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전쟁기념관 ‘북한의 군사도발실’서 확립한 대적관

입력 2024. 02. 29   16:16
업데이트 2024. 03. 0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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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보 소령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포병여단
박진보 소령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포병여단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포병여단 정보과장 보직을 받고 처음 정보과 사무실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벽면에 붙어 있는 북한의 지도와 무기체계 식별도였다. 그 벽보들을 바라보니 단번에 내가 정보업무의 실무자가 됐다는 것이 실감났다.

우리의 주적인 북한군과 북한 정권은 군사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고, 한반도의 긴장감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특히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 멈추지 않는 북한의 도발을 지켜보며 여단 정보관계관 모두에게 생생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했다. 정보관계관들은 적의 정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실무자로서 유사시 그 누구보다 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포병여단 정보관계관 11명 대상으로 전쟁기념관 ‘북한의 군사도발실’에서 업무역량 강화교육을 진행했다. 이곳은 지난해 9월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신설된 전시관으로 내부에는 정전협정 이후 무려 3121회의 군사도발을 자행한 북한의 만행이 적나라하게 전시돼 있다.

각종 도표와 시청각 자료를 통해 북한의 도발 사례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것에 모두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사전 예약을 통해 전문해설사의 심도 있는 설명도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 우리는 신기하게도 예비역 포병장교 선배가 해설사로 배정돼 병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설명을 해주셔서 더 좋은 계기가 됐다.

견학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바로 적이 도발 때 실제 사용했던 장비들이 전시된 곳이었다. 1968년 1·21 청와대 기습 미수사건 때 사용했던 무전기, 1983년 독도 근해 침투 당시 사용한 1인용 호송 보트, 2014년 파주에서 추락한 북한의 무인기 기체까지…. 교범과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것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자세하게 설명을 들으니 지금 이 순간에도 도발을 계획하고 있을 적의 실체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시관 내부에는 ‘북한은 핵 무력을 자주권과 존엄을 수호하는 만능의 보검이라 주장하지만, 사실은 국제사회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의 도구라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체제 유지’에 급급한 그들의 도발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확고한 대적관도 신념화할 수 있었다. 이날 동행한 우리 정보관계관 모두는 이번 현장교육을 통해서 단순히 적에 대한 위협의식을 체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 정보를 다루는 실무자로서 개개인이 업무 전문성을 향상해야 한다는 동기부여와 적에 대한 올바른 정보(첩보) 제공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처럼, 적의 실체를 올바로 알고 확고한 대적관을 함양하고 싶다면 전쟁기념관 ‘북한의 군사도발실’ 견학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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