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무학교, 증강현실(AR) 기술 기반 교육·훈련체계 시연 현장
HMD 착용하자 3차원 공간 펼쳐져
안면·흉부외상 처치 등 임무 부여
교육용 모형·AR 기술 등 접목
시·공간 제약 없이 실전 훈련 가능
최종 검토 후 의무요원 교육 추진
환자 후송·처치 등 행동화 중점
맞춤형 교육·일대일 강의도 가능
저비용·안전·교육소요 최소화 이점
우리 군이 다양한 교육·훈련에 첨단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교육은 불가능했던 훈련을 가능케 하고, 제약됐던 시·공간의 벽을 허물게 한다. 이를 통해 교육·훈련 효과를 극대화하며 전투력을 끌어 올린다. 군 의무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4일 국군의무학교에서 진행된 증강현실(AR) 기술 기반 교육·훈련체계 시연 현장을 다녀왔다. 글=서현우/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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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훈련 전 과정 AR 기술 적용
AR 기술 기반 교육·훈련체계 시연이 열린 의무종합훈련센터 내 강의장에 들어서자 휑한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넓은 강의장 공간에는 교육용 인체모형(더미)과 몇몇 장비들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연이 시작되고 AR이 구현되자 공간은 의무상황 환경과 의무지원 물자·장비로 채워졌다. 현실 공간에 가상의 사물·정보가 더해지며 실제 임무현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시연을 맡은 교관이 홀로렌즈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머리에 썼다. 그러자 장비가 보여주는 시야로 3차원 안내 창이 뜨며 교육 상황이 부여됐다. ‘○○○고지에서 교전 중 아군의 집결지에 적 포탄이 터져 환자가 발생했다. 환자 손상 상태에 따라 적절한 응급처치를 시행한다. 현재 후송 차량이 대기 중이며 15분 후 출발 예정이다.’
주어진 시간은 15분. 바닥에 눕혀진 교육용 모형의 환자는 안면외상과 함께 대량출혈 중이다. 교관은 AR 환경에서 부여되는 절차에 따라 환자를 처치하기 시작했다. 기도를 확보하고 구강 내 이물질을 제거한 뒤 비인두 기도기를 삽입했다. 상처난 부위를 지혈하고 붕대를 감기도 했다.
추가 상황이 부여돼 전투복을 제거하자 흉부외상 처치 임무가 주어졌다. 교육용 모형과 AR을 접목해 실제 구현하기 어려운 상황을 조성한 것. 교관은 처치를 이어가며 AR 창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때마다 처치를 위한 정보와 임무들이 3차원 공간에 나타났다. 교관은 허공을 허우적거리는 모습이었지만, 홀로렌즈 너머로는 실제와 같은 장면들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이번에는 시연을 위해 잘못된 처치를 선택하자 AR 공간에 오답 표기가 나타났다. 제한시간 내 처치를 마치자 AR 공간에서 영상도 재생됐다. 교관이 수행한 시연 모습이었다. 일종의 디브리핑이다. 자신이 수행한 처치를 다시 한번 살펴보며 잘된 점과 고쳐야 할 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연을 선보인 강은주(육군대위) 교관은 “AR 기기를 통해 같이 학습하고 전체적인 절차를 직접 적용해 볼 수 있어, 단순 강의나 실습보다 더욱 현실감 있고 빠르게 환자처치를 배울 수 있다”며 교육생들의 실전적 능력 향상에 기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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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의무요원 교육에 적극 활용
의무학교는 지난해부터 AR 기술 기반 교육·훈련체계 구축을 본격 추진했다. 4차 산업의 핵심인 가상·증강현실 교육을 적용해 교육 효과를 높이면서, 교육 소요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의무종합훈련센터 개소를 전후해 AR 교육 콘텐츠를 개발했고, 정보체계와 장비기술 검수를 완료한 뒤 이날 시연 행사를 열었다.
현장에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군의무사령부, 육·해·공군 의무실 등 군 관계자는 물론 보건복지부, 중앙119구조본부, 국립중앙의료원, 대학 보건·간호학과 관계자들도 참석해 AR 교육·훈련 체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시연 행사 내내 의무학교 교관들에게 체계 도입과 운영 방식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의무학교는 군 의무요원뿐만 아니라 소방·경찰·민간 등 재난대응 유관기관 대상 교육도 확대할 방침이다.
의무학교는 AR 교육·훈련 체계의 최종 검토작업을 마치면 바로 간부·병 의무요원 교육에 적용할 계획이다. AR과 실 교보재를 정합한 실전적 실습 과제, 환자후송·처치와 의무지원 계획 같은 필수과업 등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환자처치 과업에서는 총상·대량출혈·화상 등 부상자의 상태에 따른 응급처치를 주요하게 다룬다. 환자후송 과업은 후송대기지점에서 긴급·응급·비응급 등 환자후송 순위와 환자를 옮기는 행동화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 의무지원 계획에서는 상황발생 장소 자원투입을 위한 대응·방책토의 등을 집중 전개한다. 특히 광대역·객체용 스캐너를 통해 교관이 직접 교육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광대역·객체용 스캐너 장비를 소개한 손희명(육군대위) 교관은 “기존의 여러 의무지원 물자 없이도 실제와 같은 교육·훈련이 가능해진 것”이라며 “응용력은 물론 확장성과 효율성도 높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무학교는 이번 AR 기술 기반 교육·훈련체계 구축을 통해 시·공간 제약 없이 실전적으로 훈련할 수 있게 됐다. 이동전개형 의무시설과 함정·헬기 등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환경은 물론 다양한 우발상황도 구현하게 됐다.
교관이 필요한 훈련체계를 직접 제작해 맞춤형 과제를 시기적절하게 만들어내고, AR 장비로 다수 교육생과의 일대일 강의 효과도 볼 수 있게 됐다.
이도학(육군중령) 의무전술학처장은 “순수하게 가상현실로 이뤄진 VR이 상황체험만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AR은 현실상황에 기반해 행동화 술기 숙달을 가능토록 한다”며 “저비용, 안전확보, 교육소요 최소화라는 이점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군 의무교육도 첨단화·과학화되고 있고, 이런 변화가 전·평시 응급현장에서 장병의 생명구호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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