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진중문고+

뉴미디어 매체가 파도처럼

입력 2023. 12. 20   15:46
업데이트 2023. 12. 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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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진중문고 독후감 우수’ 국방부 장관 표창 
류현명 상병 육군9보병사단 황금박쥐여단 


육군9보병사단 황금박쥐여단 류현명 상병이 ‘진중문고 독후감 우수’ 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국방부는 해마다 본지 ‘진중문고+’ 코너에 실린 장병들의 독후감 중 우수작 한 편을 선정해 국방부 장관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는 41편을 대상으로 한국문인협회 심의를 거쳐 지난 10월 12일 자에 게재된 류 상병의 ‘알았지만 알지 못했던, 그날의 기억들’(『영화로 전선을 간다』를 읽고 )이 최종 선정됐다. 새해에도 병영에 비치된 진중문고를 읽고 쓴 독후감을 소개하는 진중문고+에 장병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뉴미디어 매체가 파도처럼 범람하는 시대에 책은 어떤 의미일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책은 너무 느리고, 감각적인 숏폼 콘텐츠 사이에서 글은 투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책이 각별한 이유가 있다.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올해 3월의 초봄, 사회에서의 소중한 기억을 뒤로하고 백마신병교육대의 정문을 넘어섰다. 낯선 장소와 사람들, 그리고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단체생활까지. 모든 것이 그저 막막하게 느껴졌다.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읽을 것이 없나 생활관을 두리번거리던 중 우연히 총기함 위에 놓인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을 발견했다. 우주과학 필독도서로 불리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후속작이었다. 그날부터 남몰래 우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모든 것이 낯선 환경 속에서 책과 함께하는 여행은 내게 한없는 벅차오름과 자유로움을 선사해 줬다.

자대 배치 이후 맞이한 여름 햇볕은 대지를 녹일 듯 강렬했지만, 군 생활의 목적을 찾지 못한 내 마음 한구석은 얼음장이 돼 가고 있었다.

그런 내게 책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영화로 전선을 간다』에 등장한 수많은 선배 전우의 이야기는 그들이 흘린 피땀의 가치를, 자유는 결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사실을 깨쳐 줬다.

강안 경계작전을 수행하는 반석중초의 가을밤. 어느새 찾아온 선선한 밤공기가 문득 독서카페로 향하는 나의 몸과 마음을 적신다.

새벽마다 예고 없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작전에 투입돼야 할 때, 야간근무에 들어가야 하는 게 힘겨워 조용히 눈물지을 때 책은 살며시 다가와 조심스레 나를 어루만지며 위로해 줬다.

돌이켜 보니 내 군 생활의 숱한 순간에 책이 함께 있었다. 지금까지 적어 낸 나의 이야기가 이제는 당신의 이야기가 되길 소망해 본다. 책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사유하며,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게 되는 기쁨을 당신도 꼭 알았으면 한다.



육군9보병사단

황금박쥐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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