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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세계 곳곳 뒤져 ‘최저가 명품’ 찾아준다

입력 2023. 10. 06   15:27
업데이트 2023. 10. 0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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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과 기술의 만남, 트렌비

옥스퍼드 유학생 중심 2016년 영국서 설립
구매·배송·검수 모두 책임 ‘100% 정품 보상제’
AI 솔루션 ‘트렌봇’ 자체 개발 …검색·구매 ‘원스톱’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 한정판·희귀 제품 확보 강점


사진=트렌비
사진=트렌비



이번에 소개하는 트렌비는 전 세계의 럭셔리 리테일러(Retailer)들과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고객들을 연결하는 패션 테크 스타트업이다. 전 세계 명품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글로벌 편집숍, 해외 주요 백화점과 아웃렛 등 200개 이상의 웹사이트를 검색해 약 150만 제품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찾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서비스로 폭풍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항공권을 검색해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는 스카이스캐너와 유사한 콘셉트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최저가 명품을 제공한다.

트렌비는 2017년 2월 첫 서비스 개시 이후 약 4년 만에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450만 명, 월 거래액 150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이 줄어들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혹한기라고 일컬어지던 지난해 8월에 35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달을 기준으로 누적 투자금액은 950억 원 수준이다.

트렌비는 재미있게도 한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시작된 회사이다. 2016년 옥스퍼드 대학의 유학생들이 모여 명품 시장에서 만연하게 발생하는 정보의 격차나 지리적 문제로 인한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사항)를 해소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명품 시장에는 여전히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일반인이 구분하기 힘든 수준의 가품, 아직 온라인화되지 않은 수많은 브랜드와 상품들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언어와 가격 정보의 제약 등 많은 문제가 존재하고 있는데 트렌비가 이를 해결하고자 창업한 것이다.

트렌비의 박경훈 대표는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졸업생, 최연소 마이크로소프트 MVP 프로그래머, 한국 최대 규모 개발자 커뮤니티 운영자, 프로그래밍 도서 저자, 앱 개발 스타트업 캠든소프트 대표 등 다양한 수식어로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는데 ‘IT를 활용해 전 세계 최저가 명품을 찾아 주겠다’는 비전으로 명품 산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영국에서 설립된 트렌비는 해외 6개의 주요 글로벌 쇼핑 거점에 자회사를 설립해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해외지사들은 파트너십 확장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가품 검수 역할을 담당하며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는 쇼핑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트렌비의 핵심 경쟁력은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100% 정품 보상제도를 운영하는 점이다. 트렌비는 직접 구매, 직접 검수, 직접 배송까지 명품 구매의 전 과정을 책임짐으로써 이른바 가품(가짜 상품)을 없애고 완벽한 정품만을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문 검수 인력만 40여 명이라고 한다.

인건비가 많이 들지만 일종의 투자 개념이라고 한다. 가품을 없애기 위해서는 숙력된 전문가가 직접 검수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창업 이래 단 한 건의 가품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고 심지어 가품이 판매된 경우 200%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유지하며 고객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면세점이나 명품관에서만 럭셔리 제품을 구매하던 MZ세대부터 시작해 장년층까지 온라인을 통해 믿고 구매하게 된 것이다. 

트렌비의 두 번째 핵심 경쟁력은 인공지능 솔루션 ‘트렌봇’을 자체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렌봇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최저가를 찾아주고 단 한 번의 결제로 세계 각지에 있는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에 직접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모바일로 전 세계 명품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또한 최저가 스캐너는 구매자가 사고 싶은 상품을 올려두면 해당 상품의 가격 변화를 주기적으로 구독할 수 있다. 이미지 스캐너는 구글의 이미지 검색 기능처럼 상품명을 모를 때 이미지로 검색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트렌봇이라는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트렌비의 세 번째 핵심 경쟁력은 한정판 또는 희귀 명품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트렌비는 전 세계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대상으로 정보를 얻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는 제품들까지도 구매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구찌가 전 세계적으로 판매하는 품목이 5000개라면 한국에는 500개만 유통하는데 트렌비는 나머지 4500개 제품의 정보까지 찾아주는 것이다. 현재 트렌비에서 확보한 브랜드는 구찌, 루이비통, 프라다, 샤넬, 에르메스 등을 포함해 5000여 종이며 제품 수는 150만 개 이상이다.

트렌비의 네 번째 핵심 경쟁력은 바로 다른 경쟁사에 비해 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렌비는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지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시장 석권을 위한 로드맵을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다. 해외 지사를 통해 현지 물류센터를 설립해 유럽 지역의 제품 소싱 역량과 가격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운영 중인 정품 감정 프로세스를 해외 각 물류센터에 도입해 가품 우려를 원천적으로 없앤다는 전략이다. 또한 글로벌 앱을 출시하고 일본어 버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국가의 해외 고객이 사용 가능하도록 언어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MZ세대 구매력이 강해지고 명품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명품 버티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트렌비는 MZ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가성비, 가심비, 정품 보장 등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명품은 더 이상 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 길게 줄 서야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앞으로 명품의 온라인 판매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젊은층뿐만 아니라 4050 세대 중년 유저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라이프스타일 조사 플랫폼 에이풀에서 실시한 ‘4060 명품 쇼핑앱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중년이 가장 활발하게 소비하는 명품소핑앱은 27.5%로 트렌비가 1위를 차지했다.

트렌비의 최종 목표는 ‘패션계 아마존’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비싼 명품을 온라인에서 가장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패션 외에 디지털 기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트렌비가 명품의 유통과정에 만연하게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패션회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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