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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금속이 불러온 ‘뉴칼레도니아 비극’

입력 2023. 11. 15   18:52
업데이트 2023. 11. 1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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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영화 
- 리벨리온(Rebellion, L‘ordre et la morale 2011) 
감독: 마티유 카소비츠 / 출연: 마티유 카소비츠, 실비 테스튀, 이아베 라파카, 필립 토레톤

1864년 니켈 광산 발견
노동자 유입되며 원주민 급감
2차 대전 후 독립 기대했지만
프랑스군 재입성에 무산
독립 원했던 원주민들에
인질로 잡힌 프랑스인들
결국 유혈 진압 사태로…

영화 ‘리벨리온’. 사진=씨네21i㈜다우기술
영화 ‘리벨리온’. 사진=씨네21i㈜다우기술



“미국의 한 화학자는 희귀 금속을 발견하고 그 물질을 프로메테우스의 이름을 따 프로메튬이라 명명했다. 프로메튬이라는 이름은 희귀 금속이 프로메테우스의 불처럼 우리의 문명을 바꾸고 경제, 사회 환경에 대변혁을 가져올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프로메테우스의 금속』 중, 기욤 피트롱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프랑스가 태평양 국가인 까닭

에메랄드와 코발트 빛이 교차하는 바다, 고운 모래가 깔린 화이트 비치, 야자나무 숲이 펼쳐진 해안. 남태평양의 낙원. 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지. 호주에서 1200㎞ 동쪽에 있는 이 섬은 영어로는 뉴칼레도니아(New Caledonia), 프랑스어로는 누벨칼레도니(Nouvelle-Caledonie)로 불린다. 인구는 28만 명. 면적은 1만8576㎢로 경상북도와 비슷하다.

1853년 황제 나폴레옹 3세의 지시로 프랑스군은 이 섬에 상륙한다. 영국이 호주에서 그랬듯 프랑스도 이곳을 유배지로 만들었다. 파리 코뮌 사태의 가담자를 격리하는 감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프랑스는 폴리네시아 섬들을 점령하며 태평양의 광활한 바다를 차지한다. 프랑스가 현재 러시아 등 영토가 넓은 다른 국가를 제치고 배타적경제수역(EEZ) 세계 1위가 된 것은 이때의 영향이 크다.

뉴칼레도니아의 비극은 1864년 니켈 광산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유럽 이주민과 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대량 유입되자, 원주민 카낙(Kanak)인의 숫자는 급감했다. 유럽인들이 들여온 전염병과 인종차별 정책 때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원주민들은 독립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는 프랑스군이 다시 돌아오면서 무산됐다. 프랑스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독립을 지연시켰다. 1946년 프랑스는 뉴칼레도니아를 해외 영토로 규정하고, 1953년 원주민들에게도 프랑스 시민권을 줬다. 하지만 원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한 것은 시민권이 아니라 독립이었다.

1983년 프랑스는 자치권을 확대한다고 달래면서 5년 후에 국민투표를 시행해 독립 여부를 묻자고 했다. 이에 반발한 원주민들은 1984년에 카낙 사회주의 민족해방전선(FLNKS)을 결성하며 프랑스에 의한 투표를 거부했다. 프랑스가 민족해방전선을 탄압하자 원주민 무장세력은 1988년 4월 프랑스인들을 인질로 잡고 협상을 제의했다.


정치 다툼에 희생된 식민지 뉴칼레도니아 

영화 ‘리벨리온’의 배경은 바로 1988년 프랑스 판사와 경찰 등 27명을 인질로 잡은 우베아 사건이다. 프랑스 대테러특수부대(GIGN) 대장이자 협상전문가인 필립은 사태 수습을 위해 부대원과 함께 뉴칼레도니아로 파견된다. 현지에서 필립은 사건이 테러가 아닌 우발적 사고임을 알게 된다. 협상 과정에서 부대원들도 인질이 되면서 사태는 점점 더 꼬이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협상이 타결되려는 순간, 본국의 특명이 떨어지고 상황은 반전을 맞는다.

때는 마침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좌파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과 우파 공화국연합의 자크 시라크 두 후보 간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인질 사태는 TV 토론에서도 쟁점이 된다. 미테랑은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시라크는 강경 진압을 주장한다.

