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세계 최강 공군력 미와 격차 줄일 러 ‘비밀병기’

입력 2024. 01. 30   16:30
업데이트 2024. 01. 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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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무기와 미래 전쟁 - 무인전투항공기 ‘S-70 아호트니크-B’ 

수호이·미그 설계국서 공동개발
미 X-47B 페가수스와 닮은꼴
스텔스 기능에 정밀유도무기 장착
지난해 우크라이나서 실전 평가 완료
AI 탑재 완전자율 6세대 진화 목표

아호트니크-B는 수호이와 미그 설계국이 러시아 항공우주군을 위해 공동개발 중인 차세대 무인전투항공기다. 출처=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아호트니크-B는 수호이와 미그 설계국이 러시아 항공우주군을 위해 공동개발 중인 차세대 무인전투항공기다. 출처=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미국을 선두로 세계 각국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는 무인전투항공기(UCAV)는 자타 공인 미래 항공전의 주역이다. 그런데 UCAV 개발·생산에서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러시아가 최근 UCAV 양산 및 실전 배치를 앞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S-70 아호트니크(Okhotnik)-B로 알려진 러시아의 양산형 UCAV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실전 평가까지 완료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의 UCAV 개발과 아호트니크-B

러시아어로 ‘사냥꾼(Охотник)’을 뜻하는 아호트니크는 러시아 항공우주산업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수호이(Sukhoi)와 미그(MiG) 설계국이 러시아 항공우주군을 위해 공동개발 중인 차세대 UCAV다.

2014년 지상 시험을 위한 실물 크기의 모형이 제작됐고, 초기형 시제기(Prototype)는 2017년 7월 처음 일반에게 공개됐다. 완전자율 지상 시험은 2018년 11월 노보시비르스크 항공기 생산 연합공장(NAPO·Novosibirsk Aircraft Production Association) 활주로에서 진행됐다. 당시 아호트니크-B는 최고 200㎞/h의 지상 활주 속도를 기록했다.

2019년 1월 18일엔 본격적인 비행시험을 위한 3번째 시제기가, 6일 뒤에는 비행 가능한 또 다른 시제기가 확인됐다. 같은 해 5월부터 8월까지 활주로 주변에서 이착륙 및 장주비행(Traffic Pattern) 등 다양한 비행시험이 이뤄졌으며 8월 7일에는 러시아 국방부가 첫 비행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9월 27일에는 Su-57과 나란히 비행하는 동영상이 추가 공개됐으며 러시아 국방부는 “아호트니크-B 시제기가 Su-57의 통제하에 다양한 공대공 및 공대지 임무 수행 능력을 시험했다”고 밝혔다. 2021년 12월, 보다 성능이 개량된 아호트니크-B 시제기가 완성된 데 이어 2023년 말까지 3대의 시제기가 추가로 제작됐다. 2021년까지 비유도무기에 대한 시험이, 2022년까지 정밀유도무기에 대한 시험·평가가 진행됐다. 2023년 6월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실전에 투입되기도 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아호트니크-B와 미국의 X-47을 비교한 모습. 의도적으로 미국의 X-47보다 아호트니크-B의 각종 수치를 크게 만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아호트니크-B와 미국의 X-47을 비교한 모습. 의도적으로 미국의 X-47보다 아호트니크-B의 각종 수치를 크게 만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독특한 외형

