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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도 밤에도…어디든 지킨다, 언제나 이긴다

입력 2024. 01. 17   17:03
업데이트 2024. 01. 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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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16 전투기, 주·야간 지속 비행 현장

공군20전비, 유사시 5분 내 출격·10분 내 NLL 도달
수십㎞ 밖에서도 북 이동식 미사일발사대 정밀 타격
주2회 야간비행…공대공·공대지 사격절차 숙달 
비상대기전력반·출격 전후 브리핑 ‘안전’ 최우선

겨울 밤하늘을 꽉 채운 별들 사이, 유난히 반짝이는 별 하나가 날아가더니 순식간에 사라진다. 충남 서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밤하늘 풍경이다. 빛나던 별은 야간 항공작전 중인 공군20전투비행단(20전비) KF-16 전투기다. 우리 공군 주력 전투기 KF-16은 지난달 비행이 재개된 후 매주 두 차례 야간비행을 펼치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에도, 뜨거운 햇살에 낮에도, KF-16은 우리 하늘을 비우지 않고 있다. 밤낮없이 서북부 영공방위태세를 굳건히 하는 20전비의 주·야간 항공작전 현장을 다녀왔다. 글=김해령/사진=조종원 기자


서북부 영공방위 최일선에 있는 공군20전투비행단 KF-16 전투기는 밤낮 가리지 않고 항공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17일 아침 비를 뚫고 이륙하는 KF-16.
서북부 영공방위 최일선에 있는 공군20전투비행단 KF-16 전투기는 밤낮 가리지 않고 항공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17일 아침 비를 뚫고 이륙하는 KF-16.



서북부 영공방위태세 유지 ‘든든’

16일 오후 5시30분 20전비 120전투비행대대.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서 나른함이 엄습했지만, 120대대 전투조종사들의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야간비행이 계획된 날이어서다. 조종복 지퍼는 올려져 있고, 조종화 끈도 단단히 매여진 상태다.

20전비의 KF-16은 적 전투기를 공중에서 격퇴하는 공대공 작전은 물론 지상 전력을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KF-16은 유사시 5분 안에 서산기지를 출격해 10분 내 북방한계선(NLL) 공역에 도달한다. 최근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서해 NLL 일대 긴장이 높아지는 만큼 20전비는 어느 부대보다 고도의 대비태세를 요구받고 있다.

이날 야간비행에서 첫 번째로 출격하는 염창섭·김태준 소령과 박준민 대위는 비행 2시간30여 분을 앞두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염 소령과 김 소령은 복좌형 KF-16D를, 박 대위는 단좌형 KF-16C에 탑승해 편대를 이뤄 비행한다.

이번 비행의 목적은 야간 사격절차 숙달. 출격 후 목표물 지점까지 이동 후 급강하해 저고도에서 MK-82·84 등 일반목적탄으로 표적을 파괴하는 공대지 사격절차를 익히는 훈련이다. 실사격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야간 표적식별장비를 장착한 채 비행했다.

야간 표적식별장비는 캄캄한 어둠 속 적 대공무기 위협 범위에서 벗어난 수십 ㎞ 밖에서도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지하시설 등을 정밀 식별·타격하도록 돕는다.

이 밖에 조종사들은 브리핑에서 기상, 지형지물, 세부 임무까지 비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논의했다. 무엇보다 안전 비행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야간비행은 주간보다 시야가 제한돼 ‘비행착각(SD)’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비행착각은 조종사가 비행 중 겪는 감각기관 오류의 착시현상이다. 급기동의 반복으로 지상과 공중을 착각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사방이 어두운 상태에서 진행되는 야간비행은 지상과 공중의 구분이 불분명해진다.

박 대위는 “야간비행은 저난도 비행이더라도 언제든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관련 내용을 브리핑에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며 “조종사로서 기량 발전과 비행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지 매 브리핑마다 고민한다”고 말했다.

