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DMZ 작전전문가, 모든 상황에 반응하고 최악 상황을 극복한다

입력 2024. 01. 22   17:03
업데이트 2024. 01. 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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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28보병사단 수색대대, DMZ 전투기술 숙달훈련

귀순자 유도절차·급조폭발물 탐지 등

다양한 상황별 행동화·대응 방안 숙달
신형 지뢰탐지기·화기 운용 능력 강화도

다기능관측경으로 적 동향을 살피고 있는 장병들.
다기능관측경으로 적 동향을 살피고 있는 장병들.



‘적은 반드시 내 앞으로 온다!’ 육군28보병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늘 가슴 깊이 새기는 문구다. 언제 적과 마주칠지 모르는 긴장감으로 가득한 비무장지대(DMZ)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 그만큼 대대는 매일 실전 같은 환경에서 훈련을 반복한다. 혹한이 닥쳐도, 폭염이 와도 멈추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적이 도발해도 완벽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한파 속 진행된 대대 장병들의 DMZ 전투기술 숙달훈련 현장은 뜨거운 열정과 단단한 의지로 한여름 같은 분위기였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22일 아침 경기도 연천군의 수은주는 영하 8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세찬 바람이 양 볼과 귓가를 찢을 듯이 파고들었다. 한파경보가 발효됐다는 문자메시지에서 이날의 추위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병들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흙바닥 위에 거침없이 몸을 던지면서 훈련에 임했다. 

오전에 진행된 DMZ 전투기술 숙달훈련은 실제상황을 가정한 행동화에 초점을 맞췄다. 부대 내 주둔지에 조성된 귀순자 유도절차, 적 지뢰·급조폭발물(IED) 탐지 등 10개의 과목별 훈련장에서 상황별 대응 방안을 숙달했다. 과목별 교관들은 예상하기 힘든 타이밍에 상황을 부여해 장병들이 적 도발 양상 및 작전 간 발생하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훈련 상황에서 장병이 부상자를 둘러업고 이동하고 있다.
훈련 상황에서 장병이 부상자를 둘러업고 이동하고 있다.



팀별로 교육훈련 내용 공유

먼저 적 노출 구간을 극복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수색정찰 작전 중 적에 피격됐을 때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 훈련.

‘땅!’ 하는 소리와 함께 연막이 피어올랐다. 적의 공격이 시작된 상황. 재빠르게 수풀로 몸을 숨긴 장병들은 통신장비를 통해 상황을 보고하고, 다기능 관측경을 꺼내 적의 동향을 살폈다. 전방 경계를 맡은 장병 두 명이 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이들은 꽁꽁 얼어붙은 바닥으로 몸을 던져 엎드리면서 아군의 기동로와 시야를 확보했다.

훈련을 지켜보던 김영호(상사) 교육지원부사관은 “팀별로 교육 훈련 내용을 공유하면서 서로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며 “매일 훈련하는 만큼 실전에서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조건반사적 행동숙달 차례. 브리핑에 나선 이준원(소위) 소대장은 “조건반사는 의식과 상관없이 몸이 무조건 반응하는 후천적 반사”라며 “모든 상황에 즉각 반응하고,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대원이 어떤 국면에서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적이 아군 몰래 설치한 IED가 폭발한 상황. K3 기관총이 고지를 확보하고 적에게 반격을 가했다. 계속되는 공격에 부상자까지 발생했다. 임승후 상병이 응급조치에 이어 1인용 들것으로 부상병을 업고 이동했다. “조금만 참아!” 다른 장병들도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이동하는 모습이 실제 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매일 통문 너머 DMZ 수색·매복작전을 수행하면서 실전을 경험하는 장병들은 투입에 앞선 반복 훈련으로 긴장의 끈을 다시 조인다. 미국 이중국적자임에도 군 복무의 길을 선택하고 수색대대를 자원한 임 상병에게도 이러한 훈련은 익숙하다.

훈련을 마무리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는 “우리 대대뿐만 아니라 함께 작전을 수행할 모든 부대 장병이 같은 마음으로 철저하게 전투태세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는, 기본적인 것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기 위해 불철주야 훈련하고 있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아군진지 점령에 앞서 신형 지뢰탐지기를 운용하는 모습.
아군진지 점령에 앞서 신형 지뢰탐지기를 운용하는 모습.