결국 정치인들은 정권 야욕을 숨긴 채 유혈 강경 진압만이 프랑스의 국익과 위신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국민을 속인다. 프랑스 군부도 강경파 정치인들의 유혈 진압 주장에 동조한다.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었던 인질 사태는 협상 담당인 필립의 손을 떠나 테러 진압부대의 총으로 넘어가게 된다. 특명을 받은 테러 진압부대는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에 나서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영화 속 원주민 지도자가 던지는 대사는 프랑스 제국주의자들이 뉴칼레도니아에서 자행한 추악한 범죄를 바로 말해준다.

“지금까지 투사들의 죽음은 단 한 가지를 위해서야. 산에서 캐내 누메아에서 가공된 니켈들. 니켈이 아니면 우리 존재도 몰랐겠지. 담배 한 갑, 술 한 병 주고 우리의 선조로부터 빼앗은 우리의 땅 말이야. 그것 때문에 우리의 땅을 유린하고 우리의 공기, 우리의 바다를 오염시켰지. 돈과 마약과 술로….”


2012년 개봉한 영화 ‘어썰트’는 1994년 발생한 에어프랑스 항공기 납치사건에서 활약한 프랑스 대테러특공대 지젠느(GIGN)를 다루고 있다. 영화 ‘어썰트’ 스틸컷. 사진=케이앤엔터테인먼트
2012년 개봉한 영화 ‘어썰트’는 1994년 발생한 에어프랑스 항공기 납치사건에서 활약한 프랑스 대테러특공대 지젠느(GIGN)를 다루고 있다. 영화 ‘어썰트’ 스틸컷. 사진=케이앤엔터테인먼트

 

에어프랑스 인질 구출 성공 
프랑스 대테러부대 ‘지젠느’

지젠느(GIGN)는 국가헌병대진압단의 줄임말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테러부대다. 독일 뮌헨 올림픽(1972)에서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인 ‘검은 9월단’에 의해 이스라엘 선수단이 납치되어 전원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프랑스 정부는 이와 유사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1973년 설립했다.

인질 구출, 요인 경호, 핵시설 같은 주요 시설 경비, 흉악범 호송 임무를 수행하는 지젠느는 400여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잠수와 협상, 개 조련 같은 특수 요원도 포함돼 있다. 2007년 지역 경찰특공대인 EPIGN, GSPR, GSIGN을 흡수해 국가 대테러 특수부대로 거듭났다.

연평균 60차례 정도 출동하는 지젠느 요원들은 지원자 가운데 불과 7~8%만 뽑을 정도로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친다. 합격해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저격술, 고공강하, 스쿠버다이빙, 폭발물처리, 화기 조작술을 철저하게 익혀야만 한다. 주요 무기는 특수부대에서 선호하는 독일제 HK416. 지젠느는 따로 저격수를 두지 않을 만큼 저격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신의 목숨은 개의치 않고 타인을 구한다”라는 것이 모토다. 그만큼 많은 성과를 냈다. 지부티 프랑스학교 학생 인질 구출 작전, 에어프랑스 여객기 인질 구출 작전 등 1000여 건의 작전 수행을 통해 500여 명의 인질을 구출했다.

가장 잘 알려진 작전은 1994년 크리스마스이브에 프랑스에서 발생했던 에어프랑스 항공기 납치사건이다. 알제리 출신 이슬람 무장단체 GIA 소속 테러리스트 4명이 여객기를 마르세유 공항에 강제 착륙시키고 수감 중인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인질극을 벌였다. 나중에 알려진 이들의 목적은 기체를 파리로 가져온 후 상공에서 에펠탑에 충돌시키는 것.

지젠느 요원들은 항공기 정비원으로 위장해 연료를 공급하는 척하며 항공기 내부로 침투하는 동시에 관제탑에서도 저격수가 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작전 시간은 총 22분. 납치범은 전원 사살됐고, 인질 220여 명도 무사히 구출했다. 지젠느의 완벽한 진압 작전은 현재까지도 여객기 인질극 군사작전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필자 김인기 국장은 전자신문인터넷 미디어전략연구소장, 테크플러스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전자신문인터넷 온라인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 속 IT 교과서』가 있다.
필자 김인기 국장은 전자신문인터넷 미디어전략연구소장, 테크플러스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전자신문인터넷 온라인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 속 IT 교과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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