야간비행 때는 조종사·정비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작전지원요원도 함께한다. 주간과 크게 다른 부분은 공병대대 비상대기전력반이 운영되는 점이다. 비상대기전력반은 활주로에 켜지는 항공등화시설을 지킨다. 활주로 조명 중 하나라도 불이 꺼지면 방향 손실을 일으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북부 영공방위 최일선에 있는 공군20전투비행단 KF-16 전투기는 밤낮 가리지 않고 항공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16일 저녁 비행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고 있는 KF-16.
서북부 영공방위 최일선에 있는 공군20전투비행단 KF-16 전투기는 밤낮 가리지 않고 항공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16일 저녁 비행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고 있는 KF-16.

 

정비사들이 야간비행을 앞둔 KF-16을 점검하고 있다.
정비사들이 야간비행을 앞둔 KF-16을 점검하고 있다.

 


밤하늘 가로지르는 빛나는 별

오후 7시40분경 활주로. 야간비행 시간이 다가오자 KF-16 10여 대가 줄지어 유도로를 따라 움직였다. 출격 전 비행 가능 상태를 마지막으로 판단하는 최종기회점검(LCI)을 받기 위해 활주로 끝으로 이동하고 있던 것.

KF-16이 우렁찬 엔진음을 내뿜으며 LCI 구역에 도착하자 7명의 LCI 요원은 한 기체씩 차례로 점검했다. 요원들은 손전등으로 기체 곳곳을 비추며 엔진 흡입구, 배기구, 타이어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선우진(중사) 정비기장은 “항공기 정비는 언제나 완벽해야 한다. 조종사의 안전뿐만 아니라 항공작전과 훈련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라며 “야간비행 때는 항공기 방향 식별 등 역할을 하는 라이트를 눈여겨본다”라고 설명했다. 항공기 곳곳에는 라이트가 달려 있다. 야간에 땅에서 바라보는 항공기가 반짝이는 이유도 라이트가 꺼졌다 켜지는 까닭이다.

기체에 꽂힌 각종 안전핀까지 제거한 뒤 LCI 요원이 조종사에게 양손을 쥐어 올리며 ‘이상 없음’ 신호를 보내자 KF-16 두 대가 활주로로 이동했다. KF-16은 굉음과 함께 애프터버너(재연소 장치)에서 분홍빛 화염을 뿜어내며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KF-16은 빼곡히 박힌 별들 사이를 가로지르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KF-16은 삽시간에 1만4000피트(4.2㎞) 고도에 도달했다. 이어 사격 지점에 도달하자 4000~5000피트(1.2~1.5㎞)로 급강하해 모의 사격을 펼쳤다.


KF-16 기체를 살피는 정비사.
KF-16 기체를 살피는 정비사.

 

비행 전 브리핑을 하고 있는 조종사들.
비행 전 브리핑을 하고 있는 조종사들.



“적 도발하면 즉·강·끝 응징할 것” 

조종사들은 비행 임무를 마친 뒤에도 디브리핑을 통해 비행을 평가하고 분석한다. 디브리핑은 주간비행보다 부담이 많은 야간비행도 예외는 아니다. 디브리핑을 마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라고 한다.

최근엔 북한 도발이 지속되면서 임무 난이도나 출격 횟수가 늘기도 했다. 그러나 조종사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위는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억제하고, 단호히 대응하는 건 전투조종사의 숙명”이라며 “난도 상승과 출격 횟수 증가는 부여된 임무 달성을 위한 과정일 뿐, 20전비는 국민이 편안히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밤낮 가리지 않고 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염 소령은 “20전비는 북한의 도발과 관련 없이 실전과 같은 훈련을 이어왔다”며 “언제라도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는 전투조종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인 17일 아침에도 20전비는 출격 준비에 한창이었다. 무장·정비사들은 이글루(격납고)에서 KF-16 정비에 여념이 없었고, 비행대대 건물에선 조종사들의 작전 브리핑이 끊이지 않았다.

아침부터 서산기지 전역에 비가 내렸지만, 비행은 계속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방울이 굵어지며 온 활주로가 젖고,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음에도 격납고를 떠난 KF-16들은 망설임 없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드넓은 서산기지 활주로에는 빗소리와 쉼 없이 뜨는 KF-16의 비행음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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