DMZ작전에 최적화된 사격술 단련

오후에는 눈발이 옅게 날리는 가운데 본격적인 전투사격기술 훈련이 전개됐다. 대대는 주말을 포함해 매일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에 강도 높은 작전 투입 전 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지난해 7월 실제 DMZ와 유사한 환경의 즉각조치사격장을 만들어 K14 저격소총과 K201 유탄발사기 등 작전에 사용되는 모든 화기를 사격하는 효과적인 훈련을 가능하게 했다.

최근에는 개선된 훈련법도 도입했다. 다양한 사격 자세와 우발적인 표적에 대한 식별능력을 단련해 DMZ작전에 최적화한 사격 능력을 체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즉각반응 사격에서는 탄피받이를 제거해 실전 같은 환경을 극대화했다.

박종원(대위·진) 대대 작전장교는 “이전에는 적과 마주쳤을 때 은·엄폐 이후 조치하도록 했는데, 이제는 기동 및 다양한 자세의 사격도 필요하게 돼 훈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훈련은 K3 기관총 자세변환 사격, 즉각반응 사격, 종·횡 기동사격 순서로 진행됐다. 안전통제관의 ‘사격개시’ 지시에 따라 한 발씩 탄알이 발사될 때마다 날카로운 총성이 산야를 뒤덮었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K3 기관총이지만, 거치대에 놓고 쏘는 ‘의탁 쏴 자세’와 ‘무릎 쏴 자세’로도 방아쇠를 당겼다. 망설임 없이 자세를 변경하는 장병들이 쥔 총기에서 연신 사격음이 터져 나왔다. 기동 사격 때는 정지 상태가 아님에도 집중력 있게 사격해 표적을 명중시켰다.

사로를 등진 사수가 안전통제관의 호각에 맞춰 뒤돌면서 곧바로 K1A 기관단총으로 정확하게 표적을 맞혔다. 엎드려 쏴 자세에서 신호에 맞춰 자세를 바꾸면서 표적을 겨냥해 사격하는 훈련도 이어졌다.

류영우(중사) 부소대장은 “실전에서는 어떤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적을 제압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별 사격술 연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반복 훈련을 통해 팀원들과 함께라면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소감을 밝혔다.


22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28보병사단 수색대대 주둔지 내에서 DMZ 전투기술 숙달 훈련이 진행된 가운데 조건반사적 행동숙달 상황 중 한 장병이 적 공격을 피해 수풀에서 이동하고 있다.
22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28보병사단 수색대대 주둔지 내에서 DMZ 전투기술 숙달 훈련이 진행된 가운데 조건반사적 행동숙달 상황 중 한 장병이 적 공격을 피해 수풀에서 이동하고 있다.



높은 성과 위해 교관들 대상 시범식 교육

이어 신형 지뢰탐지기 운용 훈련도 진행했다. 최근 역매복 등 적의 다양한 도발 위험이 증가하면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기 위함이다. 지뢰화와 지뢰덧신을 착용한 장병이 탐지기를 앞세우고 기동하자 사주경계를 맡은 장병들이 뒤따르면서 엄호했다.

DMZ 작전 전문가 육성에 초점을 맞춘 이번 훈련은 DMZ 내 수색·매복작전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맞춰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해 개선된 전투사격기술을 익히고 상황별 행동화를 숙달하는 훈련으로 구성됐다.

대대는 훈련 성과를 높이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교관들을 대상으로 시범식 교육과 사격 실습을 진행했다. 이 시간을 통해 훈련 간 안전통제 요령과 지도 방안을 상기하고 교육 전문성까지 높였다.

훈련을 주관한 최용선(중령) 대대장은 “중·서부전선 최전방을 수호하는 수색대대는 실전적인 교육훈련이 매우 중요하다”며 “적이 도발하면 ‘즉·강·끝 원칙’에 따라 대응하도록 훈련과 작전에 더욱 매진해 ‘DMZ 작전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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