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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입력 2023. 11. 01   16:35
업데이트 2023. 11. 0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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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길 선택했다면… 가족을 사랑하라 조국에 헌신하라

1965년 육사 입교부터 2005년 육참총장으로 전역까지…40년 군 생활 담은 회고록 출간



메모장, 담배, 시계, 야전침대, 커피잔.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의 서재에 놓인 기념패에 새겨진 그림이다. 기념패는 남 전 총장이 육군11사단 작전처 보좌관에서 88여단 대대장으로 부임을 앞둔 1981년 7월, 당시 11사단 작전참모였던 윤항중 전 1군수지원사령관이 선물했다.

메모장은 사소한 것 하나도 허투루 놓치지 않았던 그의 꼼꼼한 성격을, 담배는 지휘관으로서 그의 고뇌를, 시계는 일분일초를 아꼈던 그의 부지런함을, 야전침대는 밤낮없이 달려왔던 그의 일상을, 커피잔은 그럼에도 주변을 돌볼 줄 알았던 그의 세심함을 의미할 터.

기념패 하단에는 “도도하리만큼 자신에 찬 생활 자세와 냉철한 판단력, 푸른 제복에 때 묻히지 않고 비겁하지 않으며 부하를 위할 줄 아는 그대는 진정 ‘어 브레이브 맨(A BRAVE MEN)’ 조국은 당신을 원하고 있소”라고 쓰여 있다. 다소 투박하고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군인 남재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구가 아닐까 싶다.

남 전 총장이 40년 군 생활을 담은 회고록 『옥중에서 쓴 군인 남재준이 걸어온 길』을 세상에 내놓았다. 1965년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해 2005년 참모총장을 끝으로 전역할 때까지 군인으로서의 삶이 담겨 있다.

“정권이 바뀌고 옥살이를 하면서 여든이 넘은 누이가 애달파하는 모습에 혹여나 잘못될까 걱정돼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를 쓰다 보니 자연스레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모아놓으니 상당하더라고요. 제 뒤를 이어 군인의 길을 걷고 있거나 걸어갈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편지들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책은 2017년부터 4년 7개월의 수감생활 중 누이와 형에게 보낸 편지 그대로를 담았다. 일주일에 한 통씩, A4용지 10장 분량. 다해서 1500여 장은 족히 넘었다. 군인의 길에 들어선 이후 베트남전쟁에 참전하고 일선 대대·연대장과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제36대 육군참모총장 등을 지내오며 지켜왔던 신념과 추구했던 가치, 그 안에 있었던 고뇌와 일화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특히 돈 주고도 사지 못할 남 전 총장의 경험과 지혜, 실수와 깨달음, 아쉬움과 감사함이 직책별로 실려 있다.

그는 “군인은 군대에 복무하는 사람이다. 복무하는 사람은 반드시 집단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해야 한다. 그것이 복무하는 사람과 취직한 사람의 차이”라면서 “군대는 준비된 힘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억제에 실패했을 때는 싸워 승리함으로써 국가를 보전하기 위해 존재한다. 군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군인정신이 무엇인지, 지도자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남 전 총장에게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가 그 참고서였다. 

“옛날 병법서에 장수는 출전 명령을 받으면 가족을 잊고, 전쟁터에 이르러서는 승부만 생각하고, 접전에 임해서는 생사를 잊는 거라 했습니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은 전쟁터에서 매일 어머님 걱정, 가족 걱정, 심부름 왔다 간 노비 걱정을 하셨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가족 사랑이 조국 사랑의 근본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자기 가족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웃의 가족, 국민의 가족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가족 사랑이 결국 국가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책에는 의미 있는 부록도 실려 있다. 2008년 국방대학교 안보과정에 참여한 학생 장교와 2009년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했던 이야기, 2009년 몽골 국방대학원과 2011년 타이완 국방대학원에서 했던 강연 내용 등으로 육사 생도나 현역 간부라면 챙겨 읽어볼 만 하다.

책을 발매하고 나서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지난달 13일 진행한 출판기념회에 베트남에 함께 파병 갔던 전우의 딸이 찾아온 것.

그는 “출판기념회에 어떤 아가씨가 꽃다발을 들고 찾아왔더라. 누군지 물었더니 베트남에 파병 갔을 때 부하로 있었던 병사의 딸이었다”라며 “미국에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왔다. 전우와 통화도 했는데 오랜만의 목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 한국에 들어오면 곧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더 바빠질 계획이다.

“군인이 된 사람들이 군인을 선택했을 때는 조국에 대한 헌신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계급이 무엇이든지 전역하는 순간, 사익이 아닌 조국에 헌신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이 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것입니다. 저는 목숨이 붙어있는 한 국가에 헌신할 것입니다. 이 땅에 살아야 할 자식들, 손자 손녀들, 대를 이어갈 후손들을 위해 통일된 한국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글=송시연/사진=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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