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전투원·민간인 적극 구별…피해 예방 위한 원칙 강조

입력 2024. 03. 08   15:55
업데이트 2024. 03. 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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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도법 바로 알기 - 적대행위에 관한 국제인도법의 기본 원칙 

테러조직 은신처 앞서 빵 파는 소녀
군사적 이익이냐 인도주의 실천이냐
딜레마 그린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민간인 직접 겨냥 공격은 전쟁범죄
교전 앞서 목표물 ‘적극 식별’ 필요
부수적 피해 대비 비례성 검토하고
사용 무기 종류·공격 방식 변경 통해
민간인 피해 최소화 위한 노력해야

 

군사적 필요성과 인도주의라는 상반된 가치 사이에서 선택의 딜레마를 보여 주는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군사적 필요성과 인도주의라는 상반된 가치 사이에서 선택의 딜레마를 보여 주는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영국·미국·케냐 3개국의 드론을 이용한 합동 군사작전을 그린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가 2016년 개봉했다. 테러조직의 은신처를 확인한 지휘부는 우여곡절 끝에 생포작전을 사살작전으로 변경하고 드론을 이용한 폭격을 결정한다. 그러나 공격을 앞둔 시점에 갑자기 나타난 어린 소녀가 폭발 반경 안으로 들어와 빵을 팔기 시작하면서 고위 정치인들 간에 치열한 법리 공방과 명분 싸움이 시작된다. 영화는 테러를 저지하기 위한 군사적 필요성과 인도주의라는 상반된 가치 사이에서 무엇을 우선시할 것일지 선택의 딜레마를 보여 준다. 이는 군사작전을 진행하면서 군 지휘부가 필연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 상황이기도 하다.

무력충돌 시 적대행위를 규율하는 국제인도법의 핵심 원칙 중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전투원과 민간인, 군사 목표물과 민간 물자를 구분해 공격은 오로지 전투원과 군사 목표물로 한정해야 한다는 ‘구별의 원칙’이다. 민간인 또는 민간 물자를 직접 겨냥해 고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명백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고의적인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민간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전투원과 민간인 또는 군사 목표물과 민간 물자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 구체적인 공격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군이 통제하는 지역을 무작위로 공격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무차별 공격이다.

미군은 교전규칙을 통해 교전에 앞서 ‘적극 식별(PID·Positive Identification)’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며 PID가 확보되지 않으면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공격 대상이 국제인도법상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이라는 합리적 확신’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포스터.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포스터.

 


PID가 확보되려면 먼저 공격하고자 하는 대상이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임을 확인해야 하고, 그 대상의 정확한 위치가 파악돼야 한다. 이러한 절차는 미군이 국제인도법상 ‘구별의 원칙’ 준수를 보장하기 위해 요구하는 정책적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인 밀집지역에 정밀하게 유도되지 않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도 무차별 공격에 해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했던 V1, V2 로켓은 기술적으로 정밀타격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단순히 대도시를 겨냥해 발사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는 오늘날 전형적인 무차별 공격으로 평가된다. 2007년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는 민간인 밀집지역에 집속탄을 장착한 비유도 미사일을 최대 사거리에서 발사한 행위를 무차별 공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공격 대상이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이더라도 그에 대한 모든 공격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건 아니다.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을 공격해도 어떤 식으로든 민간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미군조차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인명 손실이 언론에서 빈번하게 보도되곤 한다. 국제인도법에서는 이를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고 한다. 과거에는 일단 공격 자체가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면 일체의 부수적 피해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을 공격했더라도 그로 인한 부수적 피해가 과도할 경우 이를 무차별 공격으로 간주,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것으로 본다. 이처럼 공격으로 인한 부수적 피해가 과도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국제인도법에선 ‘비례성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이는 지휘관이 ‘군사 목표물에 대한 공격으로 예상되는 민간인 또는 민간 물자의 부수적 피해’와 ‘공격으로 기대되는 소기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군사적 이익’을 서로 비교해 민간의 부수적 피해가 과도할 것으로 예상되면 공격을 중단해야 함을 의미한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의 주요 장면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의 주요 장면들.



이 원칙은 1977년 제네바제협약 제1추가의정서 51조 5항에 근거하고 있다. 무력충돌 시 고의적으로 이 원칙을 위반하는 것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다만 이 원칙은 공격이 민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군사 목표물 주변에 민간 요소가 전혀 없다면 비례성 검토는 불필요하다.

비례성 검토는 상반되는 두 가지 가치를 비교해야 하므로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판단·적용될 수 있으며, 결국 군 지휘관 개인의 주관적 가치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을 보완하고자 많은 선진국이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해 비례성 분석을 지원하고 있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에 나오는 장면처럼 일정한 프로그램에 사용할 무기의 제원과 수량, 공격 방향 등을 입력하면 군사 목표물에 미치는 다양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근접한 건물과 인원뿐 아니라 해당 무기체계 사용 시 공격 대상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함으로써 지휘관이 ‘비례성의 원칙’ 위반을 회피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미국은 합참에서 발행한 ‘부수적 피해 평가 방법론(CDEM)’으로 ‘비례성의 원칙’ 적용을 위한 상세한 지침을 제공한다.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에 대한 공격으로서 민간인 또는 민간 물자에 과도할 정도로 부수적 피해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면, 그런 공격 자체는 국제인도법상 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에서 공격했던 테러조직의 은신처는 어린 소녀가 폭발 반경 안에 있었다는 점에서 윤리적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공격에 따른 군사적 이익과 비교할 때 적어도 법리적으로는 ‘비례성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교전 당사국은 공격에 앞서, 공격 중에 민간인 또는 민간 물자의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단한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에 특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의무를 국제인도법에선 ‘예방의 원칙’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공격에 사용되는 무기 수와 종류를 조정하거나 공격 방향·방식을 조정함으로써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공격 시점 역시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코소보 사태에서 나토군이 세르비아 국영방송국을 폭격할 때 민간인 활동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 새벽에 공격을 감행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선 전단 살포, 대량 문자 발송, 인근 표적에 대한 경무기 발사 등과 같이 공격에 앞서 유효한 사전경고를 하는 것도 유용할 수 있다.


필자 안준형은 서울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인도법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필자 안준형은 서울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인도법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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