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풍미했던 걸그룹 멤버에서 국방FM DJ 변신 3인방
오전 9~11시 황보의 라디오가 좋아서
다양한 곡 들려드리고 싶어 직접 코너 제안
DJ가 처음 아니지만 처음 같은 자세로 임해
어떤 고민도 나눌 수 있는 게 라디오만의 힘
오후 3~5시 미료의 프리스타일
첫 DJ 도전, 어릴 적 꿈 이뤄져 기적 같아
가장 나다운 모습 보여드릴 수 있는 시간
활기찬 오후 전하려 방송 전 약속도 안 잡죠
오후 7~9시 레이나의 건빵과 별사탕
국방FM 4년 차 베테랑 “이제 내 삶의 일부”
곰신부터 어머님들까지…공감·위로 전해
한결같은 편안한 감성 전해 드리고 싶어요
국방FM 황금시간대를 책임지고 있는 ‘레전더리 걸그룹’ 출신 DJ 3인방이 국방FM 애청자들에게 ‘친구 같은 DJ’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오전 9~11시 ‘황보의 라디오가 좋아서’, 오후 3~5시 ‘미료의 프리스타일’, 오후 7~9시 ‘레이나의 건빵과 별사탕’ 프로그램의 안방마님이자 메인 DJ 황보, 미료, 레이나는 국방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취자들과 오래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세 사람의 연예계 경력을 합치면 무려 63년. 넘치는 끼와 매력, 솔직담백한 모습으로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했던 이들이 이제는 화려한 입담과 특유의 센스, 뛰어난 공감 능력으로 청취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황보와 미료는 신선도 100%의 신임 라디오 DJ다. 걸그룹 ‘샤크라’ 출신 황보는 지난해 10월부터 국방FM 가족이 됐다. 이제 꼬박 세 달을 넘긴 DJ 황보에게 “좀 적응이 됐냐”고 물었다.
“재밌어요. 라디오를 워낙 좋아해요. 예전에도 DJ를 했었는데, 그때는 저도 보호받을 때라(웃음) 일처럼 느껴졌죠. 지금은 즐기고 있어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나이도 되지 않았나 싶고. 처음 하는 건 아니지만 처음 같은 느낌으로 하고 있어요.”
지난 1일부터 마이크를 잡은 걸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 출신 미료는 이번이 첫 DJ 도전이다. 미료에게 소감을 묻자 ‘할렐루야’라고 외쳤다. “할렐루야죠. 어렸을 때부터 DJ를 해 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인연이 닿게 됐는지….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제겐 기적 같고 축복 같은 일이에요. 익숙해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매일 즐겁게 하고 있어요.”
그룹 ‘애프터스쿨’과 그 유닛그룹인 ‘오렌지캬라멜’로 큰 인기를 끌었던 레이나는 벌써 국방FM DJ 4년 차다. 그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간 지도 몰랐다”고 했다. “매일 하다 보니 어느새 4년이 됐네요. 처음 시작할 때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을 지킬 수 있을까. 사실 그게 가장 고민됐었는데, 이제는 제 삶의 일부가 됐더라고요.”
라디오에 대한 애착과 열정, 또 같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진행만큼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황보는 작가들과 적극 소통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 황보가 추천하는 노래를 들려주는 ‘황보의 플레이리스트’는 물론 청취자 사연과 신청곡을 소개하는 ‘지금 이 음악’, 청취자와 전화로 소통하는 ‘Call Me Baby’ 등이 모두 황보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코너다. 황보는 “라디오를 청취할 때 음악에 치중해 듣는 편이다. 제 라디오에서도 다양한 곡을 들려드리고 싶어 노래와 관련된 코너를 많이 만들었다. 주제를 던지고 떠오르는 노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청취자 사연과 맞는 노래를 들으며 수다를 떤다. 끝도 없다. 2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오후 3시를 책임지고 있는 미료는 나른한 청취자들을 위해 자양강장제 같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아무래도 오후 시간대다 보니까 나른해 졸린다는 문자가 많이 와요. 활발하고 발랄한 바이브(Vibe)를 보여 드리려고 노력하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라디오 전에는 약속도 안 잡는다니까요. 매일 하는 ‘숨은 가사 찾기’라는 코너가 있는데, 청취자 반응이 가장 좋아요. 어찌나 재치 있는 분이 많은지 오답도 빵빵 터집니다.”
