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포 사격 도발…군 강력 대응

북, 5일 백령도·연평도 일대 포병사격
군, K9 자주포 동원 400여 발 대응 발사
6~7일 연이어 NLL 이북 포탄 쏴
합참 “도발 예의주시…만반의 대비”
미 “북 도발 자제하고 외교 복귀” 촉구

북한이 지난 5일 적대행위 중지구역 내 포병사격을 재개한 데 이어 지난 6~7일에도 연이어 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 평화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 적대행위 금지구역이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된 것. 이에 우리 군은 압도적인 대응능력을 유지해 추가 도발에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는 한편 기존 지상·해상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 및 훈련을 정상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적대행위 금지구역은 2018년 9월 남북 군사 당국 간 ‘9·19 군사합의’ 서명·체결에 따라 만들어졌다. 우발적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 △비무장지대 내 상호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과 함께 상호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였다.

당시 합의로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MDL) 기준 남북 각각 5㎞(총 10㎞) 폭의 완충구역 내 포병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이 중지됐다. 공중에서는 MDL을 중심으로 기종별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남북 간 사전 통보되지 않은 비행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해상에서는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일정 구역을 완충구역으로 설정해 구역 내에서 포사격을 중지하고, 포구·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를 진행했다. 우리 군은 지상·해상·공중 완충구역 내 상호 적대행위 중지를 지켜왔다.

이 같은 상호 합의가 북한의 도발로 깨진 것. 북한은 지난 5일 오전 9시경부터 2시간 동안 서해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포병사격을 감행했다. 200여 발을 NLL 북쪽 지역으로 쏘아댔다.

이어 6일 오후 4시경부터 1시간 동안 연평도 북서방에서 60여 발, 7일에는 오후 4시경부터 5시10분경까지 연평도 북방에서 90여 발을 사격했다. 해상 완충구역에 북한군 포탄이 떨어진 것은 2022년 12월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이번 북한의 포병사격 도발로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무력화됐다’고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포병사격에 이은 수차례 담화문 발표를 통해 저급한 선동을 펼치며 대군 신뢰를 훼손하고 남남갈등을 일으키려는 상투적인 수법도 보였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도 5일 오후 서북도서 일대에서 해상사격훈련을 펼쳤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백령도 해병대6여단과 연평부대의 K9 자주포 및 전차포가 동원돼 NLL 남방 해상을 향해 400여 발을 발사했다. 우리 국민과 영토를 수호하는 자위권 차원에서 충분히 응징한다는 원칙에 따라 북한 포격의 2배로 대응한 것이다. 우리 군이 서북도서에서 포를 쏜 것은 2018년 이후 약 6년 만이다.

북한의 9·19 군사합의 위반 도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요 위반사례만 봐도 2019년 11월 북한 창린도 일대에서 해상 완충구역 내 해안포 사격을 감행했고, 2020년 5월에는 중부전선 우리측 GP에 총격을 가했다. 2022년에도 도발을 이어가 10~12월 10여 차례에 걸쳐 동·서해 해상 완충구역에서 포병사격을 했고, 12월에는 서울 북부와 경기 강화 일대에 소형무인기를 침투시키기도 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해안포 포문을 열고 포구 덮개를 개방하는 등 9·19 군사합의를 3600여 회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 관계자는 8일 “북한은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 이후 지난 3일간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해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이에 따라 우리 군도 기존의 해상 및 지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 및 훈련 등을 정상적으로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총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고 만반의 군사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 국민과 영토를 대상으로 적이 도발하면 즉·강·끝 원칙에 따라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압도적이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도발에 주요국들도 우려를 표했다. 특히 미 국방부와 국무부는 한목소리로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무부는 북한의 해상 사격에 관한 입장을 묻는 서면 질의에 “북한은 도발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추가 행동을 자제하고 외교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은 군사적 위험을 관리하고 한반도에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찾으려는 실질적인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며 “우리는 북한의 도발 억제와 반복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해 국제적 대응 조율을 위해 한국, 일본, 다른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도 대변인 명의로 “우리는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위협, 한국·일본에 대한 방위 공약 및 역내 평화·안정 수호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왔다”며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일본과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아미·서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