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주한미군부대 집중탐구

[인사이드 USFK - ⑫(끝) 미 210포병여단(Thunder) ] 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승리 향한 ‘강철비’ 내린다

입력 2023. 12. 28   17:14
업데이트 2023. 12. 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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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공격할 때 나는 소리가 마치 천둥 같다고 해 ‘선더(Thunder)’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부대가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Camp Casey)에 주둔 중인 미 210포병여단이 그 주인공이다.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예하 210포병여단은 대화력전에서 활약하는 다연장로켓(MLRS·Multiple Launch Rocket System) 부대다. 지난 21일 방문한 캠프 케이시에서 이들이 자랑하는 화력 자산을 엿볼 수 있었다. ‘인사이드 USFK’ 마지막 순서로 포병여단을 소개한다.  

경기도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서 진행된 미 210포병여단 훈련 중 MLRS 차량이 기동하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서 진행된 미 210포병여단 훈련 중 MLRS 차량이 기동하고 있다.


경기도 최북단 배치…주한미군 핵심 부대 

경기도 최북단에 자리 잡은 210포병여단은 주한미군의 핵심으로 꼽히는 부대다. 포병여단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한미동맹의 상징으로서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캠프 케이시에 주둔 중인 포병여단은 최전방 북한 장사정포 부대를 초토화할 수 있는 MLRS 수십 대를 운용한다.

대부분 미군 부대가 평택 험프리스 기지로 이전한 상황에서 MLRS를 운용하는 포병여단은 한강 이북에 주둔하는 유일한 미군 전투부대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MLRS는 1991년 걸프전에서 ‘강철비(Steel rain)’라는 이름을 얻으며 강력한 성능을 입증했다. 직경 227㎜ 로켓 1기에는 400~600발에 이르는 대인 자탄이 들어 있다.

이런 로켓이 MLRS 한 대에 총 12기가 탑재돼 있다. MLRS는 1분 이내에 12기의 로켓을 모두 발사할 수 있는 연사력을 갖췄다.

이뿐만 아니라 MLRS 자체에 달린 크레인을 사용해 3분 이내에 재장전이 가능하다.

여기에 MLRS에서 발사할 수 있는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 같은 강력한 발사체의 등장과 다양한 탄두 개발은 MLRS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미군 장병들이 MLRS 재장전 훈련 중인 모습.
미군 장병들이 MLRS 재장전 훈련 중인 모습.


부대 애칭은 ‘선더’…사격 소리 천둥과 같아

210포병여단의 부대 애칭은 ‘선더’다. 브랜든 P. 툴런(대령) 여단장은 애칭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부대가 운용하는 MLRS의 사격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많은 이가 실사격 소리를 천둥 치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점에 착안해 우리 부대를 ‘선더’라고 부르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대 애칭만큼 강렬한 게 또 있다. 바로 부대 구호다. 포병여단의 부대 구호는 ‘Take care of yourself, Take care of your buddy, You lead the warrior and thunder teams to victory’로, ‘나와 전우를 지키며, 우리는 승리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라는 뜻이다. 부대 곳곳에 세워진 부대 구호 표지판에서 이들의 긍지와 승리를 향한 열망을 엿볼 수 있다.

부대 구호는 그저 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포병여단 장병들은 주둔지인 캠프 케이시를 철통같이 방호하는 동시에 언제든 출격이 가능하도록 전투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전면전이 발생하면 북한의 장사정포와 방사포진지를 무력화하는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포병여단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사건도 있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사건이 발생하자 우리 군은 2004년 이후 중단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지뢰 매설을 부인하며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던 북한은 8월 20일 14.5㎜ 고사포와 76.2㎜ 평사포로 포격 도발을 감행했는데, 이때 상황을 반전시킨 부대가 포병여단이다.

당시 미군은 포병여단이 MLRS 차량을 몰고 최전방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언론에 배포했다. 이를 본 북한이 포격을 멈추고 유감을 표명했으며, 포병여단에 대한 관심도도 크게 높아졌다.