레이나는 지친 하루의 마무리를 늘 함께하고 있다. 남자친구를 군에 보낸 ‘곰신’들의 소통창구이기도 하다. “청취자분들이 다양해요. 버스·택시기사분도 계시고, 저녁 차리고 있다는 어머님도 계시고, 오늘은 ‘야근각(야근할 것 같은 분위기)’이라는 직장인분도 계세요. 서로의 하루를 나누면서 공감하고 위로하죠. 월요일마다 하는 ‘신의 한 수’라는 코너도 있는데, 오랜 인기 코너예요. 곰신들의 러브스토리를 받아 동명(밴드 원위 멤버) 씨랑 콩트하고, 전화 연결해 인터뷰도 하고 있어요. 풋풋하고 간질간질한 사랑 얘기에 함께 울고 웃습니다.”
대처 능력도 남다르다. 라디오는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실시간으로 청취자들과 소통하기 때문에 순간순간의 재치와 순발력은 필수다. 황보는 ‘솔직함’을, 미료는 ‘천천히 말하기’를, 레이나는 ‘엄마의 피드백’을 비결로 꼽았다.
“솔직한 게 제일 좋아요. 문자를 보고 바로 떠오르는 생각을 말해요. 욕만 빼고 다 하죠. 제가 답하지 못하더라도 청취자분들이 대신 대답해 주시더라고요. 사실 전 방송사고도 재밌어요. 초기에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하고 끝낸 적이 있었는데, 다음 날 ‘어제 잘 갔죠. 인사도 못 하고 헤어졌네요’라고 얘기한 적도 있답니다. 하하.”(황보)
미료는 “저는 이제 하나 생겼다”고 수줍게 웃었다. “천천히 말하는 거요. 천천히 말하면 시간도 채워지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떠오르더라고요. 보내 주신 사연을 한 번 더 읽어 드리기도 하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레이나는 웬만한 상황은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을 만큼 베테랑이 됐다. “사실 엄마가 숨은 조력자예요. 라디오 초반부터 생방송을 들으면서 항상 모니터링해 주세요. 말의 빠르기, 호흡, 반복하는 단어나 틀린 표현을 지적해 주시니까 교정이 많이 됐죠. 가끔 시간이 빌 때도 있는데, 시간 채우는 것쯤이야 이제는 도가 트였답니다.”
DJ로서 아티스트의 목표에 대해서도 명확한 의지를 밝혔다.
“예전에는 힘들 때도, 슬플 때도 예능을 해야 했죠. 기분을 감춰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어찌 보면 아바타 같은 삶이잖아요. 근데 라디오는 표정을 감출 수 있어요. 덜 가식적일 수 있죠. 또 가족이나 친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도 서로 나눌 수 있어요. 그게 라디오가 가진 힘이 아닐까 싶어요. 청취자들과 오래 만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목표예요.”(황보)
“그동안은 이상적인 이미지를 전달해야 했던 아티스트였다면, 지금은 저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 좋아요. 매일 오후 3~5시에 라디오를 틀면 제가 있는 거잖아요.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요. 저도 오래 만나는 것, 그 이상은 없어요.”(미료)
“아날로그스러운 잔잔함이 라디오가 가진 매력인 것 같아요. 언제 와서 들어도 한결같이 편안한 감성을 전해 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음악에 미련이 많이 남아 있어요. 제 색깔이 담긴 노래를 찾고, 쓰고 싶은 시기예요.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한다는 게 쉽진 않겠지만, 청취자분들께 항상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레이나) 글=송시연/사진=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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