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미 육군 이동식 초소형 원자력 발전기 실전 배치 추진

입력 2023. 12. 01   17:28
업데이트 2023. 12. 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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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승패 좌우하는 새 변수 ‘전기’<하>

기존 내연기관방식 확보에 한계

5.45m 길이 컨테이너 3~4개 구성
수송기로 24시간 이내 전 세계 전개
연료 교체 없이 최대 3년간 전력 공급
안정성 확인 후 해외 거점기지서 사용

첨단무기의 종류와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전기의 중요성 역시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 문제는 야전에서 충분한 전원(電源)과 전력(電力)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 국방부와 육군은 표준형 컨테이너 크기의 이동식 초소형 원자력 발전기를 실전 배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전략역량사무국은 프로젝트 펠레로 명명된 이동식 초소형 원자력 발전기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군 현대화 계획과 첨단무기 확대에 따라 급증하는 야전부대의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사진=미 육군미래사령부 홈페이지
미 국방부 산하 전략역량사무국은 프로젝트 펠레로 명명된 이동식 초소형 원자력 발전기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군 현대화 계획과 첨단무기 확대에 따라 급증하는 야전부대의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사진=미 육군미래사령부 홈페이지

 

폭증하는 야전의 전기 수요 

1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 해외 원정 작전을 펼친 미 육군은 발전기를 사용해 그때그때 필요한 전기를 확보해 왔다. 2000년대 이후에는 야전에서 사용하는 전자장비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연료 효율, 신뢰성 및 부품 상호운용성이 향상된 발전기를 끊임없이 실전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전력구조 개편에 따른 야전의 폭발적인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아슬아슬한 수준이라는 것이 현재 미 육군미래사령부 장교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지난 2016년 미 국방과학위원회(DSB) 역시 전기를 미래 군사 작전의 핵심 요소로 명시하고 향후 전장의 전기 수요가 에너지 효율 및 관리 범위를 크게 초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존하는 발전체계의 성능 개량 및 추가 확보보다 전기에 대한 야전의 수요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암울한 전망은 그대로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로 1991년 걸프전 당시만 해도 미 육군의 전력 소모량은 시간당 1.74㎾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1년 미 육군의 전력 소모량은 시간당 2.08㎾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전력 소모량은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이후 넷 워리어(Net Warrior)를 시작으로 ENVG-B, FWS-1, IVAS 같은 스마트 무기체계가 순차적으로 실전 배치되면 시간당 전력 소모량 역시 31.5㎾에서 45㎾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충분한 수준의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미 육군은 첨단무기의 운용에 제약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전투력 유지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참고로 한국전력공사의 2022년 시군구별 전력판매량 정보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하루 전력 소모량은 시간당 4.31㎾다.


야전에서 전기를 생산한다 

결국 야전에서 필요로 하는 충분한 수준의 전기를 확보하는 방법은 크기는 작아도 효율은 높은 새로운 발전기의 개발이다.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원자력 발전기다. 기존 내연기관방식의 발전기는 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미 국방부 산하 전략역량사무국(SCO)은 현재 프로젝트 펠레(Project Pele)로 명명된 이동식 초소형 원자력 발전기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서 펠레는 브라질의 유명한 축구선수 이름이 아니라 ‘지속적인 효과를 위한 이동식 에너지(Portable Energy for Lasting Effects)’의 머리글을 딴 약자다. 하지만 프로젝트 펠레의 가장 열성적인 지지세력인 미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는 “펠레는 하와이의 불과 힘의 여신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주장했다. 사실 프로젝트 펠레의 원래 이름은 2019년 1월에 명명된 프로젝트 다이리튬(Project Dilithium)이었다.

현재 이동식 초소형 원자력 발전기의 개발에는 미국 연방정부 산하 에너지부, 원자력규제위원회, 미 육군 공병대 및 주요 에너지산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20피트(5.45m) 컨테이너 3~4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C-17 수송기로 전 세계 어디든 24시간 이내에 전개 가능한 조립식 원자력 발전기다. 최대 중량은 40톤 이하로 제한되며 TRISO 연료를 사용하여 별도의 방사능물질(연료) 교체 없이도 최대 3년 동안 1~5MW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미 국방부는 동서냉전 시대에 소형 원자로를 무려 8개나 운용한 경험이 있다. 1950년대에 개발된 ML-1 이동식 원자로는 1954년부터 1977년까지 미국 와이오밍주, 그린란드 캠프 센추리, 남극 맥머도 기지, 파나마 등에서 운용됐다. 다만 낮은 신뢰도와 전력 생산효율, 높은 운용비 등으로 인해 미 국방부는 원자력 방식의 발전을 포기했다. 하지만 2010년,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원자력 에너지의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국방고등계획연구국(DARPA)은 새로운 원자력 발전기의 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야전에서의 원자력 발전, 가능할까?

물론 이동식 초소형 원자력 발전기의 개발이 계획처럼 순조롭지는 않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본격적인 개발은 2014년이 되어서야 시작되었으며 개발 기준은 2016년에, 미 육군 군수참모부의 연구결과 보고서는 2018년에 완성되었다. 본격적인 개발은 지난 2019년, 2027년 말까지 초소형 원자로를 활용해 환경 변화와 탄소 배출가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라 추진력을 얻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2025년 새로운 원자로에 대한 실험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daho National Laboratory)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소에서의 첫 실험이 성공할 경우 그린란드 툴레, 디에고 가르시아, 알래스카 포트 그릴 리 등 11개 후보지에 순차적으로 설치될 계획이다.

물론 미 국방부와 육군은 이동식 초소형 원자력 발전기를 지금 당장 야전에서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안정성이 확인된 후 해외 거점기지에서 우선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기술들이 적용된 만큼 재난영화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효율 측면에서도 출력 300MWe 이하의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보다 발전 용량이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분해조립 및 이동이 가능한 만큼 활용 범위는 오히려 더 넓다는 주장이다.


전기가 승패를 좌우한다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가 전력망에 대한 물리적 공격과 함께 전자-사이버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단전으로 인한 민간의 피해가 확대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집요한 공격은 멈출 기미가 없다.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은 물론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 의지를 꺾는 데 효과적이라는 러시아군 수뇌부의 판단 때문이다.

지난 10월 하마스의 충격적인 테러 이후 진행된 이스라엘의 보복 작전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장 먼저 조치한 것은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 차단이었다. 전기가 끊기면 지휘통신망의 운용에 큰 제약이 뒤따르며 첨단무기의 운용 역시 불가능하다. 심지어 가자지구 전투에서 하마스는 단전으로 스마트기기의 사용에 제약이 생기면서 자신들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인지전(Cognitive Warfare) 능력을 크게 상실하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이스라엘군은 각종 탐지자산을 활용해 적의 발전시설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전기의 흐름을 탐지해 적의 지휘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 영국군의 경우 전장 전기화 접근 방식(Battlefield Electrification Approach) 개념을 통해 새로운 변화에 대비하고 있으며 다른 강대국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의 수급은 전쟁의 승패는 물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특히 18세기 중반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석탄, 20세기 초부터는 석유가 전쟁 지속 여부와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였다. 그리고 이제 현대 전쟁과 미래 전쟁에서 전쟁 지속 여부와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전기다. 이동식 초소형 원자력 발전기를 개발해 야전에서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가벼이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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