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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나라슈퍼 사건 다룬 ‘소년들’, 정지영 감독·설경구…실화가 주는 강렬한 메시지 담다

김민정

입력 2023. 10. 24   14:49
업데이트 2023. 10. 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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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허성태, 유준상, 진경, 염혜란, 설경구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소년들’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허성태, 유준상, 진경, 염혜란, 설경구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소년들’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으로 불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소년들’이 베일을 벗었다. 영문도 모른 채 한순간에 살인범으로 지목된 것을 시작으로 17년 만에 무죄가 입증되기까지 세 소년의 삶에 새겨진 주홍글씨와 그 안에 가려진 사건의 이면을 뜨겁게 담아냈다. 특히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정지영 감독의 신작으로 믿고 보는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소년들’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이 참석했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번 영화는 1999년 전북완주군 삼례읍에서 발생한 이른바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소재한 실화극이다. 2007년 발생한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룬 ‘부러진 화살’(2012),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사건을 담은 ‘블랙머니’(2019) 등 실화극을 선보여온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정지영 감독, 설경구, 유준상이 2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소년들’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CJ ENM
정지영 감독, 설경구, 유준상이 2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소년들’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CJ ENM

정 감독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건이지만 보통 ‘이런 사건이 있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나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 사건 만큼은 그렇게 지나가면 안 될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세 소년이 감옥에 가는 데 무의식적으로 동조한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나는 작품의 극적 장치를 만드는 사람”이라며 “이 영화에서도 사실대로 가면 ‘황준철’이라는 인물은 나올 수 없다. 근데 한 사람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황준철’이라는 인물을 만들었다. 캐릭터를 통해 사건의 심각성을 전하되 뼈대를 흐트러트리거나 왜곡시키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작품에서 설경구는 우리슈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삼례나라슈퍼) 사건에 대해서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고 있었고 저 역시 그 순간에 분노하고 화나고 했지만 흘려보냈던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황준철은 이 사건과 무관한 캐릭터인데, 저를 통해 사건을 정확하게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준상은 우리슈퍼 사건의 범인으로 소년들을 검거한 전북청 수사계장 ‘최우성’ 역을 맡아 관객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악역으로 변신했다. 유준상은 대사 톤부터 헤어스타일, 상대를 대하는 태도까지 색다른 변화를 모색하며 캐릭터를 완성했다. 유준상은 “영화를 시작하면서 많은 자료를 검토했다. 악의 명분을 정확하게 고민하고, 특히 17년 후의 모습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털어놨다. 이어 “최우성은 악의 화신이거나 악의 축이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며 “이런 악인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악행을 저지르는 걸 표현해 보고 싶었다. 악의 축이 아닌 사람이 어떻게 변하게 되고, 악행을 악행이라 생각하지 않고 믿어 가는지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를 관람한 후 눈물을 쏟았다는 유준상은 “저도 영화를 보고 너무 많이 울었다. 제가 한 거라고는 안 믿길 정도로 너무 많은 감동을 받아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진경, 허성태, 염혜란이 2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소년들’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CJ ENM
진경, 허성태, 염혜란이 2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소년들’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CJ ENM

 

진경은 우리슈퍼 사건으로 사망한 할머니의 딸이자 유일한 목격자 ‘윤미숙’ 역을 맡아 호소력 짙은 연기를 보여주고, 허성태는 유일하게 ‘황준철’을 끝까지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박정규’로 분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친근하고 유쾌한 매력을 발산한다. 염혜란이 재수사에 나선 ‘황준철’을 지지해 주는 아내 ‘김경미’ 역을 맡아 설경구와 리얼한 부부 케미를 발산하며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진경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고 했다는 것에서 바람직한 인물이지 않나 생각한다”며 “나라면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 생각했다. 무엇보다 외적인 부분보다는 그 인물의 진심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존 인물을 토대로 만든 역할. 진심과 닿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악역이 아닌 조력자로 활약한 허성태는 “악역이 아닌 역할은 처음”이라며 “정지영 감독님과 설경구 선배님 등 모든 분이 마음을 열어 주셔서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노는 기분으로 촬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스스로 ‘흥행 요정’이라고 칭한 염혜란은 “‘소년들’도 흥행이 되면 행복할 것 같다. 설경구 선배님과 호흡을 많이 맞출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하면서 떨리고 부담이 됐다. 다시 만나면 더 잘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저도 이 사건에 대해서 대충 알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 사건이 1999년에 일어났다는 것에 놀랐다. 제가 대학교를 졸업했을 땐데 개인적으로 억울한 일은 거의 없어지고 있는 시대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편하게 생활하고 있을 때 어느 한 곳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놀라웠다. 이 역할이 보시는 분들과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영화 ‘소년들’은 오는 11월 1일 개봉한다.

취재1  김민정 기자 < mjnews000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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