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도법 바로알기 - 국제인도법이란 무엇인가
앙리 뒤낭 제안 ‘제네바법’
1859년 전쟁 참상 목격 조약 채택 제안
조난자·포로·민간인으로 대상 확대
무기체계 제한 ‘헤이그법’
전쟁 중 참혹성·비인도성 완화 조치
대인지뢰·집속탄 금지 협약 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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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인도법연구소가 끌어가는 ‘국제인도법 바로 알기’ 코너에서는 12차례에 걸쳐 여러 전문가가 ‘전쟁 규범’과 관련한 유익하고 흥미 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군대 상병자·포로·민간인의 보호, 무인항공기(드론)·자율무기 사용 규제, 핵무기 사용 규제, 민간 군사 안보 기업의 법적 지위, 전시 환경 보호, 국제인도법 위반에 대한 처벌, 적십자 표장 등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그 속에 깊이 빠져들어, 전쟁 그리고 국제인도법을 이해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전쟁(또는 무력 충돌)의 대재앙을 보여준 대표적 선례는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투하된 2개의 소형 원자탄으로 발생한 참상일 것이다. 그로부터 약 34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재앙의 과정은 지난해 상영된 영화 ‘오펜하이머’에 잘 소개되었다.
전쟁의 해악은 작금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비롯한 많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삶의 터전이 폐허가 되고, 백린탄을 포함한 가공할 무기가 잔악하게 폭발하는 모습 등은 ‘지옥과 같은 인간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진정으로 인류에게 항구적 평화는 불가능한 것인가?
국제사회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얻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왔다. 전쟁을 위법화하였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 군비 축소, 집단적 안전 보장 등에 관한 제도를 도입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인류의 노력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지구상에는 여전히 전쟁이 끊임없이 발발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이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다”라고 설파하고 있는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지구상에 어떠한 전쟁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는 인류의 염원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전쟁의 발발을 막을 수 없다면 인류를 위해 차선의 방도라도 취해야만 한다. 부득이 전쟁이 발발한 경우, 그 참혹성과 비인도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전쟁을 자연 상태로 방치하지 않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전쟁이 수행되도록 하겠다는 인류의 의지의 징표이다. 여기서 그 규칙이 바로 ‘국제인도법(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이다.
국제인도법이란 ‘뚜렷하게 인도적 성질을 갖는 여러 규칙들을 토대로 하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많은 인도적 조약을 새롭게 포함하면서 발전하게 된 규범으로서 현재에도 발전 과정에 있는 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조금 쉽게 설명하면, 국제인도법이란 전쟁으로부터 야기되는 희생자(군대 상병자, 포로, 민간인 등)를 보호하는 그리고 전쟁에서 사용되는 무기를 규제하는 규범들의 총칭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
국제인도법이라는 용어는 1960년대 후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1970년대 중반부터 후술하는 ‘헤이그법(Law of The Hague)’ 영역까지 포함하게 된다. 그동안 각각 상이하게 형성·발전되어 온 ‘제네바법(Law of Geneva)’과 ‘헤이그법’이 비로소 합쳐짐으로써 명실공히 전쟁을 보다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하겠다.
‘제네바법’은 스위스의 청년 사업가였던 앙리 뒤낭(Henri Dunant)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1859년 6월 24일 이탈리아 솔페리노 전쟁의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고, 1862년 11월 8일 『솔페리노의 회상(A memory of Solferino)』이라는 저서를 발간하였다. 그 책에서 ‘각국에 부상자의 효과적 치료를 위한 자발적 구호단체의 설립’과 ‘그러한 구호단체의 업무를 촉진시킬 조약의 채택’을 제안했다.
바로 두 번째 제안에 따라, 1864년 8월 22일에 12개 국가가 모여 ‘육전에서의 군대 부상자의 상태 개선에 관한 협약’(일명 제1차 적십자조약)을 채택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제네바법’의 탄생을 의미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제네바법’은 전쟁 희생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그 보호 대상을 계속 확대함으로써 발전해 왔다. 즉 육전의 군대 부상자, 해전의 군대 부상자 및 조난자, 포로, 특정 민간인, 일반 민간인으로 그 보호 대상을 확대해 왔던 것이다.
‘제네바법’의 주요 법원은 육전에서의 군대 부상자의 상태 개선에 관한 협약(제1차 적십자조약, 1864년), 제네바 협약상의 여러 원칙을 해전에 적용하기 위한 협약(1899년), 포로 대우 협약(1929년), 제네바 4개 협약(1949년), 제네바 4개 협약에 대한 2개의 추가 의정서(1977년), 제3 추가 의정서(2005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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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헤이그법’은 19세기 후반 이래 새롭게 대두된 사회적 기반 즉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 등을 통한 인식의 변화를 배경으로 형성·발전되어 왔다. 아무리 전시라는 극단적 상황이라도 무기체계는 규제될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한 것이었다. 이러한 점은 매우 큰 변화였다.
잘 알다시피 전쟁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무기체계 사용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전시 무기체계 사용을 규제하는 ‘헤이그법’은 그 규제의 당위성을 두고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비인도적이고 참혹한 성질을 갖는 무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경험적 당위론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노력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발전해 온 영역이 ‘헤이그법’이라고 할 수 있다.
400g 이하 폭발탄 사용을 금지한 세인트피터즈버그 선언(1868년)을 필두로, 브뤼셀 선언(Brussels Declaration, 1874년), 헤이그 육전 협약 및 육전 규칙(1899년, 1907년 개정), 덤덤탄 금지 선언(1899년), 자동촉발해저수뢰의 부설에 관한 협약(1907년), 제네바 가스 의정서(1925년), 특정재래식무기사용 금지 협약(1980년), 대인지뢰 금지 협약(1997년), 집속탄 금지 협약(2008년), 무기거래 금지 조약(2013년) 등이 ‘헤이그법’의 주요 법원이다.
이러한 ‘제네바법’과 ‘헤이그법’이라는 명칭은 각각의 해당 조약이 제네바 또는 헤이그라는 장소에서 채택되었다는 역사성에 연유하나, 오늘날에는 전술한 바와 같이 그 규제 내용을 중심으로 양 법을 구분한다.
이상과 같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국제인도법은 전쟁 희생자의 효과적 보호와 무기체계의 실질적 규제에 많은 한계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오늘날 무기체계와 전투의 양상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 백린탄, 집속탄, 고도화된 핵무기, 자율 살상 무기 등 첨단 무기체계가 나날이 등장하고 현대화되고 있다. 전투의 양상도 백병전을 통한 전통적 전투에서, 고도의 정확성을 갖는 전자무기(electronic weapon)를 통해 적을 공황 상태에 빠지게 하는 현대적 전투로 발전하고 있다. 나아가 머지않은 장래에 자율 살상 무기(예컨대 자율성을 갖는 살상 로봇 무기)가 전쟁을 수행하는 가상영화 같은 시대가 곧 닥쳐올 것이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에 국제인도법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의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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