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씨름대회
캠프 캐롤 소속 장병 50여 명 참여
대회 앞두고 3개월 동안 기량 익혀
카투사 장병과 단체전도 볼거리
도나휴 여단장 “동맹의 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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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장병들이 씨름 샅바를 매고 모래판 위에서 힘을 겨루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 2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경북 씨름 대축전’ 중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씨름대회’에서다.
이날 대회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구미시체육회와 (사)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구미시씨름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문화재청, 경상북도, 구미시, 대한씨름협회가 후원했다.
대회에는 경북 칠곡군 캠프 캐롤 소속 장병 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예선과 8강·4강전을 거쳐 결승전까지 치열한 승부를 겨뤘다. 주한미군 장병들의 씨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가득 채운 인파 역시 이들의 선전에 큰 박수를 보냈다.
열띤 경합 결과 킹슬리 세인트 루이스 병장과 로더릭 해리스 상병이 5판 3선승제로 치러진 결승전에 출전했다. 등채기와 왼배지기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2대 1로 앞서가던 해리스 상병은 3경기에서 루이스에게 1점을 내줬지만, 결국 밭다리와 밀어치기로 승리를 따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명승부에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황금빛 장사복을 입은 해리스 상병은 “씨름은 굉장히 즐거운 스포츠다. 미국에서 레슬링 선수였는데, 레슬링과 씨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게 재미있었다. 씨름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회 전에 씨름을 배우고 직접 프로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그 시간들이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됐다”는 소감도 밝혔다.
주한미군과 카투사 장병들의 단체전도 볼거리였다. 대회에 출전한 한미 장병 14명은 팀을 이뤄 멋진 승부를 벌였다. 단체전에서 활약한 황상현 일병(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은 “평소 씨름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마침 주한미군과 함께하는 씨름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참가하게 됐다”며 “한국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에 미군들이 흥미를 갖고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같이 훈련하고 경기를 치르면서 유대감도 커졌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대회에 앞서 한미 장병들이 약 3개월 동안 함께 씨름을 배우고 익혔다는 점이다. 이들은 천하장사 출신인 이태현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이사장과 정창진 구미시청 씨름단 감독 등에게 체계적인 지도를 받았다. 한미 장병들은 씨름 용어와 기술을 배우고 구미시청 씨름단 선수들과 모래판에서 몸을 맞부딪히며 기량을 키웠다.
3위를 차지한 조나단 보트 하사는 “미국에서 20년 동안 레슬링을 했다. 오랜 시간 몸에 익었던 레슬링과 씨름이 달라 어려운 것도 많았지만, 씨름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오늘, 이 자리에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 나온 많은 한국 국민을 보고 감명받았다. 우리가 좋은 이웃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럽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한미군 가족과 관람객을 위한 즐길거리도 마련됐다. 육군50보병사단 군악대와 유소년 댄스팀, 인기 트로트 가수 박군은 흥겨운 무대를 선보이며 대회를 풍성하게 채웠다. 출출함을 달래줄 먹거리와 지역 특산품, 수공예품 등도 다채롭게 준비됐다.
이날 대회에는 김학홍 경상북도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김장호 구미시장, 윤상훈 구미시체육회장, 브라이언 도나휴(대령) 주한 미 육군 물자지원여단장, 홍태곤(한국 육군중령)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4지역대장 등 지자체 및 군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태현 이사장은 개회식에서 “새로운 것은 두렵고 겁나고 힘들지만 새롭다는 것은 희망이 있고 발전이 있고 꿈이 있는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원팀(One team)이 된 이번 대회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도나휴 여단장은 “오늘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씨름을 통해 한국에서 복무하고 있는 장병들과 지역 사회가 깊은 결속을 다졌다”고 평가한 뒤 “상대에 대한 존경을 가지고 마주하는 씨름의 정신으로 지역 사회 동반자들과 관계를 지속적으로 쌓아가며 한미동맹의 본보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글=송시연/사진=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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