본격적인 양산과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는 아호트니크-B는 미국이 자랑하는 RQ-170 센티넬(Sentinel) 혹은 X-47B 페가수스(Pegasus) 다목적 무인항공기(MUAV)와 유사한 외형이 특징이다. 일부 전문가는 2011년 12월 5일, 이란이 나포한 RQ-170을 기반으로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해 아호트니크-B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대한 삼각자를 연상시키는, 수직 및 수평꼬리날개가 없는 전익기 형태의 아호트니크-B는 복합소재와 스텔스 기술을 활용해 레이다 반사 면적을 극단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길이 14m, 날개 폭 19m, 기체중량 20톤(추정)에 최대 이륙중량은 25톤, 각종 항공무장 2톤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새턴(Saturn) AF-41FM1 파생형 엔진 한 대가 동체 중앙에 장착돼 있으며 최고 속도 1000㎞/h, 전투행동반경 3500㎞에 최대 항속거리는 6000㎞다. 하지만 아호트니크-B가 기존 MUAV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밀유도무기를 활용한 지상 폭격과 공대함 공격, 공대공 전투 능력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아호트니크-B가 트리지콘(Tzirkon)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의 개량형인 라친카(Larchinka)-MD 및 그리민(Gremin) 미사일, 킨잘(Kinzhal) 극초음속미사일을 소형화한 그라주(GZUR) 등의 운용 능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스텔스 능력을 갖춘 아호트니크-B와 공대공 혹은 공대지 극초음속미사일의 결합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물론 미군의 방공망을 뚫고 전략 목표를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전 배치 서두르는 러시아

최초 계획보다 개발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아호트니크-B를 제작하고 있는 수호이와 미그의 개발의지는 확고하며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실전 배치와 함께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차세대 전투기인 Su-57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Su-27, MiG-29 등 노후화된 구형 전투기들까지 대체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을 탑재해 단순한 유인전투기의 보조 역할이 아닌 완전자율 6세대 무인전투기의 진화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아호트니크-B의 전략적 가치를 미 공군의 차세대 다목적 무인전투기 스카이보그(Skyborg)와 비교하기도 한다. 만약 아호트니크-B의 실전 배치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러시아 국방부의 미래 전쟁 대비계획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과 같이 조종사들의 손실을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공세 혹은 방어와 관계없이 아호트니크-B를 대량 투입해 공중우세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가 아호트니크-B의 실전 배치를 서두르고 있는 배경엔 교착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국면 전환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다음 단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미 공군의 항공우주전략 때문이라는 것. 지금까지 제공권(air supremacy) 장악을 위해서는 선제공격으로 적군의 방공망을 붕괴하고 압도적 성능을 갖춘 제공전투기를 선두로 적군의 전투기들을 격멸하는 게 기본이었다. 실제로 F-22 및 F-35 스텔스 전투기와 B-2 스텔스 폭격기를 보유한 미 공군의 파상공세를 막을 수 있는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미 공군은 B-21 레이더(Raider) 폭격기와 스텔스 UCAV를 적극 활용해 아예 미래 공중전의 개념 자체를 완전히 뒤엎어 버린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의 미래 공중전

미 공군이 준비 중인 미래 공중전은 적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선제공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공중전 전략과 별다른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최첨단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지금, 이를 실행하기 위해선 엄청난 기술적 진보는 물론 막대한 첨단 무기가 사전에 준비돼야만 한다.

중요한 사실은 놀라운 기술적 진보로 미국이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미국과의 군사적 격차가 벌어지는 현실은 러시아 국방부가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목이 잡힌 러시아 국방부가 새로운 첨단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최정예 조종사를 양성하며, 전력을 재편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점점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의 군사적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아호트니크-B가 주목받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공중전은 스텔스, 유·무인 복합기술, 최첨단 차세대 통신기술, 증강현실·가상현실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국방부 역시 Su-57과 아호트니크-B의 조합을 통해 일련의 변화에 적응하고자 노력 중이며 시행착오를 거치며 구체적인 성과를 하나둘 거두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여전히 압도적 기술 우위를 자랑하는 미 공군을 상대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점 역시 인정한다. 하지만 미국 이외의 유럽 혹은 다른 서방세계 국가를 대상으로는 Su-57과 아호트니크-B의 조합을 통해 확실한 전술적 우위, 부분적 전략적 우위가 가능하다는 게 러시아의 주장이다. 새로운 공중 위협에 대한 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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