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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대 집중탐구] 해군3함대 수리창 기계공장 ‘디자인 팩토리’

입력 2023. 11. 02   17:13
업데이트 2023. 11. 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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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2층, 허브→데이터 전송→모니터링→통합관제 
일일이 장비조작 없이 첨단 장비로 연결 ‘뚝딱’
3D 프린팅·레이저 마킹·CAD 3가지 스마트 기술
서비스 석 달 만에 입소문 타고 영역 확장 중
“정비지원부대는 기술 지원만 한다는 패러다임 깨고
우리 군 ‘니즈’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 것”

해군3함대 수리창 디자인 팩토리 소속 군무원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3D 랜더링 작업을 하고 있다
해군3함대 수리창 디자인 팩토리 소속 군무원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3D 랜더링 작업을 하고 있다



마케팅 분야에선 고객의 ‘니즈(needs·요구)’ 파악이 핵심으로 꼽힌다. 고객이 무엇을, 왜 원하는지 알아야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軍)에서도 고객 니즈에 초점을 맞춘 특별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해군3함대 수리창 기계공장이 운영하는 ‘디자인 팩토리’가 그 주인공이다. 디자인 팩토리는 ‘무엇이든 만들어 드립니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장병 맞춤형 서비스다. 기계공장은 고객의 니즈에 맞춘 물품을 제작하거나 디자인을 지원하며 3함대의 ‘척척박사’ 역할을 하고 있다. 디자인 팩토리의 활약상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현장을 찾았다.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정비부대는 정비만?’…틀 깨니 새로운 서비스가

3함대 ‘디자인 팩토리’가 꾸려진 수리창 기계공장. 내부로 들어서니 기름 냄새가 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은은한 방향제 향기가 코끝에 풍겨왔다. 취재진을 맞은 김한석 군무사무관은 기계공장이 ‘스마트 팩토리’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기계공장 내 장비들은 모두 정보통신기술(ICT)로 하나처럼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일일이 장비를 조작하지 않아도 공장 2층에 있는 허브(HUB)에서 데이터 전송, 실시간 모니터링, 통합관제가 가능한 것이 스마트 팩토리의 장점이라고 김 사무관은 설명했다.

디자인 팩토리는 첨단 스마트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기계공장이 보유한 3D 프린팅, 레이저 마킹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함정·육상부대에서 요구하는 물품을 제작하거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디자인 팩토리의 핵심이다. 모든 작업은 고객의 니즈에 맞춰져 있다. 작전·훈련에 필요한 물품을 제작 의뢰하면 기계공장 첨단 장비로 ‘뚝딱’ 만들어주는 구조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제작된 물품으로는 부대 홍보물, 표지, 안내판, 기념품, 현수막, 교보재 등이 있다.

인쇄·출판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부대가 아닌, 함정 정비를 지원하는 부대가 왜 서비스 영역에 발을 들여놨을까. 김 사무관은 “정비지원부대는 정비기술만을 지원해야 한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침 부대가 도입한 스마트 기술·장비는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던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오랜 준비 과정 끝에 디자인 팩토리는 지난 8월부터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다.
 

3함대 수리창 디자인 팩토리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P-3C 해상초계기 교보재
3함대 수리창 디자인 팩토리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P-3C 해상초계기 교보재



3D 프린팅으로 P-3C 교보재 제작

디자인 팩토리는 △3D 프린팅 △레이저 마킹 △CAD(컴퓨터 지원 설계) 등 3가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먼저 3D 프린팅은 드론·의료·과학·식품·자동차·항공 등 모든 사물을 입체적으로 뽑아내는 첨단기술이다. 기계공장은 지난 2018년부터 3D 프린터 장비를 운용하며 선제적인 정비 능력을 확보하고 전투력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기계공장이 다른 정비지원부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정비뿐만 아닌 다양한 영역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3D 프린터로 제작한 교보재다. 기계공장은 최근 부대 요청에 따라 P-3C 해상초계기를 3D 프린터로 출력, 도색 작업을 거쳐 완성품을 전달했다. 교보재를 외부 업체에서 별도로 제작하려면 수백만 원대 예산이 필요하지만, 디자인 팩토리에선 그렇지 않다.

결과물도 훌륭하다. 기계공장 구성원은 3D 프린팅 부분에서 특출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대는 2021년과 2022년 DfAM(3D 프린팅 특화설계) 경진대회에서 군부대 최초로 연속 동상을 수상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디자인 팩토리가 고안한 부대 소개 이미지
디자인 팩토리가 고안한 부대 소개 이미지

 

디자인 팩토리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다양한 제품들
디자인 팩토리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다양한 제품들



레이저 각인하고, CAD로 교육자료 제작

레이저 마킹 기술은 이름 그대로 레이저를 활용해 각인하는 기술이다. 주로 함정·부대에서 요구하는 3D 프린팅 출력품과 금속 부품류에 레이저 각인을 하고 있다. 전문기계로 작업이 이뤄지는 레이저 마킹은 일반적인 잉크 프린팅보다 오랜 시간 반영구적으로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해상의 거친 환경과 고온 등에 의해 손상·마모되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또한 레이저 마킹은 수행한 작업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해 서버에 저장, 동일·유사한 작업을 수행할 시 보다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편의성도 갖췄다.

기계공장은 레이저 마킹 기술을 함정이나 부대에서 제작 의뢰한 장비 부품에 적용했다. 정비이력이 기록된 QR 코드 혹은 바코드를 각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QR 코드를 확인하면 부품이 언제 생산됐는지, 교체됐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부품 총수명주기를 관찰할 수 있는 정보를 데이터화한 것. 이를 통해 부품이 파손, 마모되는 주기를 빅데이터로 축적함으로써 예측 정비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 CAD는 부대 광고물을 비롯한 대형 인쇄물, 현수막 제작에 활용되고 있다. 원래는 각종 도면 인쇄에 주로 활용됐는데, 디자인 팩토리 서비스에 맞춰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기계공장은 디자인 팩토리 서비스를 위해 전용 판재와 인쇄용 시트지 등을 새롭게 도입했다.

디자인 팩토리의 레이저 마킹 기술 시연 장면
디자인 팩토리의 레이저 마킹 기술 시연 장면



출시 석 달만에 입소문

기계공장은 최근 CAD를 활용해 장병 정신전력강화를 위한 ‘조선수군재건로’ 교육 안내판을 제작했다. 안내판에는 칠천량해전 이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충무공 이순신 제독이 수군을 재건하기 위해 순천, 보성, 장흥 등을 거쳐 병사를 모으고 군량을 조달하는 과정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기계공장은 앞으로 공보정훈실과 협업해 건물 복도와 장병 생활공간에 추가 안내판을 부착할 예정이다.

디자인 팩토리 서비스를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여러 부대 입소문을 타며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니즈에 맞춘 물품·이미지를 손쉽고 빠르게 제작하다 보니, 의뢰부대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다른 지역 정비지원부대에서도 디자인 팩토리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도입하기 위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김 사무관은 지금까지 제작한 디자인 팩토리 결과물 가운데 3함대 수리창의 연혁·임무·목표가 담긴 스토리판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리창을 방문하는 분들이 우리가 제작한 스토리판을 보며 부대의 함정 친화적 정비문화를 느끼고, 아울러 디자인 팩토리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도출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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