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찢길 듯 기록적 추위에도 “조종사 구하라” 거침없이 뛰어들어 조난자 몸, 와이어와 엉키면 그대로 잘려 나갈 절체절명 순간 반복 또 반복…구조 절차, 몸이 기억하도록
공군6탐색구조비행전대 항공구조사가 지난 25일 충북 진천군 초평저수지에서 진행된 혹한기 전투탐색구조훈련 중 얼음물에 빠진 조난자를 구조용 바스켓에 실어 구조하고 있다.
공군6탐색구조비행전대 항공구조사(SART·Special Air force Rescue Team)는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어떤 악천후도 가리지 않는다. 전천후 탐색구조 능력을 유지·발전시키고자 최악의 환경을 찾아가 훈련을 벌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난 조종사의 생명을 구한다는 숭고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 역대급 한파에도 얼음을 깨고 입수한 항공구조사들의 혹한기 전투탐색구조훈련 현장을 다녀왔다. 글=김해령/사진=이경원 기자
“조종사를 구하라”…망설임 없이 얼음물 입수
“민가를 피해, 최대한 민간인이 없는 곳으로 ‘이젝션(Ejection·탈출)’하겠다. 긴급 구조를 요청한다!”
매서운 한파가 이어진 지난 25일.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충북 진천군 초평저수지에서 주황색 연막이 피어올랐다. 이 일대 상공에서 비행 중이던 단좌 전투기 조종사가 기체 결함으로 비상 탈출해 차가운 얼음물에 빠져 간절히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 당시 저수지 인근 기온은 영하 7도였고, 체감수온은 이보다 훨씬 떨어졌다.
겨울철 영하 온도에서 얼음물에 빠졌을 때 조난자의 생존시간은 최대 15분이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될 경우 조난자는 저체온증에 걸린다. 물의 흐름 예측이 어렵기에 의식을 잃으면 얼음물 속에 갇혀 사망할 가능성도 높다.
“전달! 전달! 전달! 13시30분 부 스크램블(긴급발진) 발령! 사유 탐색구조!”
초평저수지에서 약 20㎞ 떨어진 청주기지. 6전대 항공구조사들에게 구조작전 명령이 하달됐다. 항공구조사들은 HH-32 탐색구조헬기를 타고 조난 현장으로 출동했다.
조난 조종사 구조를 완료한 후 바스켓을 정리하는 기내 항공구조사.
항공구조사와 조난자를 끌어올리는 HH-47 탐색구조헬기.
절체절명의 순간, 멀리서 날카로운 프로펠러 회전음이 들렸다. 항공구조사들이 탑승한 탐색구조헬기들이었다. 단 몇 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탐색구조헬기들은 조난 조종사 머리 위 약 10m 높이에서 정지비행(Hovering)하며 구조용 인양기(Hoist)를 내렸다.
인양기를 잡고 내려간 항공구조사는 조난자 위치를 탐색한 뒤 한 치 망설임 없이 얼음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준급 잠수 실력으로 탐색에 성공한 항공구조사들은 조난 조종사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조용 고리(Rescue strop)를 활용한 구출작전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헬기에 있는 항공구조사에게 수신호로 상황을 알렸다.
구조용 고리는 조난자의 상태가 양호하고, 구출작전 지역이 적 위협에 노출돼 신속한 이탈이 필요할 때 주로 사용되는 기법이다. 저공으로 공중에 떠 있는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온 항공구조사가 조난자를 고정하자 헬기가 구조사와 조난자를 순식간에 인양하고 지역을 이탈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구조팀은 숙련된 동작으로 조난 조종사를 구해 헬기로 끌어올린 다음 공군항공우주의료원으로 향했다. 항공구조사들은 이동 중 기내에서 조난 조종사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응급처치했다. 훈련은 조난 조종사를 안전하게 항공우주의료원으로 후송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항공구조사지만 이날 만큼은 ‘일일 조난 조종사’ 역할을 맡은 박동훈 하사는 “극한의 환경에서 조난된 조종사가 돼보니 우리(항공구조사)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조종사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숭고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힘든 훈련을 견뎌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훈련은 얼음물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복잡한 구조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뤄졌다. 탐색구조헬기 종류와 상황에 따라서도 구조 방식을 달리했다.
HH-60를 타고 저수지로 날아 온 항공구조사 안효근 중사에게는 의식을 잃거나 척추·두부 손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조종사를 구하는 상황이 주어졌다. 안 중사는 인양기를 잡고 내려간 뒤 해당 조종사의 상태를 확인한 후 기내 항공구조사를 바라보며 팔로 ‘L’자를 그렸다. 구조용 들것인 레스큐 리터(Rescue Litter)가 필요하다는 수신호다.
