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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훈련, 우리의 결의가 완성된 순간

입력 2024. 02. 29   16:16
업데이트 2024. 03. 0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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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병장 육군21보병사단 백석산여단
박찬호 병장 육군21보병사단 백석산여단


“우리는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지상전의 승리자가 된다!” 

지금까지 군 생활 중 다양한 훈련을 경험했고, 파견지에서 실제 상황도 겪어본 나로서는 이번 혹한기 훈련도 거쳐 가는 하나의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던 찰나 우연히 북한의 도발에 관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됐다. 나는 문득 정말 전쟁이 나는 건 아닌지,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상상하게 됐다. 내가 과연 군 정신전력 교육 시간에 배운 것처럼 극한의 상황에서도 용기를 가지고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잘 모르겠다’였다. 늘 군인정신에 대해 배워왔고, 고민해봤지만 실제로 그 상황에 대면했을 때, 내가 과연 그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명확한 대답을 듣고 싶었다. 내 마음속 진짜 대답이 궁금했다. 이에 혹한기 훈련을 실제 전투상황이라고 가정하고 훈련에 임하기로 마음먹었다.

큰 변화가 생겼다. 투입된 진지에서 적의 침투로를 예상해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무전기가 전하는 현 상황을 가슴 졸이며 듣게 됐다. 혹독한 추위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적의 발소리 같이 들렸고, 전우와 함께 장애물에 의지하며 생존의 의미를 깊게 깨달았다.

실전과 같은 훈련이 되기 위해서는 훈련의 내용보다 훈련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 훈련에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생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생기고 그 고민과 경험이 모이면 용기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부대 정훈장교는 지난 집중정신전력교육 시간에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용기가 없는 지식은 무익하고, 지식과 용기는 위대한 사람을 만드는 두 가지 요소다.” 즉 용기 없이 지식만을 가진 사람은 그 지식을 제때 활용하지 못할 것이며, 지식 없이 용기만을 가진 사람 또한, 그 용기를 헛되게 사용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지식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혹한기 훈련은 나에게 전장에서 싸울 수 있는 용기와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갈고닦게 만들어준 의미 있는 훈련이었다. 또한, 훈련 속에서의 불편함과 고통은 내가 누리고 있던 평범한 일상과 평화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나라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몸과 마음으로 느꼈으며 군인이라는 신분에 대한 책임감과 우리의 적이 누구인지,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더욱 강해졌다.

이번 혹한기 훈련은 나를 ‘지상전의 승리자’로 만들었다. 경험에서 나오는 용기와 지식, 마음에서 나오는 정의로움으로 적과 싸워 이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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