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함께이기에…자신 있기에…남수단 밝히리

입력 2024. 02. 29   16:55
업데이트 2024. 03. 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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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부대 18진 준비단, 주특기 교육 훈련 


교대 앞두고 도로보수 등 3주 교육
우기 맞은 현지처럼 지반 환경 조성
각종 중장비 활용 주보급로 다지고
모래바람 막아낼 튼튼한 초소 구축


지난달 28일 찾은 대전시 유성구 자운대 파병전담교육장. 땅은 우기를 맞은 남수단의 현지 도로와 비슷하게 헤집어놓은 탓에 엉망진창이었다. 그때 멀리서 도로 재건 중장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흐트러진 땅을 다지는 진동 롤러가 지나간 진흙탕은 누군가 가지런히 쓸어놓은 것처럼 깨끗해졌다. 다시 뒤돌아서 멀어져가는 장비들을 바라보자 장병들의 노고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동시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8개월 동안 고된 임무를 쉼 없이 반복할 한빛부대 18진 준비단 장병들의 주특기 교육 현장을 소개한다. 

28일 대전시 파병전담교육장에서 한빛부대18진준비단 장병들이 토목장비를 이용한 주특기훈련을 하고 있다.
28일 대전시 파병전담교육장에서 한빛부대18진준비단 장병들이 토목장비를 이용한 주특기훈련을 하고 있다.


‘평화의 도로’ 건설

매일 지나는 도로와 멀끔한 거리.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며 사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간절히 원하던 것일 수도 있다. 한빛부대는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나라 남수단에 기꺼이 누려야 할 평화와 희망을 선물하기 위해 10여 년째 주둔하고 있다.

진 교대를 눈앞에 둔 18진 준비단 장병들은 한빛부대의 도로보수, 유엔기지 공병지원, 사회기반시설 조성 등 3주 동안의 주특기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교육은 한빛부대의 모체인 1115공병단 주둔지와 파병전담교육장 일대에서 이뤄지고 있다.

백승화(대위) 토목1팀장이 무전기로 작전 지시를 내리자, 덤프트럭·로더·도저·그레이더·롤러 등 도로 재건을 위한 중장비들이 힘찬 엔진 소리와 함께 주보급로(MSR) 보수작전에 돌입했다. 보송한 흙을 싣고 온 덤프트럭이 흙을 땅에 쏟아내자 도저가 고르게 밀었다. 그레이더가 평탄 작업을 완료하면 진동 롤러가 단단하게 눌렀다. 고되고 지루한 작업이지만 장병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건기와 우기로 구분되는 남수단의 계절은 변덕스럽고 험악하다.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우기에는 총 1000㎜ 넘는 비가 내려 땅이 온통 갯벌처럼 변해버린다. 도로가 유실되고 물에 잠겨버리기에 차도, 사람도 움직이기 힘들다. 반면 한낮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건기에는 숨도 쉬기 어려울 만큼 덥고 건조하다.

이런 환경을 이겨내고 한빛부대원들이 건설, 보수하는 길은 남수단 국민들에겐 ‘생명의 도로’로 불린다. 이 때문에 엉망진창이 돼버리기 일쑤인 길을 보수해 식량·물자가 이동할 수 있는 도로를 개통하는 것은 한빛부대의 주요한 임무다.

부족·종교 간 갈등이 여전히 첨예한 남수단에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면 갈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유엔은 내다보고 있다. 남수단 주요 거점이 원활히 연결돼야 식량·물자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나아가 지역별로 나뉜 부족 간 갈등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훈련 현장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6·25전쟁 직후 폐허가 돼 좁은 국토와 빈곤한 자원으로 고통받던 대한민국이 재건되는 장면이 머릿속에 스쳤다.

백 대위는 “국가대표라는 마음으로 국위선양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파병 경험이 처음이라 긴장되지만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전우들과 함께이기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28일 대전시 육군1115공병단 주둔지에서 한빛부대18진준비단 장병들이 용접 훈련을 하고 있다. 대전=조종원 기자
28일 대전시 육군1115공병단 주둔지에서 한빛부대18진준비단 장병들이 용접 훈련을 하고 있다. 대전=조종원 기자


남수단엔 꿈과 희망을, 부대엔 복지를

한빛부대 18진은 남수단 주민들을 위한 민군작전은 물론 힘든 길을 자처한 파병 장병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작업에도 몰두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 인근 1115공병단 주둔지에서는 고가 초소 구축 훈련이 한창이었다.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경비대 장병들이 주둔지 경계·방호 임무를 수행할 초소를 짓는 작업.

초소에 창문을 달고 점검하는 마무리 단계가 한창이었다. 견고한 모양새로 남수단의 모래바람을 거뜬히 막아낼 듯 번듯했다. 박진욱 대위는 “초소 1개소를 짓는 데 4일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짧은 기간에 초소를 구축할 수 있는 비결은 모듈화된 조립식 자재로 제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 대위의 설명.

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도 거듭되고 있다. 한빛부대는 일정 계급 이상 간부가 1인 1실 숙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조립식 숙소를 추가 건립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성을 다하는 민군작전으로 주민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한빛농장과 한빛직업학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 7월 개장한 한빛농장에서는 주민들에게 농작물 경작 기술을 전수하고,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다. 2016년 4월 문을 연 한빛직업학교는 건축·용접·목공·전기·농업·제빵 등의 과정을 개설해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앞으로 남수단에서 18진 장병들이 이어받아야 할 임무다.


대한민국 대표하는 군사외교관

한빛부대 장병들은 하루 8시간씩 40도가 육박하는 땅에서 8개월 동안 쉼 없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척박한 땅에서 긴 시간 작전을 전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 하지만 한빛부대원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군사외교관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걱정을 이겨내고 있다.

한빛부대 소속으로 두 번째 파병길에 오르는 이범하(중령) 공병대장은 “일반공병 지원, 보급로 개설, 생존지원 임무에 대해선 대한민국 육군이 가장 뛰어나고 특히 한빛부대가 임무수행에 있어선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한빛부대에서 8개월 동안 임무를 수행하고 나면 야전부대 어디를 가도 잘한다, 사회에 나가서 곧바로 장비기사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부대원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대장은 “현지에서 임무수행을 하다 보면 남수단 주민들이 하트를 보내는 등 다양한 리액션을 보여주는데 그럴 때 전투복을 입고 있다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낀다”며 “빈틈없는 임무수행으로 한빛부대의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글=조수연/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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