MLRS 재장전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MLRS 재장전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조이스틱 하나로 MLRS 가동 ‘완료’

현장에서 MLRS 포드에 로켓을 탑재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캠프 케이시 기지 모터풀(Motor pool)에서는 MLRS 발사대와 지휘통제 장갑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포드에 로켓을 탑재하려면 세심한 ‘조이스틱’ 조종이 필요하다. 먼저 땅에 놓인 12기의 로켓을 포드에 장착하기 위해 조이스틱으로 MLRS에 달린 크레인을 움직였다.

장병들은 길쭉하게 빠져나온 크레인에 밧줄로 로켓을 연결했다. 그리고 로켓 6기가 담긴 박스를 MLRS와 결합하기 위해 박스에도 고리를 연결했다. 마찬가지로 나머지 로켓 6기가 담긴 박스 역시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이제 조이스틱으로 움직일 차례. 운용을 맡은 장병이 조이스틱을 올리자 로켓 박스도 수직으로 떠올랐다. 장병은 로켓이 포드에 정확하게 탑재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조종을 이어갔다. 드디어 로켓이 정확하게 결합되자 경쾌한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마침내 무장을 마친 MLRS는 하늘을 바라보며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냈다. 이를 지켜보며 북한이 포병여단과 MLRS를 왜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건너편에서는 MLRS 정비가 한창이었다. 정비를 맡은 왓슨 일등상사는 “10년 넘게 MLRS를 만지고 나서야 노하우가 생겼다”며 “언제, 어디서든 적을 타격할 수 있어야 하는 장비인 만큼 임무에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미군 장병이 MLRS 재장전 훈련에 임하고 있다.
미군 장병이 MLRS 재장전 훈련에 임하고 있다.

 

한 장병이 MLRS 차량 점검을 하고 있다.
한 장병이 MLRS 차량 점검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진행된 사격에서 우리 군과 미군 전술지대지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진행된 사격에서 우리 군과 미군 전술지대지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주한미군, 한반도 평화·안보 지키는 큰 힘이자 전우 

210포병여단을 끝으로 지난 1년간 주한미군 각 부대를 속속들이 들여다본 인사이드 USFK는 막을 내린다. 각 부대를 돌며 때로는 우리 군과 비슷한 친밀감을, 때로는 미군만의 독특한 제도와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국군과 닮은 듯 다른 주한미군. 하지만 가장 변치 않는 것은 이들이 지난 70년간, 또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큰 힘’이자 ‘전우’라는 사실이다.



인터뷰-미210화력여단 여단장  브랜든 P. 툴런  대령

“우리 여단은 중요한 임무를 받고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한 적은 함부로 넘볼 수 없다고 자부합니다.”

브랜든 P. 툴런(대령) 여단장은 이번이 5번째 한국 근무다. 툴런 여단장은 1999년 처음 한국에 파병 왔을 때를 회상했다.

“저는 소위 시절에도 이곳 캠프 케이시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래서 낯설지는 않죠. 당시 한국의 첫인상은 읽을 수 없는 간판들이 즐비해 경계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인들은 저희를 친근감 있게 대해 줬습니다. 군 생활 중 15년을 한국에서 근무한 만큼 이곳이 이제 제 집 같습니다.”

툴런 여단장은 210화력여단이 중요한 이유를 여단이 속한 위치와 현저히 강해진 대한민국 위상을 기반으로 설명했다.

“경기도 평택으로 미군 부대 대부분이 이전하면서 현재 우리 여단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최전방에 있습니다. 언제든 적과 싸울 수 있는 상황이죠. 또 한국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눈부신 성장을 이뤘습니다. 이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강국으로 성장한 만큼 저희에게도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툴런 여단장은 동두천기지의 전략적 중요성을 묻자 “동두천은 미 2사단의 집으로 휴전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소중한 장소”라고 답했다. 그런 만큼 여단 장병들의 자부심도 크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런 긍지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화력여단은 대한민국 국토 방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우리의 임무는 숭고합니다. 그만큼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죠. 끈끈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즉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겠습니다.”    글=박상원/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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