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박현민의 연구소(연예를 구독하소)

OTT와 만난 언더커버 수사물 매운맛이 더해졌네

입력 2023. 10. 31   16:04
업데이트 2023. 11. 0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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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의 연구소(연예를 구독하소) 
- ‘OTT 드라마로 온 ‘언더커버’, 무엇이 바뀌었나

‘범죄조직 잠입해보니 보스의 첫사랑이 내 아내?’
아침 드라마급 충격에 파격적 서사…
수위 높은 피칠갑 액션 리얼함 더해



‘언더커버’ 장르는 매력적이다. 우리는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작전을, 작중 인물 대부분이 전혀 알지 못한다는 데서 유발되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잠입 첩보활동이 발각될 듯한 상황이라도 마주하면 높아진 몰임감으로 인해 스릴은 배가된다.

언더커버 장르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홍콩 영화 ‘무간도’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2년 개봉한 ‘무간도’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배우 류더화(유덕화)와 량차오웨이(양조위)가 뛰어난 연기 합을 맞췄다. 여기에 ‘경찰에 잠입한 조직원’과 ‘조직에 잠입한 경찰’이라는 쌍방향 스파이 구조로 흥미를 자아냈다. 이후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2006)가 탄생했는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맷 데이먼이 출연하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각색상·편집상을 받았다.

국내 작품으로는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가 독보적이다. 배우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을 앞세운 박훈정 감독의 영화 ‘신세계’는 박성웅 등을 스타로 새롭게 발돋움하게 만들었고 각종 명대사와 명장면을 쏟아내 많은 이의 ‘인생작’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이정재는 자신이 연출한 첫 번째 영화 ‘헌트’에서 언더커버 소재를 다시 한번 변형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제한된 상영시간을 통해 긴장감을 부여할 수 있고, 범죄나 누아르 장르적 특수성으로 표현 수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탓에 주로 극장용으로 제작됐던 언더커버 장르는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시간을 거치며 영화계의 점진적 쇠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급성장 영향으로 점차 드라마 형태로 그 영역이 확장됐다. 2021년 넷플릭스가 선보인 8부작 시리즈 ‘마이 네임’도 이러한 상황을 보여 주는 주요한 작품이다.

아빠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부친이 몸담고 있던 범죄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 ‘마이 네임’은 이후 지우가 조직의 스파이로 경찰에 잠입하는 모습을 그려 낸다. ‘마이 네임’은 1차원적 언더커버의 틀에서 벗어나 진일보한 형태의 새로운 서사를 겹겹이 나열하며 차별화를 구축했다. 특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잠입 액션 누아르를 여성 캐릭터가 이끌었다는 점에서 더욱더 크게 주목받았고, 특히 주연을 맡은 한소희는 기대 이상의 액션을 소화하며 화제가 됐다.

이러한 ‘마이 네임’의 바통을 이어받아 최근 공개된 작품은 디즈니+ 시리즈 ‘최악의 악’이다. 배우 지창욱이 경찰 신분이면서 범죄조직인 강남연합에 잠입해 수사하는 ‘박준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그와 밀접한 호흡을 맞추는 강남연합 보스 ‘정기철’ 역은 배우 위하준이 소화했다. 넷플릭스의 역대급 히트작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위하준, 다양한 국내 작품에 출연하며 글로벌 팬덤이 두꺼운 지창욱의 만남은 그 자체로 글로벌 OTT에서 탐을 낼 만한 조합이다. 영화가 아닌 OTT라는 플랫폼이었기에, 오히려 가능한 캐스팅이다. 

‘최악의 악’은 주연배우 라인업 외에도 기존 작품과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대체적으로 무겁고 진득하게 묻어나던 기존 언더커버 장르의 영화와 달리 ‘최악의 악’은 좀 더 트렌디하게 변모했고 인간적인 부분이 강조됐다. 특히 한국 드라마의 특징적 단골 소재인 ‘남녀의 삼각관계’를 깊게 삽입한 것은 시청자의 호불호가 갈릴 정도로 나름의 충격적(?) 변화다. ‘범죄조직에 잠입하고 보니 보스의 첫사랑이 내 아내?’라는 아침 드라마급 충격·파격적 서사를 안은 채 긴 스토리를 풀어낸다.

이는 확실히 영화에서 드라마의 플랫폼 이동이 일궈 낸 변화다. 앞서 언급했던 ‘마이 네임’ 역시 극 후반부 갑작스러운 러브라인 발동과 연인관계 빌드업이 빠르게 전개돼 일부 시청자를 당혹스럽게 만든 이력이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OTT의 특성상 TV보다 몇 단계 높은 수위를 담아낼 수 있기에 영화의 전유물에 가까웠던 피칠갑 액션의 잔혹함과 리얼함보다 더한 장면들이 여과 없이 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무간도’와 ‘신세계’, 그리고 ‘마이 네임’과 ‘최악의 악’으로 다양하게 뻗어 나간 언더커버 작품이 앞으로 또 어떤 제작진·플랫폼과 결합해 새로운 맛을 보여 줄지 벌써 기대되고 궁금하다.

필자 박현민은 잡식성 글쓰기 종사자이자, 14년 차 마감 노동자다. 가끔 방송과 강연도 하며, 조금 느릿하더라도 밀도가 높은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나쁜 편집장』을 포함해 총 3권의 책을 썼다.
필자 박현민은 잡식성 글쓰기 종사자이자, 14년 차 마감 노동자다. 가끔 방송과 강연도 하며, 조금 느릿하더라도 밀도가 높은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나쁜 편집장』을 포함해 총 3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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