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실전 배치 직전 포신 내구성 문제 발생 개발 중단

입력 2024. 03. 19   15:52
업데이트 2024. 03. 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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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무기와 미래 전쟁 - 비운의 미 M1299 아이언 선더 자주포 

내부 마모 예상보다 과도하게 진행

포병 장거리 투사 계획 원점 재검토
기존 155㎜ M109 팔라딘 계속 운용
첨단 무기 전력화로 공백 대체할 듯

 

만약 실전 배치됐다면 현존하는 155㎜ 자주포의 끝판왕으로 평가받았을 M1299 아이언 선더 자주포는 XM907 포신의 내구성 문제로 양산이 취소됐다. 출처=위키미디어 홈페이지
만약 실전 배치됐다면 현존하는 155㎜ 자주포의 끝판왕으로 평가받았을 M1299 아이언 선더 자주포는 XM907 포신의 내구성 문제로 양산이 취소됐다. 출처=위키미디어 홈페이지



미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실전 배치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둔 차세대 자주포 개발계획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미 육군의 포병 화력 장거리 투사능력 강화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 결정으로 당분간 미 육군은 최신형 M1299 아이언 선더(Iron Thunder) 자주포 대신 기존 155㎜ M109 팔라딘(Paladin) 자주포를 계속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육군의 발표

지난 8일 미 고위 관료와 육군 관계자들은 BAE시스템스와 진행 중인 미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개발계획 ERCA(Extended Range Cannon Artillery)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ERCA는 현재 38㎞ 수준인 155㎜ M109 자주포의 최대 사거리를 70㎞ 이상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2019년부터 진행된 미 육군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기존 M109A7 자주포에 XM907 58구경장 신형 155㎜ 포신을 결합해 최대 교전거리를 확장하고, 최첨단 지휘 및 사격통제체계와의 결합으로 장거리 교전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한 게 특징이다.

2021년 완성된 차세대 자주포는 M1299 아이언 선더로 명명됐다. 2022년 12월에는 보다 성능이 개량된 XM907E2 포신과 XM1155 포탄을 활용해 110㎞ 거리의 표적을 명중시키기도 했다. 20대의 시제기가 제작돼 2023년 가을까지 내구력 시험에 2대, 야전에서의 각종 시험평가에 18대가 사용됐으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곧바로 실전 배치가 진행될 계획이었다. 155㎜ 자주포의 끝판왕으로 불릴 만큼 개발 과정에서 확인된 58구경장 M1299 아이언 선더 자주포의 성능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육군은 58구경장 M1299 아이언 선더 자주포의 실전 배치계획을 백지화하면서 ERCA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 중이다. 심각한 기술적 문제가 발견돼서다.


ERCA 발목 잡은 내구성 문제 

미 육군미래사령부가 공개한 정보에 의하면 2023년 진행된 24개의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 및 획득계획 중 유일하게 ERCA만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바로 58구경장 XM907 포신에서 ‘예상보다 과도하게 포신 내부가 마모되는’ 내구성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검토되고 시험평가가 진행됐지만 무려 9.1m 길이를 자랑하는 포신 자체가 걸림돌이 됐다. 지금보다 향상된 내구성을 확보하려면 더 두껍고 튼튼한 포신이 필요했는데, 문제는 이로 인해 자주포 자체 중량이 증가하고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심사숙고를 거듭한 미 육군은 올해 초 M1299 아이언 선더 자주포의 양산과 실전 배치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미 육군은 2002년 취소된 XM2001 크루세이더 자주포와 2009년 취소된 XM1203 NLOS-C(Non Line Of SIght-Cannon)에 이어 3번째로 차세대 자주포 전력화에 실패하게 됐다.

미 육군이 ERCA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공개된 정보를 종합하면 성능 개량으로 58구경장 M1299 아이언 선더 자주포를 실전 배치하는 대신 기존 155㎜ 자주포와 곡사포에서 운용 가능한 차세대 155㎜ 사거리 연장 탄약을 개발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더 높다.


