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대개 논리적 구성을 좇아 이러저러하게 마련이다. 조합을 중시해 어울릴 만한 소재들끼리 배열한다. 맛을 해치지 않거나 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한 소재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소재로 보하려는 이유도 있다. 때로 엉뚱한 조합도 이뤄진다. 소갈비에 낙지를 더하고, 민물매운탕에 안심살을 함께 넣는다. 김장 배추에 볼락이나 갈치를 넣고, 새조개 우린 물에 삼겹살을 끓이고, 닭백숙을 ‘멜장(멸치젓)’에 찍어 먹는다. 자극적인 한국 음식과 화이트와인이 의외로 잘 어울리는 미각 경험을 한 적도 있다. 화이트와인은 달콤함과 새콤함의 밸런스가 좋아 양념 맛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혀에 착 감겼다. 오히려 혀를 달래고 순화시키면서 양념을 더욱 맛있게 느끼도록 해 줬다. 놀라운 화합이었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식재료들끼리 만나면 상상하기 어려운 맛의 조화가 이뤄진다. 이런 조합은 우연히 태어나게 마련이다. 그 효시는 고대 동이의 ‘양팡짱위(羊方藏魚)’로 전해진다. 신화적 인물 펑쭈는 주상하요은(周商夏堯殷) 등 여러 시대에 걸쳐 무려 800세를 살았다고 전해지는 ‘장수의 신’답게 음식을 즐겼다. 펑쭈는 54세에 얻은 아들의 안전을 염려해 강에서 낚시하는 걸 엄금했다. 어느 날 아들 시딩은 아버지의 금지령을 어기고 강에서 월척을 낚아 올려 집으로 들고 온다. 아버지에게 적발당할 걸 우려한 아들은 어머니에게 고기를 숨겨 달라고 부탁하고, 어머니는 양의 배를 갈라 그 속에 생선을 숨긴 뒤 쪄서 내놓는다. 집으로 돌아온 펑쭈는 희한한 음식 맛에 탄복하며 자초지종을 듣는다.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일화이기도 하지만, 이 해프닝을 계기로 펑쭈는 이 요리의 마니아가 된다. 이 요리에서 비롯된 글자가 ‘선(鮮)’이다. 글자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양(羊)’과 ‘물고기(魚)’의 조합으로 이뤄진 ‘고운(鮮)’ 맛을 의미한다.
예상치 못한 구성은 비논리적이어서 놀라게 된다. 그것은 마치 1회 초 선두 타자가 갑자기 기습번트를 대고선 질주하는 것과 닮았다. 번트는 대부분 1루 주자를 진루시키거나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구사되는 까닭이다. 주자도 없는 상황에서 그것도 1회 첫 타석에서 번트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 번트가 잘못된 선택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단지 익숙하지 않은 장면일 뿐이다. 그 결과가 ‘세이프’이면 관중은 환호한다. 그때 사람들은 비논리의 신선한 독창성을 만끽하게 된다. 직선보다 곡선, 직설보다 은유, 논리보다 비논리가 소구력 있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다. 파격의 힘을 말함이다. 세상 사는 재미이기도 할 것이다. 하녀의 보석 치장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푸른 천을 터번처럼 두른 채 돌아보는 하녀의 귀에 걸린 진주는 17세기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명화로 만들고 있다.
그런 부조화의 조화를 상상하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이고 보면, 어울릴 거라곤 상상도 못 했던 조합의 놀랄 만한 하모니는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최근에는 홍시를 전분 섞어 끓여 만든 반죽으로 미리 구워 숙성시킨 한우를 감싸서 먹는 경험도 했고, 아이스크림을 얹은 치킨을 만난 적도 있다. 오징어 먹물을 입혀 튀긴 통닭도 봤다. 셋 다 미소가 떠나지 않았을 만큼 엉뚱하고 신선했다. 가히 기존의 질서와 방식을 뒤집는 혁명적 발상이라 부를 만했다. 사물과 사물, 일과 일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런 매혹적인 화학작용이 계속 발생한다. 그러니 함부로 속단하지 말자. 누가 알겠는가? 어제의 라이벌이 오늘 내 손을 들어 주는 경험을 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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