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향한 혁신·선진’ 공군검찰단, 창설 2주년
사건에 대한 부대원·상급자·지휘관 관여 원천차단
국내 사법기관 유일, 검사가 직접 사건 처리 설명
일대일 매칭 손배 청구 돕고 접근금지 이끌어 내기도
AI 사건 처리 시스템 자체 개발…수사 객관성 높여
2021년 5월 21일, 공군검찰을 향한 신뢰가 땅에 추락했다. 성추행과 2차 피해로 고통받던 고(故) 이예람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날이다. 그로부터 약 7개월 뒤인 2022년 1월 1일, 공군검찰단이 창설됐다. 공군검찰단은 각급 부대 지휘관에게 부여된 검찰 지휘권을 일원화한 참모총장 직속 조직이다. 공군검찰단은 신뢰를 되찾는 것을 창설의 목표로 두지 않았다. 애초 국민의 믿음이 추호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적 불신과 편견 속에서 ‘신뢰받는 검찰’이 되고자 공군검찰단이 택한 것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끊임없는 혁신. 공군검찰단은 ‘정의를 향한 혁신과 선진, 정예 공군검찰단’이라는 비전하에 창설 후 2년 동안 여러 혁신·선진적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느리지만, 조금씩 쌓아가고 있는 ‘혁신의 성과’를 창설 2주년을 앞두고 소개한다. 글=김해령 기자/사진=공군 제공
구조적 한계 벗어난 검찰단, 혁신·선진 제도 도입
공군검찰단 창설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범죄 발생 부대와 처리 부대가 달라지면서 사건에 관한 부대원, 상급자, 지휘관의 관여를 원천 차단했다는 점이다. 창설 이전에는 부대 군검사를 해당 지휘관이 지휘·감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대 독립 후 검찰단은 사건 발생 부대 지휘관에게 어떠한 보고·결재도 않는다. 공군 내 모든 사건은 5개 보통검찰부장, 중요 사건은 검찰단장 전결로 종결된다. 일부 중요 사건의 경우 검찰단장이 참모총장에게 보고하긴 하지만, 참모총장이 사건 결정에 관여하거나 지휘하는 일은 창설 후 지금까지 한 건도 없었다.
그러나 구조와 체계만 바뀐다고 조직이 달라질까? 공군검찰단은 ‘아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현재 공군검찰단은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으로 각종 혁신적이고 선진적인 사건 처리 시스템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국내, 전군 등 최초 타이틀은 이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수사 기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한 ‘1·2·3 원칙’ 정립도 이 중 하나다.
① 피해자에게 전화하는 검사
공군검찰단 군검사들은 형사사건이 접수되면 범죄 피해자가 궁금해하는 사항을 직접 설명해준다. 시기는 사건 접수·처리 시를 포함해 최소 2회 이상이다. 설명 방법은 전화·문자·이메일 등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접수 시에는 사건 접수 사실부터 처리 예상 기간, 국선변호사 선임 현황·만족 여부 확인까지 설명한다. 처분 때에는 처분결과·사유, 향후 재판과 이의 절차 등을 안내한다. 이는 철저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공군검찰단이 마련한 ‘범죄 피해자에 대한 군검사의 유선 설명 시스템’에 의한 것. 검찰단은 창설일인 지난해 1월 1일부터 해당 시스템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검사가 전화·문자 등으로 직접 사건 접수·처리 과정을 설명해주는 것은 국내 사법기관 중 공군검찰단이 유일하다. 일반 수사기관은 고소·고발인에 한해 사건 처리 시 처분 결과만 등기 우편으로 안내할 뿐이다. 검찰단은 피해자가 고소·고발인이 아니어도 피해자가 있다면 반드시 먼저 연락한다. 시스템 운영 결과 사건 처리에 관한 민원과 외부기관 제보 등 불만이 현저히 감소했다.
김예영(소령)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은 “보통 사건 처리는 수사기관 중심으로 진행돼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는 궁금한 것이 많아도 알 도리가 없었다”며 “범죄 피해자가 처분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기존의 방식을 지양하고, 검사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닌 피해자가 궁금한 내용을 설명해줌으로써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사건 처리를 도모하기 위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② 피해자 배상 법률 지원
민간법원은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금전배상(민사)까지 동시에 명령할 수 있다. 반면 군사법원은 이런 ‘배상명령 제도’가 없어 군 내 범죄 피해자가 손해를 보전하려면 민간법원에 별도의 민사소송을 청구해야만 한다. 하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군인·군무원 개인에게 민사소송은 복잡하고 어려운 게 현실. 공군검찰단은 군인·군무원 범죄 피해자가 신속히 회복해 일상생활에 복귀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범죄 피해자 배상지원 제도’를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역시 전군 중 공군검찰단만 운영하는 제도다. 공군검찰단은 인권보호부 군검사와 범죄 피해자를 1대 1로 매칭해 소송 절차와 유의 사항을 설명해주고, 서류 작성 방법이 기재된 소송서류 양식도 제공한다. 아울러 소송서류 작성 시 문의 사항도 군검사가 친절히 답변하도록 했다.
