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시가전 장애물 많은 야외 훈련 대신…‘실전 같은 VR 전투’

입력 2024. 02. 16   16:33
업데이트 2024. 02. 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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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6보병사단, 스마트 도시 전투기술 훈련

눈 앞으로 적 드론 날아오고 포화 쏟아져
K2C1 모의총기, 반동·소음까지 ‘현실적’
건물 계단 오르자 발판 경사도 함께 작동
정밀사격시스템, 별도 장비 없이 훈련 가능 
쌍방훈련 할 수 있어 전투력 향상에 큰 도움


‘가상현실(VR)만으로도 훈련이 충분할까?’ 익숙한 듯 낯선 VR 기술.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실전적인 훈련은 무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쉬이 떨치기 힘들었다. 하지만 VR 훈련 현장을 지켜본 뒤 이런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군에게도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육군56보병사단 삼각산여단 장병들의 스마트한 도시지역 전투기술 훈련 현장에 다녀왔다.
글=조수연/사진=김병문 기자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한 장병이 정밀사격시스템을 활용해 벽면에 출현한 적을 제압하고 있다.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한 장병이 정밀사격시스템을 활용해 벽면에 출현한 적을 제압하고 있다.



아군 오인사격까지 구현…현실감 있는 VR 훈련

낯선 도심에 뚝 떨어진 캐릭터 하나. 한참을 뛰어 주위를 둘러보니 왠지 익숙한 공간. 국회의사당 정문 앞이었다. 지휘용 화면에 뜬 ‘적 포탄 낙하’를 클릭하자 적 드론이 날아오르고 포화가 쏟아지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지금 체력을 많이 올려놔서 살아남을 수 있었지, 하마터면 전멸할 뻔했어! 후방도 잘 경계해야겠다.”

중대장의 불호령에 장병들이 소총을 다시 꽉 잡는다. 보복을 위해 진입한 건물. 적을 수색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자 발판의 경사도 함께 기울어졌다.

VR로 구현한 여단의 도시지역 전투기술 훈련이다.

사단은 첨단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다양한 교육훈련체계를 개발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유격훈련에 VR을 도입했다. 육군사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어 최첨단 VR 훈련장비를 갖춘 소부대 과학화전투훈련장을 활용하는 것. 올해 처음 시작한 VR 훈련은 육사생도들의 훈련이 없는 시기에 이뤄진다.

훈련은 VR 장비를 착용한 장병들이 분대장·중대장의 지휘에 따라 대항군을 격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훈련에서 직접 투입되기 어려웠던 지하철·국회 등을 가상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K2C1 모의총기는 공포탄과 유사한 반동·소음이 구현돼 실감 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온도·습도·기압·풍속·풍향·계절·구름양부터 적 출현 규모까지 상황을 섬세하게 부여할 수도 있다. 심지어 아군을 적으로 잘못 판단한 오인 사격으로 목숨을 잃는 상황도 구현된다.

훈련장 2층의 정밀사격시스템(MARS)은 벽면에 영상을 쏘는 방식으로 훈련 공간을 만들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운 장비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덕분에 자유롭게 움직이며 훈련을 받을 수 있다.

헬멧에 부착된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주변환경을 움직이고 교육생이 얼마나 정확하게 표적을 맞혔는지 알려준다. 각개 전투 훈련, 종합 전술 훈련, 정밀 사격 등 다양한 훈련을 경험할 수 있다.

녹화된 훈련 영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훈련생 개개인의 훈련 결과를 분석해주는 보고서도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게임처럼 즐기는’ 훈련 정도로 치부할 게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VR 장비를 점검하며 훈련 준비 중인 장병.
VR 장비를 점검하며 훈련 준비 중인 장병.



‘도시 맞춤형’ 확 바뀐 유격훈련

사실 VR 훈련 기술은 전방 부대보다 지역방위사단에 더 유용하다. 시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을 작전지역으로 하는 만큼 민간 마찰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지하철·국회의사당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장소나 국가중요시설을 작전지역으로 하기에, 평시 훈련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예비군 훈련까지 맡은 지역방위사단 특성상 훈련 기회가 현저히 적다.

사단은 이처럼 민간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겪는 여러 가지 문제의 돌파구를 VR 훈련에서 찾았다. 마일즈장비 없이도 쌍방훈련을 할 수 있어 더욱 실전적이다. 올해 사단 VR 훈련의 시작을 알린 삼각산여단은 이번 훈련의 미흡점을 도출하고 보완해 분기마다 도시지역 전투기술 훈련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날 훈련을 지켜보던 이명해(중령) 백운대대대장은 “악기상과 민간 마찰요소 없이 실감 나는 환경에서 마음껏 훈련하는 장병들을 보니 흐뭇하다”며 “특히 중대장·분대장들의 지휘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운대대대 장병들이 각종 VR 장비를 착용한 채 대항군을 제압하고 있다.
백운대대대 장병들이 각종 VR 장비를 착용한 채 대항군을 제압하고 있다.



야외훈련보다 실전적인 면도…

훈련에 참가한 장병들은 “야외훈련보다 오히려 박진감 넘치는 훈련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가상현실 속 대항군을 제압하지 않으면 내가 죽는 훈련. ‘적이 있다 치고’ 식으로 진행하는 훈련보다 실전성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중대장·분대장 임무를 맡은 장병들은 장병 한 명 한 명 따라다니며 지켜봐야 하는 야외훈련보다 맞춤형 피드백을 주기 쉽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대장 임무를 수행한 윤찬 대위는 “같은 훈련을 여러 번 숙달할 때마다 전투기술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 중대원들을 보며 훈련의 성과를 체감했다”며 “도시지역작전에서 소부대 전투기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말했다.

분대장으로 활약한 이수찬 상병은 “처음 접하는 VR 훈련이라 마냥 신났었는데 분대장을 맡아 미숙한 지휘로 전우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견장의 무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훈련이었다”며 “실제 작전에 투입됐을 때의 두려움을 줄여준 실전적 훈련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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