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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쓸모의 쓸모에 대한 예술적 탐구

입력 2024. 01. 30   16:18
업데이트 2024. 01. 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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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조각가 정현 개인전 ‘덩어리’
침목·폐자재·고철 등 버려진 재료의 물성과 가능성 함축적 조망 

정현 작‘점유하는 돌’
정현 작‘점유하는 돌’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덩어리’는 침목, 폐자재, 고철 등 버려진 재료들로 인물상, 군상을 제작하면서 재료의 물성과 가능성을 탐구해 온 작가 정현의 개인전이다. 

한국 현대 조각사에서 정현은 매우 독자적인 위치를 갖는다. 추상 표현의 물결이 일던 1980년대 한국 미술의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진 곳에서 꾸준히 인체조각에 천착해 온 점이나 조각의 범주에서 통용되지 않던 것들을 조각화해 온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1980년대 후반에는 예술의 가장 근본적 탐구 대상인 인체를 작업하기 위해 해부학을 공부하면서 인간 실존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작품은 석고와 마닐라삼을 이용해 제작한 뼈대 중심의 인체 표현이 주를 이룬다.

정현은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내면서 전시를 새로운 재료를 탐구하는 계기로 삼았다. 석유 찌꺼기인 콜타르, 폐철근,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 등 폐기를 기다리는 재료들에 각자의 역할을 부여했다.

'무제'
'무제'

 

'녹드로잉'
'녹드로잉'



전시 제목 ‘덩어리’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매체의 물성을 극대화하는 작가의 접근방식,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발견되는 조형적 특징을 상징한다.

하찮거나 쓸모를 다한, 그러나 시간과 경험의 결이 응축된 재료의 속성에 주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비조각적 재료를 조각화하는 정현 특유의 작업세계를 함축적으로 조망한다.

전시에서는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조형적 흐름과 함께 조각, 판화, 드로잉, 아카이브를 포괄적으로 소개한다.

육중한 무게를 견디며 세월을 집적해온 침목, 산불에 연소해 검게 그을린 목재, 그리고 수십 톤에 달하는 파쇄공 등이 어떻게 그의 작업 안에서 조각화됐는지 볼 수 있다. 송시연 기자/사진=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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