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견장일기

준비된 부대는 혹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입력 2024. 03. 14   16:16
업데이트 2024. 03. 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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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윤 육군8기동사단 두코대대 대위
정창윤 육군8기동사단 두코대대 대위



‘무시기불래 시오유이대야(無恃其不來 恃吾有以待也)’ 적이 오지 않음을 기다리지 말고, 내가 준비되어 있음을 믿으라! 손자가 구변편에서 제시한 이 명구절에서 그러하듯 대한민국을 헌법상 ‘주적’으로 규정하고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우리 육군은 언제든지 준비된 상태로 적을 압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지난 2024년 혹한기 훈련 때 나는 ‘우리 중대는 언제든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훈련에 임했다. 하지만 영하 17도에 육박하는 추위는 이런 믿음이 잠시 흔들릴 만큼 매섭고 엄했다. 얼어버린 땅은 빙판과 굴곡진 표면을 만들어 하차보병의 기동력을 저해하고 부상을 야기했다. 어려움 없이 만발을 맞춰내던 자격인증사격(I.C.Q.C) 능력도 추위로 느려진 반응속도와 두꺼운 방한피복으로 인해 100% 발휘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손과 발에 감각이 사라져가고 동상 증세를 호소하는 부하들이 늘면서 추위에 대한 두려움이 그 어떤 전염병보다도 빠르게 퍼졌다.

하지만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혹한 속에서도 우리는 충분한 준비를 기반으로 동계 전장에서의 한계를 극복해냈다. 먼저 지속지원 계획을 통해 마련한 고열량 식단으로 동상 대비와 체온조절에 힘썼다. 또한 방한복·내피를 비롯한 각종 방한 도구를 지급했으며, 출동 전 전투 실험을 통해 도출한 최적의 개인 텐트 내부 구성품목을 현장에서 적용해 취침 중 발생할 수 있는 동상을 막아내 비전투손실을 줄였다.

이제 우리 중대는 단순히 혹한을 버티는 것이 아닌 혹한에서 적을 압도할 수 있었다. 실제 동계 전장에서 구현해야 할 기계화보병중대의 전투수행방법을 공병, 포병, 군지대대와 연계한 제병협동훈련으로 철저하게 구현해냈다. 드디어 K21 장갑차는 본연의 기동력과 화력을 과시했고, 전장관리체계(BMS)를 활용한 사격요청·장애물 식별 등의 전문보고로 반복된 무전 없이도 분대부터 대대·여단까지 빠르고 간단하게 전장을 가시화할 수 있었다. 드론과 BMS체계 덕분에 적보다 멀리 보고, 적보다 먼저 결심할 수 있게 되면서 포병 관측반은 제때 고지를 점령해 연막을 지원했다. 공병은 도로대화구에 교량전차(AVLB)를 운용해 장갑차의 기동을 도왔다.

이번 훈련으로, 혹한에서 한계를 마주하더라도 우리의 능력과 충분한 준비를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또 언제 어디서든 적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북한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지만 우리 중대는 적 공격 시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준비가 돼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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