기내 항공구조사는 곧바로 레스큐 리터를 내려보냈다. 레스큐 리터는 조난자를 고정하는 벨트 결합 절차가 많다. 움직이지 못하는 조난자를 안전하게 올려야 하기에 철저한 안전점검도 필수다. 항공구조자의 실수로 조난자 몸이 와이어와 엉키면 손이나 다리 같은 경우는 그대로 잘려 나간다고 한다.
안 중사는 헬기가 일으키는 강풍과 물살을 이겨내며 침착하게 조난자와 레스큐 리터를 고정해 헬기로 올려보냈다. 구조작업은 기본적으로 온몸에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HH-47에 탑승한 최민근 하사가 맞닥뜨린 조난자는 다쳤지만, 의식이 있고 몸 상태가 온전했다. 최 하사는 기내 항공구조사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구조용 바스켓(Rescue Basket)을 달라는 수신호다. 최 하사는 “강한 바람에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수경에 계속 들러붙어 시야 확보가 안 됐지만, 수없는 연습 덕분에 몸이 기억해 무사히 결합할 수 있었다”며 “마지막 잠수로 단단히 결합된 것을 확인하고 조난자를 올려보냈다”고 설명했다.
인양기와 구조 장비를 결합한 뒤 조난자와 함께 헬기로 향하고 있는 항공구조사.
탐색구조헬기에서 뛰어내린 항공구조사가 조난자를 구조 장비에 고정하는 모습.
조난 조종사 역할을 맡은 항공구조사가 구조를 요청하는 신호탄을 피우고 있다.
숙련된 항공구조사, 육성에만 ‘7년’
하늘에서 탈출한 조종사가 어디에서, 어떤 위험에 처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항공구조사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전투탐색구조훈련을 한다. 6전대는 언 강과 저수지뿐만 아니라 험난한 산악지형, 망망대해 등에서 주기적으로 전투탐색구조훈련을 하고 있다. 구조장비를 다루는 연습은 매일 반복한다.
적진에서 살아남는 전투 능력도 필수 요소다. 전투조종사가 추락했다는 것은 대개 적 공습이나 교전 중 격추당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항공구조사 최부용 상사는 “비행사고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서의 구조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조종사를 구해내는 역량을 기르고자 평소 끊임없이 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살 찢길 듯 기록적 추위에도 “조종사 구하라” 거침없이 뛰어들어 조난자 몸, 와이어와 엉키면 그대로 잘려 나갈 절체절명 순간 반복 또 반복…구조 절차, 몸이 기억하도록
공군6탐색구조비행전대 항공구조사가 지난 25일 충북 진천군 초평저수지에서 진행된 혹한기 전투탐색구조훈련 중 얼음물에 빠진 조난자를 구조용 바스켓에 실어 구조하고 있다.
공군6탐색구조비행전대 항공구조사(SART·Special Air force Rescue Team)는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어떤 악천후도 가리지 않는다. 전천후 탐색구조 능력을 유지·발전시키고자 최악의 환경을 찾아가 훈련을 벌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난 조종사의 생명을 구한다는 숭고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 역대급 한파에도 얼음을 깨고 입수한 항공구조사들의 혹한기 전투탐색구조훈련 현장을 다녀왔다. 글=김해령/사진=이경원 기자
“조종사를 구하라”…망설임 없이 얼음물 입수
“민가를 피해, 최대한 민간인이 없는 곳으로 ‘이젝션(Ejection·탈출)’하겠다. 긴급 구조를 요청한다!”
매서운 한파가 이어진 지난 25일.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충북 진천군 초평저수지에서 주황색 연막이 피어올랐다. 이 일대 상공에서 비행 중이던 단좌 전투기 조종사가 기체 결함으로 비상 탈출해 차가운 얼음물에 빠져 간절히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 당시 저수지 인근 기온은 영하 7도였고, 체감수온은 이보다 훨씬 떨어졌다.
겨울철 영하 온도에서 얼음물에 빠졌을 때 조난자의 생존시간은 최대 15분이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될 경우 조난자는 저체온증에 걸린다. 물의 흐름 예측이 어렵기에 의식을 잃으면 얼음물 속에 갇혀 사망할 가능성도 높다.
“전달! 전달! 전달! 13시30분 부 스크램블(긴급발진) 발령! 사유 탐색구조!”
초평저수지에서 약 20㎞ 떨어진 청주기지. 6전대 항공구조사들에게 구조작전 명령이 하달됐다. 항공구조사들은 HH-32 탐색구조헬기를 타고 조난 현장으로 출동했다.