③ 피해자와 유사한 장병에게 묻는다
아무리 해박한 법률지식을 지닌 군검사라지만 군 내 사건 처리 과정에서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군인·군무원이라는 직업적 특성 탓이다. 가령 전투기나 각종 장비에 대한 정비 특기 교육 중 범죄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군검사는 타 병과 교육을 모르기에 교육자의 행동이 교육 과정에서 필연적이었는지, 범죄의 의도가 있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군검찰단은 ‘공군검찰장병위원회 제도’를 전군 최초로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범죄 피해자와 같은 신분·계급을 가진 장병 위원들이 대중의 상식·사회통념에 입각해 형사사건을 바라보고, 권고의견을 제시하는 제도다.
위원회는 사건 판단에 어려움을 느낀 군검사가 직접 사건을 회부하면 열린다. 위원들은 피해자·가해자 특기·기수·근무이력 등을 고려해 5인 이상, 9인 이하 장병·군무원으로 선정된다. 이들은 군검사로부터 사건 설명을 듣고 기소·불기소 결정 적정성, 기소유예·약식명령 청구 여부, 추가 수사 필요성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 이때 피해자 개인정보는 철저히 비밀로 유지된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위원회는 현재까지 8차례 열려 총 15건의 사건을 심의했다. 이 중 14건이 위원회의 결정대로 처분됐다. 김 부장은 “범죄 피해자 시각에서 사건을 이해하고, 피해자 등 모든 사람이 납득하고 수긍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④ 민간 형사사건 추적·관리로 피해자 보호
검찰단은 민간으로 이관된 3대 범죄 사건(성폭력범죄·군인 등이 사망한 경우 원인이 되는 범죄·군인 신분 취득 전 범죄) 진행 경과를 여전히 추적·관리 중이다. 군 내 인사·징계 조치 공백을 방지하고, 군에 남은 범죄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전군에서 공군검찰단만 도입 중인 제도다.
현재 민간법원에는 3대 범죄 사건을 저지른 현역 장병·군무원에 대한 형이 선고·확정돼도 이를 부대에 통지하는 절차가 별도로 없다. 이 때문에 당연제적·퇴직 대상인 장병·군무원이 적절한 인사·징계 조치를 받지 않고 계속해서 정상 복무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군에 복무하는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와 분리되지 못한 채 그대로 노출되는 부작용도 빈번하다. 검찰단은 민간 형사사건 경과를 추적·관리하는 전담 인력을 배치한 상태다. 또 가해자에 대한 적시 인사·징계 조치를 의뢰해 군 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
⑤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각종 법령 개정 추진
지난해 민간인을 스토킹한 공군 부사관 A씨가 구속 기소됐다. 피해자인 민간인 B씨는 A씨가 불구속으로 풀려날 경우를 대비해 공군수사단에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신청을 요청했다. 수사단은 검찰단에 잠정조치를 신청했고, 검찰단은 민간지방법원에 잠정조치를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군인의 범죄는 군사법원이 잠정조치를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검찰단은 군사법원에 다시 잠정조치를 청구했지만, 군사법원 역시 이를 기각했다. 이번엔 군사법원에 잠정조치 권한을 부여하는 권한이 법률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까닭이었다. 검찰단은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했고, 서울고법은 “군사법원은 군인인 피의자의 스토킹범죄에 대한 재판권을 근거로 피해자 보호를 위한 부수적 재판에 해당하는 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며 원심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검찰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군사법원은 A씨에게 B씨 및 주거 100m 이내 접근금지와 휴대전화·이메일 등을 통한 송신 금지 명령을 내렸다.
검찰단은 규정이 없다는 문제점에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군인에 대한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결정을 국내 수사기관 최초로 끌어냈다. 또 ‘군사법원도 잠정조치 결정을 할 수 있는 법원으로 간주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국방부에 건의한 상태다. 이 같은 사례를 포함해 검찰단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각종 법령 개정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민간 진술 조력인 제도를 군 수사기관에 도입하고자 국방부에서도 법무부 진술조력인 명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바 있다.
⑥ 인공지능 사건 처리 시스템 개발·도입
공군검찰단 군검사들은 사건 처리 시 AI라는 선진화된 시스템의 지원·감시를 받고 있다. 장병·국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 위함이다. 검찰 업무에 AI를 도입한 건 국내 수사기관을 통틀어 공군검찰단이 처음이다.
