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육군 실전성으로 승부한다!] ② 보병분대에 저격수 편성

입력 2024. 02. 22   16:09
업데이트 2024. 02. 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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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C1 소총에 조준경 달자 500m 거리 적이 십자선에 또렷이…
소총수, ‘일발필중’ 스나이퍼가 되다 

1월 교육훈련 실전성 제고 시행지침 
현대전 특성 반영 대대급에서 확대
육군12사단 KCTC 훈련서 시범 운용
중요 목표 제압 미군 ‘지정사수’와 유사
원거리 적 조기 식별 제압 아군 사기 높여
결과 토대 전술 운용 최적화 방안 마련
창끝부대 전투력 한 단계 더 향상 예상

현대전은 누가 도시지역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은·엄폐물이 겹겹이 산재한 도시에서는 적을 찾기 쉽지 않기에, 한 블록 너머의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정밀 사격 능력이 필요하다. 만약 소총수가 저격 능력까지 갖췄다면 어떨까? 육군이 보병부대의 저격 능력을 보강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적과 싸워 이기는 전투원 육성과 창끝부대 전투력 발휘를 위한 육군의 두 번째 획기적인 대책을 12보병사단 쌍호여단의 전투훈련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글=조수연/사진=조종원 기자 

KCTC 훈련에서 저격수 임무를 맡은 육군12보병사단 수도탈환대대 보병분대 소총수가 원거리 조준경을 장착한 K2C1 소총으로 적(대항군)을 조준하고 있다.
KCTC 훈련에서 저격수 임무를 맡은 육군12보병사단 수도탈환대대 보병분대 소총수가 원거리 조준경을 장착한 K2C1 소총으로 적(대항군)을 조준하고 있다.



21일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장.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산속에서 한 장병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500여 m 밖 건물에 숨어든 적(KCTC 전문대항군연대)을 조준하고 있었다. 그의 정체는 쌍호여단전투단 보병분대 소총수. 그는 원거리에 은신한 적을 어떻게 찾아낸 걸까?

육군은 지난 20일 시작한 쌍호여단의 KCTC 훈련에서 보병분대 소총수를 저격수로 시범 운용했다. 보병부대의 저격 능력을 보강해 현대전에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에 따라 육군은 여단에 보병분대당 원거리 조준경 1대를 지급했다. 소총수의 K2C1 소총에 6배율 원거리 조준경을 장착해 최대 600m까지 조준사격이 가능하게 한 것.

잠시 원거리 조준경을 빌려 500여 m 밖 건물을 바라보자 십자선 안에 대항군이 또렷하게 들어왔다. 조준경 하나면 중·장거리의 적을 발각될 위험 없이 제압할 수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수도탈환대대 김우석 일병은 처음으로 분대 저격수 임무를 수행했다. 김 일병은 사격 20발 중 19발을 명중시킨, 분대에서 가장 우수한 사격술을 보유한 병사다. 김 일병은 이날 훈련에서 멀리 떨어진 대항군을 제압하며 중·장거리 정밀사격 능력을 뽐냈다.

김 일병은 “6배율까지 확대가 가능한 조준경으로 조기에 적을 식별하고, 아군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사격을 하지 않더라도 관측 단계부터 유리하다”며 “대항군을 관측하고 제압할 때마다 분대 사기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쏜 총알 한 발로 우리 부대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성환(중령) 수도탈환대대장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조우전에서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거리부터 적을 제압·위협하는 저격 능력과 명중률을 분대가 갖춘다면 전투력 향상에 아주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격수를 엄호하며 기동하는 수도탈환대대 보병분대원들.
저격수를 엄호하며 기동하는 수도탈환대대 보병분대원들.

 

K2C1 소총에 장착한 원거리 조준경을 점검하는 장병.
K2C1 소총에 장착한 원거리 조준경을 점검하는 장병.



KCTC 훈련 적용

도시지역 전투에 최적화된 사격은 단거리와 원거리에서 튀어나오거나 숨어있는 적을 신속·정확하게 제압하는 것이다. 소총수가 500~600m 거리의 적을 맞추거나 위협 사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했다면 승률이 크게 올라간다는 게 육군의 분석이다.

최원식(준장·진) 육군본부 작전교훈차장은 “육군의 보병분대 저격수 편성은 최근의 전쟁 양상과 현대전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분석에서 밝혀졌듯 현대전에서는 저격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육군은 전훈 분석과 야전부대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1월 ‘교육훈련 실전성 제고 시행지침’을 하달했다. 지침에는 적과 싸워 이기는 전투원과 부대를 육성하고, 창끝부대 전투력 발휘 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담았다.

여기에 보병대대 저격 능력을 보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올해 첫 KCTC 훈련에 이를 시범 적용했다. 편제명은 기존 ‘소총수’에서 ‘소총수/저격수’로 변경했다. 저격수 1명·관측수 1명이 함께 움직이는 일반적인 저격팀과 달리 소총수가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보병분대와 행동하면서 중요한 목표물을 제압하는 미군의 ‘지정사수’ 개념과 유사하다.

육군이 소총수 장비를 보강해 대대급에만 편성돼 있던 저격수를 보병분대까지 편성한 것은 창끝 전투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편제 인원을 확대하지 않고도 효과적인 전술적 운용을 가능케 한 현실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이상철(대령) 쌍호여단장은 “KCTC 훈련으로 모든 부대원들이 전장 상황을 몸으로 체험하며 실전적인 전투 수행 능력을 검증·배양하고 있다”며 “특히 분대 저격수의 효과적 배치·운용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분대 저격수 운용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거리 조준경 십자선 안에 또렷이 들어온 대항군 모습.
원거리 조준경 십자선 안에 또렷이 들어온 대항군 모습.



인원·장비 보강방안 검토

KCTC는 지난 20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24-1차 전투훈련에서 12사단 쌍호여단과 전문대항군연대의 쌍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육군은 이번 쌍호여단의 훈련 결과를 토대로 저격수의 전술적 운용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특히 KCTC의 과학적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대 단위 저격수 운용 최적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군(사)단 단위 집체·순회교육, 육군 최정예 300 최우수 저격수팀 선발, 부대별 자체 경연대회 등으로 분대에 편성된 저격수의 사격술과 훈련 수준을 높일 예정이다. 아울러 저격소총 추가 전력화 계획을 고려한 보병대대 저격반의 인원·장비 보강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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