깊어지는 미 육군의 고민

미 육군의 이번 결정은 차세대 무기 개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기술과 새로운 전략·전술 개념의 등장으로 차세대 무기체계에 요구되는 성능 역시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소수 정예의 병력이 빠르게 기동하며 일당백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미래 미군의 군사전략’은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거론되는 ‘미 육군의 3대 고민’ 또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미 육군의 3대 고민이란 기존 M1 전차, AH-64 공격헬기, M109 자주포를 대체할 차세대 무기체계의 부재를 뜻한다.

실제로 이들 무기체계는 우수한 성능에 더해 지속적인 성능 개량으로 동급 세계 최강의 무기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물론 미 육군이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승자의 저주’라는 표현처럼 미 육군은 기존 M1 전차, AH-64 공격헬기, M109 자주포를 대체하기 위한 후속 무기체계 획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M1299 아이언 선더 자주포 사례와 같이 이런저런 이유로 후속 무기체계 획득계획이 계속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육·해·공군의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 및 획득이 서로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선택과 집중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초월한 상호대체성(interchangeability)이 강조되는 미군 내부에선 재래식 포병 화력의 교전거리 연장에 대한 격렬한 찬반 토론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비용 대비 효율성으로만 따졌을 때 포병의 교전거리 연장보다 공군의 항공 폭격이 더 효과적이다. 더욱이 최첨단 정보통신장비의 보급과 강력한 통신망 구축으로 육·해·공군의 통합전투가 가능해지면서 과거와 같이 전투영역을 구분하고 특정 무기체계 획득을 고집하는 것은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미 육군은 왜 M1299 자주포를 포기했나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문은 ‘미국은 왜 쓸 만한 무기 개발을 계속 포기하는가?’이다. 미군 고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의 자원은 한정돼 있고, 변화의 속도는 급진적이며, 패배를 피하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또 미 육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해 ‘대단히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미 육군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전 배치가 취소된 M1299 아이언 선더 자주포 역시 “성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우수하나 문제는 확인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더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 육군과 해병대를 위한 다양한 지대지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앞둔 상황에서 최대 사정거리가 110㎞인 155㎜ 포탄의 효용가치에 대한 의문 역시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미 육군이 다양한 지대지미사일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겁고 비싸며 특별한 취급이 필요한 155㎜ 사거리 연장 포탄의 존재는 ‘미운 오리 새끼’와 같다는 평가도 있다.

미 육군은 오는 2025년에만 유도다연장로켓시스템(GMLRS) 확보를 위해 12억 달러, PrSM Inc.1 230기 구매를 위해 4억9200만 달러, 장거리극초음속무기(LRHW) 개발·조달을 위해 12억 달러 등 미사일 무기체계를 확보하고자 우리 돈 3조 원이 넘는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ERCA 중단이 시사하는 것

현재 미 육군이 보유 중인 기존 M109 자주포들을 최신형 M109A7으로 개량하고 있음에도 이번 ERCA 중단 결정은 미 육군 자주포 전력 운용에는 재앙 그 자체다. 기존 M109 계열 자주포의 심각한 노후화로 인해 미 육군 자주포 전력 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전력 확보가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미 육군과 미군 전체 전력의 현대화, 상호운용성을 초월한 상호대체성을 강조하는 미군의 변화된 전략을 고려하면 이번 ERCA 중단 결정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ERCA 중단 결정으로 취소된 M1299 아이언 선더 자주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많은 첨단 무기가 이미 전력화됐거나 조만간 전력화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사이먼 스튜어트 호주 육군참모총장은 공식 석상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접하면서 어떤 무기체계를 획득하느냐보다 어떻게 싸워 이길 것인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정보를 공유하고 더 먼 거리의 적을 정확히 타격하는 것은 물론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반대로 아무리 우수한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효과적인 전략·전술과 숙련된 장병, 적시적소에 제공되는 군수물자와 정보가 없다면 더는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 육군이 4500만 달러(약 6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ERCA를 과감히 중단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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