AI 사건 처리 시스템은 공군 자체 기술로 개발됐다. 원래 김영훈(대령) 검찰단장은 AI를 사건처리 업무에 도입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명문대학교와 대기업 등에서 손을 내밀었으나 군 사건 데이터를 넘길 수 없다는 점에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후 국방부 실험사업에도 도전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 공군정보체계관리단에서 가능하다는 답을 듣고 협업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시스템은 군검사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여 사건 처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AI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사례 분석은 군검사의 숙의와 판단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 시스템은 법무부와 대검찰청부터 대기업, 연구기관 등에서 개발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또 우즈베키스탄군검찰총장과 대전지검 논산지청장 등이 시설을 견학했다.
⑦ 권위 버리고 장병에게 다가가는 군검찰
검찰단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범죄자 수사 및 엄정 처벌’의 기존 검찰 인식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검찰 서비스 제공’으로 이미지 변신을 노리고 있다. 장병 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닌, 서비스 제공업자의 마음가짐으로 업무 방식·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장병기자단’ 역시 장병과의 소통 강화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조치의 하나로 만든 조직이다. 장교·부사관·병사·군무원 등으로 구성된 장병기자단은 지난해 1기(12명), 올해 2기(20명)에 이어 현재 3기 모집 중이다. 기자단 구성원들은 군사·민간재판 방청, 법조인 인터뷰, 각종 언론매체 기고문 작성 등을 하며 일반 장병과 검찰단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⑧ 군검사 선발제도
민간 검사 임용 절차와는 달리 기존 단기 군법무관들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군검사 보직을 받을 수 있었다. 검찰단은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검찰단이 군검사를 발탁하는 ‘군검사 선발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업무수행으로 군검찰 업무에 뜻이 있는, 사명감·책임감 넘치는 군검사를 우선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훌륭한 인적자원을 원하는 만큼 이들에게 주는 ‘당근’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군검사가 받기 어려운 공군참모총장 표창장과 총장 명의 추천서를 발급해 민간검사나 대형 로펌 재취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김 단장은 “군검찰이 잠시 다녀가는 곳이 아니라 검사 커리어의 시작이 되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전역 후 민간 판·검사나 대형 로펌을 지원하고자 하는 최우수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조직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⑨범죄신고·상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앞으로 공군 장병들은 범죄 신고를 더욱 편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또 사건 접수 절차도 간소화돼 수사 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군수사단과 검찰단은 곧 범죄 신고(고소·고발)부터 관련 상담을 할 수 있는 카카오톡 채널을 공개할 예정이다.
당초 군 내 범죄 신고는 1303 국방헬프콜 위주로 운영돼 사건이 수사단으로 배정되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으나, 이제는 채팅 한 번으로 단번에 신고 접수가 가능해졌다.
수사단과 검찰단은 신고 접수 외에도 수사실적을 홍보해 기관 신뢰도를 증진하고, 카드뉴스(알아두면 좋은 형사 상식 등)를 보내 장병들의 접근성을 향상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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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영훈 공군검찰단장
“군 수사기관 몇 배 노력 필요…존재 이유 명확히 납득시켜야”
“2021년 7월부터 반년 동안은 생애 가장 바쁜 날이었습니다. 매일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문의가 왔고, 그럴 때마다 ‘우리가 그렇게 신뢰가 없나’라는 자괴감이 들었죠. 공군검찰단장직을 맡으며 혁신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정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심정으로요.”
김영훈(대령) 공군검찰단장은 지난 2021년 7월 고등검찰부장으로 임명되면서 실질적으로 공군검찰을 총괄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이 같은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결심한 대로 쉼 없이 새로운 시도를 펼쳐왔다. 아울러 2년 만에 눈에 띄는 성과도 냈다.
김 단장은 “혁신적인 시스템을 계속 도입하니 불만과 민원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안정화 기간을 거치면 민간에서도 인정하는 선진적인 조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달부로 검찰단장직을 내려놓고 국방전산정보원 산하 태스크포스(TF)로 자리를 옮겨 육·해·공군 수사기관 데이터를 종합하는 체계를 개발하는 임무에 참여한다.
초기 검찰단장으로서 신뢰하는 검찰단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온 김 단장은 마지막까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군 사건은 상급자에 따라 조작되고, 계급에 따라 차등 대우 받는다. 그게 군 사법·수사기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라며 “군 사법·수사기관은 정말 변하지 않으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단장은 “검찰단뿐만 아니라 군 수사기관은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이 되기 위해 민간보다 몇 배 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군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현실에 절대 안주하지 말고 군 수사기관이 민간기관과 별도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장병·국민에게 명확히 납득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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