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화학전 시 전우 생존성 확보 “우리가 해낸다”

입력 2024. 01. 24   16:55
업데이트 2024. 01. 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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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보병사단, 혹한기 전술훈련
헬기 활용 대량 전사상자 처리
상황 맞춰 탄약 재보급 절차 숙달
동계작전 제한사항 점검 보완도

체감온도. 실제 수은주가 가리키는 온도와는 다르게 인간이 느끼는 더위나 추위를 나타낸 온도다. 기상청에서는 여름철(5~9월)과 겨울철(10월~다음 해 4월)로 구분해 해당 수치를 제공한다. 특히 겨울철 체감온도는 기온이 10도 이하이면서 풍속이 초속 1.3m 이상일 때만 산출한다. 그만큼 강력한 추위가 들이닥쳤을 때 체감온도의 위력이 나타나는 셈. 육군5보병사단의 혹한기 전술훈련이 진행된 23일 경기도 연천군의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렸다. 새빨개진 코끝과 두 뺨, 온몸이 오들오들 떨리는 추위를 극복하고 실전처럼 훈련을 이어간 장병들의 굳건한 모습에서 핫팩 못지않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23일 경기도 연천군 일대에서 진행된 육군5보병사단 혹한기 전술훈련 중 독수리여단 장병들이 수리온 헬기로 부상자를 옮기는 가운데 군종장교 박예능(앞줄 오른쪽 둘째) 대위가 부상자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23일 경기도 연천군 일대에서 진행된 육군5보병사단 혹한기 전술훈련 중 독수리여단 장병들이 수리온 헬기로 부상자를 옮기는 가운데 군종장교 박예능(앞줄 오른쪽 둘째) 대위가 부상자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응급처치표 따라 발빠른 제독 작업

23일 이른 아침 경기도 연천군 승리사격장. 올해 들어 가장 강력한 추위가 예고된 이날 5사단 장병들은 혹한기 전술훈련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5사단의 혹한기훈련은 지난 22일부터 전개됐다. 훈련은 작전계획에 기초한 여단급 쌍방훈련을 기본으로, 사단 예하 독수리여단과 표범여단이 공수를 바꿔가면서 주어진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방식이다.

사단은 동계작전계획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장병들의 전면전 수행능력을 높인다는 훈련목표를 설정했다. 윤기중(소장·진) 사단장은 본격적인 훈련을 앞두고 현장을 방문해 전반적인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그는 “실전적인 훈련이 진행될 수 있게 많은 부분을 신경 썼다”며 “적의 다양한 도발 상황에 맞는 대응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꾸준히 반복·숙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훈련은 적의 화학탄이 떨어져 다수의 전사상자가 발생한 상황. 방독면과 보호의를 착용한 독수리여단 장병들이 오염 전상자 분류소로 밀려들어 왔다. 군의관이 부상 부위와 증상을 기재한 응급처치표를 부상자가 누워 있는 들것에 올려놓자, 장병들이 들것을 옮겨 본격적인 제독 작업을 시작했다. 방독면과 전투화 덮개, 보호장갑, 전투복 등이 차례로 제거됐다.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장병들은 자신의 총기와 장구류를 직접 제독했다.

전사자와 부상자가 각각 영현수집소와 후송대기지역이라는 마지막 단계에 다다르자, 분위기가 엄숙하게 바뀌었다. 군종장교가 영혼의 넋을 기리고 빠른 쾌유를 기원하는 종교의식을 시작했기 때문.

군종목사 박예능 대위는 “종교가 없는 장병이라도 두려움을 극복하고 전우가 옆에서 힘을 주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내 역할”이라며 “내 기도가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숙연한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응급환자를 공중으로 이송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신속하게 인근 헬기장으로 이동한 구급차를 뒤따라가 보니, 후송 준비를 마친 수리온 헬기가 눈에 띄었다.

“환자 들어, 둘, 셋!” 장병들이 환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헬기 안으로 조심스럽게 이동시켰다. 내부에는 양쪽 출입문 뒤쪽으로 각 3층씩 총 6명을 옮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군의관이 동승해 이동 중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했다.

이동현(대위) 사단 의무대대 치료소대장은 “대량 전사상자 처리에 이어 헬기 이송 훈련까지 실전 같은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며 “추위에 노출된 만큼 훈련 중 다치지 말도록 강조했는데 모두의 노력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방독면과 방한복을 착용하고 혹한기훈련에 임하는 5사단 독수리여단 장병들.
방독면과 방한복을 착용하고 혹한기훈련에 임하는 5사단 독수리여단 장병들.



교전 앞서 안전한 장소 찾아 전열 재정비

상황은 연천군 일대 포병진지에서 이어졌다. 각 여단에 태스크포스(TF) 형태로 편제된 포병여단 전력도 공격·방어 상황에 맞춰 기동했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전력도 싸울 준비를 마쳐야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 본격적인 교전에 앞서 전열을 재정비하는 과정 중 탄약 재보급 훈련이 전개됐다.

상대적으로 평평한 데다 수풀로 뒤덮여 적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는 곳에서 막을 올린 훈련. K9 자주포가 자리를 잡자, K10 탄약운반장갑차가 뒤에 따라붙어 한 몸처럼 연결됐다. 자주포 위에서 K6 기관총을 잡은 사수와 조종수는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하지 않은 채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혹한기훈련인 만큼 장병뿐만 아니라 장비도 다른 때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추위 때문에 배터리가 평소보다 빠르게 방전되거나, 원활하게 돌아가던 이음새에서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훈련을 준비하던 윤기범(일병) 포수는 “평소보다 기기가 차갑게 느껴져서 기동하기 전 예열하는 시간을 충분하게 확보하려고 했다”며 “훈련 중에도 경계태세를 유지하라는 강조사항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자, 155㎜ 포탄이 연달아 K10에서 K9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김동준(대위) 명문포병대대 1포대장은 “아무래도 지면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고르지 않은 상태”라면서 “탄약 재보급을 하기에 안정적인 장소를 확보하고 빠르게 작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장병들은 이외에도 장벽 자재 운반, 장애물 설치 등 전장 상황과 연계한 다양한 훈련으로 동계작전의 제한사항을 경험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면서 극복능력을 키웠다.

사단은 훈련에 앞서 전 장병이 전장순환식 체력단련으로 한파를 이겨내는 전투체력을 갖추도록 했다. 대민 협조 및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진행해 오인신고와 대민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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