 관리 및 분석체계 개발에 들어갔다. 연구팀은 공중근무자 개인 의료기록과 비행정보를 결합하면 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변인을 분석할 수 있다고 판단, 해당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생성된 데이터를 수집했다. 특히 공군 전투력의 핵심 자원인 조종사들의 데이터 수집에 집중했다. 항의원과 비행단, 작전부서 등에서 보유한 △조종사 건강검진 △항공생리훈련·심리적성검사·체격 및 체력검사 △외래·입원진료 등 의료기록 데이터를 모았다. 추가적으로 △조종사 개인별 기종 △비행시간 △투입 임무 등 개인 항공정보도 수집·통합했다. 이에 따라 공사 출신 조종사는 입교 직후 신체검사기록부터 조종사 교육과정 전 신체검사기록, 조종사 건강이상으로 비행적성평가를 받았던 과거 사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구축된 빅데이터로 의료 서비스 시간을 대폭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눈에 띄는 효과는 비행적성평가 과정에서 필요한 의료기록 조회시간이 크게 단축됐다는 점이다. 모든 공군 조종사는 1년에 한 번 정밀검진을 받는다. 검진에서 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이 식별되면 비행적성평가 대상자가 된다. 대상자는 외래·입원 등 진료기록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받는다. 그동안은 흩어진 기록을 모으는 데만 한 달, 정확한 판단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됐다.
문제는 대상 조종사가 평가에서 ‘비행 가능’ 판단이 나올 때까지 조종간을 잡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조종사가 비행을 쉬게 되면 그만큼 항공작전 공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구축으로 조종사 이름만 입력하면 수초 만에 조종사의 모든 의료기록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 이영건(소령) 공사 전자통신공학과 교수는 “비행적성평가는 조종사 생명과 직결된 문제여서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의료적 판단을 정확히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새로 구축된 의료 빅데이터는 이 과정을 압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의료 빅데이터를 조종사 개인별 비행정보와 결합·분석해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술을 더해 난청과 비만 등 질환 예측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예컨대 ‘A질환은 비행 몇 시간에 도달할 때 발병 확률이 커진다’ ‘B기종 항공기 조종사들은 C질환 발생률이 높다’ 등을 알게 돼 예방적 조치가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조종사에게 자주 발생하는 특정질환 패턴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자료 분석·연구도 진행 중이다. 유의미한 결과도 도출해 냈다. 소음성 난청 질환의 경우 조종사에게 자주 발생해 ‘조종사 고질병’으로 짐작은 했지만, 빅데이터 구축으로 정확한 수치가 확인되면서 비행과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이 교수는 “비행으로 발생하는 난청의 정확한 원인을 연구하고 있다”며 “한 가지 확실한 건 고정익보다 회전익 조종사에게 난청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연구팀은 오는 7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인적요소학회 ‘AHFE 2024’에서 이 연구 결과를 담은 ‘한국 공군 조종사의 청력 상실에 대한 종단적 연구: 전자의료기록 증거 기반’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데이터를 누적하려면 서버 확장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연구팀은 국가 안보의 핵심 자원인 조종사의 전반적 의료관리, 전투력 보존을 위한 스마트 의료지원 시스템을 완성하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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