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해가 저물고 청룡의 해가 밝았다. 끝자락에서 되돌아보는 한 해치고 다사다난하지 않은 적은 없다지만 2023년도 그랬다. 신냉전의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군비경쟁 시대의 재개막, 국방비 증액 경쟁, 핵질서 및 유엔 체제의 붕괴 위기 등이 지구촌을 흔든 안보 이슈들이었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북핵 위협의 가중,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정상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남북 우주 경쟁, 9·19 군사합의 파기, 북·러 군사기술 공조 등 다양한 안보 이슈들이 있었다. 한국을 세계 9위의 무기 수출국으로 올려세운 ‘K방산의 기적’과 같은 신나는 소식도 있었다.
글로벌 안보 이슈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추구하는 ‘새로운 악의 축 또는 불량국가들의 발호’다. 이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곳곳에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민주국가들과의 다툼이 곧 신냉전이다. 동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아태 지역에서는 중국이 팽창주의와 전랑(戰狼) 외교를 앞세우고 주변국에게 수직적 질서를 강요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을 시켜 질서 재편을 시도하는 이란이 ‘폭풍의 핵’으로 부상했고, 한반도에서는 북한이 핵을 앞세우고 남북관계 지배와 한미동맹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모두는 한반도 운명과 직접 관련이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간의 갈등이라는 전통적 분석틀에서 보면 지역문제로 보이지만, 신냉전 분석틀에서 보면 불량국가들의 질서 재편 시도에 대한 서방의 저항이며, 후티 반군의 바브엘만데브(Bab-el- Mandeb) 해협 차단 시도로 이미 편가름이 시작됐다. 여기서 서방이 나약함을 보이면 미증유의 해상 물류대란이 발생할 것이며, 한국과 같은 무역국에 치명적일 것이다. 당연히, 대만해협이나 한반도가 ‘다음 전장(戰場)’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북한이 주민의 굶주림을 외면한 채 핵무력 고도화를 강행하는 것도 중·러가 2017년 안보리결의 2397호 이후 모든 대북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9월에 ‘전술핵 공격잠수함’이라는 것을 진수했고, 11월에는 정찰위성을 발사했으며, 12월에는 고체연료 ICBM을 쏘았는데 지난해에만 56기의 미사일을 쏘았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핵질서는 중거리핵폐기조약(INFT)의 붕괴, 러시아의 신전략핵감축조약(New START) 및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탈퇴 등으로 붕괴 위기를 맞았는데, 북한은 핵무력 증강, 핵사용 독트린 채택, ‘선제 핵사용 원칙’ 표방 등으로 붕괴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 안보 전망도 불투명하다. 북핵 고도화, 중·러의 북핵 비호와 한·일 방공식별구역(ADIZ) 침범, 중국의 자원무기화 등은 새해에도 이어질 것이다. 이런 시기에 중요한 것은 ‘자강(自彊)과 동맹’이라는 안보 진리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최강국과의 동맹과 자유우방과의 연대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물론, 더 시급한 것은 스스로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래서 새해에는 ‘항재전장·일치단결·강군건설’을 외치고 싶다. 군은 늘 전장에 있다는 자세로 도발을 억제해야 하고, 국민과 정부 그리고 군은 안보에 있어 한마음이어야 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강군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두둥실 떠오른 갑진년 새해의 태양을 바라보며 외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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