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나토의 동진(東進)과 러시아의 서진(西進)

입력 2024. 03. 15   16:35
업데이트 2024. 03. 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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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KIMA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KIMA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지난 2월 26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자 푸틴 대통령은 발끈했다. 2월 29일 국정연설을 통해 ‘개입 시 비극적 결과’를 경고하면서 킨잘·치르콘 극초음속 핵미사일, 포세이돈 핵어뢰, 사르마트 신형 ICBM 등 러시아의 핵무기들을 자랑했다. 매우 구체적으로 핵위협을 가한 셈이다. 정말 지구 종말 핵전쟁이 유럽에서 발생하려는가? 실로 우려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두 나라 간의 지역적 문제라는 분석틀에서 보면, 천혜의 곡창이고 유럽으로 가는 길목이자 흑해를 지배하는 요충지를 빼앗기 위해 푸틴이 우크라이나가 과거 소련의 일부였다는 구연(舊緣)을 내세우면서 일으킨 영토 전쟁이다.

‘신냉전’이라는 분석틀에서 보면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 전제주의 나라들이 합심해 현 국제질서를 변경하고자 하는 시도의 일부다. 이란과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 중국이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북한에 불리한 결의안에 모조리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이란이 후원하는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 대서양 건너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 등은 이 그림에서 설명이 된다. ‘유럽-러시아 대결의 역사’ 차원에서도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동진(東進)과 러시아의 서진(西進)이 부딪치는 지역 중심에 위치하며, 이 전쟁은 그 연장선에 있는 사건이다. 때문에 유럽에게는 신냉전뿐 아니라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도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하는 이유가 있다. 물론, 동진과 서진의 역사는 ‘닭과 계란’과도 같아서 인과(因果)나 선후(先後)를 가리기 힘들다는 점이 흥미롭다.

2차대전 이후에도 그랬다. 구소련은 동유럽을 모조리 위성국가로 만드는 서진에 성공했고, 그것이 나토의 결성을 촉발했다. 1991년 소련연방이 해체되자 위성국들이 앞다투어 민주주의 체제로 변신하면서 공산 진영의 군사동맹체인 바르샤바조약기구(WTO)에서 탈퇴하고 대거 나토에 가입했다.

나토는 1949년 12개국에서 32개국으로 회원국을 불리면서 동진을 계속했다. 푸틴은 경고를 거듭했고 우크라이나마저 나토 가입 움직임을 보이자 결국 침공을 감행했다. 깜짝 놀란 핀란드는 작년에 그리고 스웨덴은 올해 2월에 나토 가입 절차를 완료했다. 푸틴의 서진이 나토의 추가적 동진을 촉발한 것이다. 이렇듯 유럽·러시아 관계에는 지경학·지정학·지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도 영토 야욕, 신냉전 대결, 수백 년을 이어온 유럽·러시아 상충 등이 모두 내재돼 있다. 그래서 해결책도 그만큼 어려운데다 오히려 확전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핵전쟁 공포마저 확산되고 있다. 핵전쟁 방지를 위해서는 쌍방 간 ‘의지의 균형’이 필수적이지만, 영국과 프랑스의 핵군사력이 러시아의 그것에 비해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쉽지 않다. 그래서 나토를 통한 미국의 역할이 막중하며, 전략가들은 미국의 세계전략 추이를 주목한다.

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유의미한 대목들이 많다. 북한은 수년 내 100기 이상 그리고 중국은 2030년까지 1000기 이상의 핵무기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걸핏하면 한·일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핵폭격기를 동원한 핵공격 훈련을 실시하며 대만을 위협하는 무력과시를 한다. 한국에게는 중·북에 대해 ‘의지의 공포’를 구축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한미 간의 재래·핵 통합(CNI)과 우방과의 안보공조가 치명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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