조난 조종사 구조를 완료한 후 바스켓을 정리하는 기내 항공구조사.
항공구조사와 조난자를 끌어올리는 HH-47 탐색구조헬기.
절체절명의 순간, 멀리서 날카로운 프로펠러 회전음이 들렸다. 항공구조사들이 탑승한 탐색구조헬기들이었다. 단 몇 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탐색구조헬기들은 조난 조종사 머리 위 약 10m 높이에서 정지비행(Hovering)하며 구조용 인양기(Hoist)를 내렸다.
인양기를 잡고 내려간 항공구조사는 조난자 위치를 탐색한 뒤 한 치 망설임 없이 얼음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준급 잠수 실력으로 탐색에 성공한 항공구조사들은 조난 조종사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조용 고리(Rescue strop)를 활용한 구출작전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헬기에 있는 항공구조사에게 수신호로 상황을 알렸다.
구조용 고리는 조난자의 상태가 양호하고, 구출작전 지역이 적 위협에 노출돼 신속한 이탈이 필요할 때 주로 사용되는 기법이다. 저공으로 공중에 떠 있는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온 항공구조사가 조난자를 고정하자 헬기가 구조사와 조난자를 순식간에 인양하고 지역을 이탈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구조팀은 숙련된 동작으로 조난 조종사를 구해 헬기로 끌어올린 다음 공군항공우주의료원으로 향했다. 항공구조사들은 이동 중 기내에서 조난 조종사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응급처치했다. 훈련은 조난 조종사를 안전하게 항공우주의료원으로 후송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항공구조사지만 이날 만큼은 ‘일일 조난 조종사’ 역할을 맡은 박동훈 하사는 “극한의 환경에서 조난된 조종사가 돼보니 우리(항공구조사)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조종사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숭고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힘든 훈련을 견뎌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훈련은 얼음물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복잡한 구조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뤄졌다. 탐색구조헬기 종류와 상황에 따라서도 구조 방식을 달리했다.
HH-60를 타고 저수지로 날아 온 항공구조사 안효근 중사에게는 의식을 잃거나 척추·두부 손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조종사를 구하는 상황이 주어졌다. 안 중사는 인양기를 잡고 내려간 뒤 해당 조종사의 상태를 확인한 후 기내 항공구조사를 바라보며 팔로 ‘L’자를 그렸다. 구조용 들것인 레스큐 리터(Rescue Litter)가 필요하다는 수신호다.
기내 항공구조사는 곧바로 레스큐 리터를 내려보냈다. 레스큐 리터는 조난자를 고정하는 벨트 결합 절차가 많다. 움직이지 못하는 조난자를 안전하게 올려야 하기에 철저한 안전점검도 필수다. 항공구조자의 실수로 조난자 몸이 와이어와 엉키면 손이나 다리 같은 경우는 그대로 잘려 나간다고 한다.
안 중사는 헬기가 일으키는 강풍과 물살을 이겨내며 침착하게 조난자와 레스큐 리터를 고정해 헬기로 올려보냈다. 구조작업은 기본적으로 온몸에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HH-47에 탑승한 최민근 하사가 맞닥뜨린 조난자는 다쳤지만, 의식이 있고 몸 상태가 온전했다. 최 하사는 기내 항공구조사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구조용 바스켓(Rescue Basket)을 달라는 수신호다. 최 하사는 “강한 바람에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수경에 계속 들러붙어 시야 확보가 안 됐지만, 수없는 연습 덕분에 몸이 기억해 무사히 결합할 수 있었다”며 “마지막 잠수로 단단히 결합된 것을 확인하고 조난자를 올려보냈다”고 설명했다.
인양기와 구조 장비를 결합한 뒤 조난자와 함께 헬기로 향하고 있는 항공구조사.
탐색구조헬기에서 뛰어내린 항공구조사가 조난자를 구조 장비에 고정하는 모습.
조난 조종사 역할을 맡은 항공구조사가 구조를 요청하는 신호탄을 피우고 있다.
숙련된 항공구조사, 육성에만 ‘7년’
하늘에서 탈출한 조종사가 어디에서, 어떤 위험에 처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항공구조사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전투탐색구조훈련을 한다. 6전대는 언 강과 저수지뿐만 아니라 험난한 산악지형, 망망대해 등에서 주기적으로 전투탐색구조훈련을 하고 있다. 구조장비를 다루는 연습은 매일 반복한다.
적진에서 살아남는 전투 능력도 필수 요소다. 전투조종사가 추락했다는 것은 대개 적 공습이나 교전 중 격추당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항공구조사 최부용 상사는 “비행사고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서의 구조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조종사를 구해내는 역량을 기르고자 평소 끊임없이 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