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우명소 시즌2

[우명소 시즌2] 10개월 전직지원교육 반납하고 혹한기 훈련도 함께

입력 2024. 02. 16   16:53
업데이트 2024. 02. 1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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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대 명품 전우를 소개합니다-시즌2
육군21보병사단 금강대대 최원혁 대위 

민통선 파견 중대장 임무 끝까지 완수
군인정신 투철하고 책임감 강해
군 적응 힘든 장병은 힘 북돋고
치료 필요한 부대원 병원까지 동행
“군 생활은 인생서 가장 보람된 시간”
현역 재임용제도 통해 재임관 도전

육군21보병사단 최원혁(맨 앞줄 왼쪽 넷째) 대위가 강원도 양구군 일대에서 제설작전을 끝낸 뒤 중대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육군21보병사단 최원혁(맨 앞줄 왼쪽 넷째) 대위가 강원도 양구군 일대에서 제설작전을 끝낸 뒤 중대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선택의 순간에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쪽을 고른다.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하지만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직지원교육을 미룬 육군 장교가 있다. 바로 육군21보병사단 금강대대 최원혁 대위다. 최 대위는 10개월간의 달콤한 시간을 포기하고 마지막 혹한기 훈련까지 중대원들과 함께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박상원 기자/사진=부대 제공 
“동생 같은 중대원들을 두고 교육을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임무를 수행한 게 오히려 저에게는 행복이었습니다.”

최 대위는 오는 29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군문을 떠난다. 통상 지금 시기에 전역을 앞둔 간부들은 ‘전직지원교육’에 입교해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최 대위는 부대를 떠나지 않고 중대원들과 끝까지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해 4월 전역 준비를 위해 교육 입교를 준비하던 최 대위는 부대를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의 출입을 통제하는 임무를 총괄했다.

“입교를 준비할 시기에 민간인들이 민통선 2곳을 무단 침입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일로 유엔군사령부에서도 점검을 나오는 등 사태가 심각했죠. 이 상황에서 제가 중대원들을 두고 교육을 가는 게 적절치 않았습니다.”

전직지원교육 입교 반납이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 최 대위는 “인생을 길게 봤을 때 오히려 옳은 선택이라고 믿었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가 근무하던 시기엔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민통선 인근에 관광객이 몰리며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비교적 업무를 잘 아는 제가 빠지면 남아 있는 중대원들의 임무 수행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주위에선 최 대위의 결정에 ‘의문부호’를 던졌다. 편한 길을 두고 왜 어려운 길을 가냐는 말이 많았다.

“주변 사람들은 속된 말로 바보같이 왜 그런 선택을 하냐고 이야기했습니다. 10개월간 집에서 편하게 수업을 들어도 월급이 매달 나오는 상황에서 무모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시의 선택에 후회가 없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최 대위는 그렇게 민통선 파견 중대장 임무를 잘 마무리하고 지난해 11월 부대로 복귀했다.

전직지원교육을 반납한 최원혁 대위.
전직지원교육을 반납한 최원혁 대위.


마지막까지 중대원들과 충실하게

최 대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강원도 양구군 일대에서 실시된 혹한기 훈련에도 중대원들과 함께했다.

훈련기간 최 대위는 중대원들에게 적 국지도발 대비작전 개념을 상기시키고 경계태세 발령에 따른 거동수상자 동선 추적과 차단을 위한 봉쇄선 점령 및 탐색·격멸작전 등을 이끌며 마지막까지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했다.

교육을 갔다면 안 해도 됐을 고된 혹한기 훈련이었음에도 그의 얼굴을 밝았다. 조금이나마 더 옆에서 챙겨 주고 함께 임무 수행을 할 수 있어 마음이 편했다고 한다.

평소 최 대위는 부대에서도 군인정신이 투철하고 책임감 강한 간부로 정평이 나 있었다. 군 생활 적응이 힘든 장병에게는 친형처럼 다가가 힘을 북돋아 줬다. 또 부상이나 질병으로 치료가 필요한 중대원은 병원까지 동행하며 가족처럼 아끼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다시 군인으로 거듭나고 싶은 최 대위

전직지원교육을 반납하고 중대원들과 다시 함께한 기간, 최 대위는 자신에게 군인이 어울리는 것 같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결국 최 대위는 다시 한번 군문을 두드리기로 결정했다. ‘현역 재임용제도’를 통해 아직 남은 꿈과 열정을 더 크게 펼치려고 한다.

최 대위는 “어릴 적부터 전투복을 입는다는 게 늘 자랑스러웠습니다. 돌이켜 보면 군 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군문을 떠나는 게 아쉬워 다시 한번 도전해 보려 합니다”고 설명했다.

최 대위는 오는 6월 임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직지원교육을 반납하고 중대원들에게 돌아왔던 10개월이 그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군인들의 처우도 좋아지고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점도 그가 재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군인만 한 직업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역 군인들에 대한 처우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오히려 사회보다 낫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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