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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발사 태양권계면 지나 성간공간으로 진입

입력 2023. 09. 27   17:11
업데이트 2023. 10. 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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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통신 - 46년째 비행 인류 탐사선 보이저 1·2호 

총알보다 빠른 시속 7만㎞ 이상 속력
다른 행성 중력 이용 연료 소모 최소화
금으로 만든 LP 방식 레코드 탑재
음악·세계 각국 언어 인사말 기록
신순희 씨 “안녕하세요” 목소리 포함

1977년 미국에서 태양계 탐사를 위해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를 발사했다. 보이저 우주선들은 시속 7만㎞ 이상의 속력으로 날아간다.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는 발사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사진은 보이저 1호. 사진=위키백과
1977년 미국에서 태양계 탐사를 위해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를 발사했다. 보이저 우주선들은 시속 7만㎞ 이상의 속력으로 날아간다.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는 발사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사진은 보이저 1호. 사진=위키백과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거리에 비하면 태양계는 대단히 넓은 곳이다. 지구에 있는 도시끼리는 아무리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2만㎞ 정도다. 

서울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의 거리는 비행기를 타고 이틀쯤은 날아가야 할 정도지만, 그래도 2만㎞가 채 안 된다. 그러나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다. 서울~부에노스아이레스의 20배에 가까운 거리다. 최고 성능의 우주선을 타고 날아가도 사람이 가는 데 3일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지구에서 화성까지는 그보다 훨씬 멀어 5000만㎞ 이상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 간 우주선의 속력으로 날아간다면 1년은 걸릴 거리다.

그나마 화성은 지구에서 가까운 축에 속한다. 먼 곳의 예를 들자면 한국 연구팀이 KMTNet 망원경을 이용해 발견한 ‘2022 GV6’ 같은 곳도 있다. ‘거북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이 장소와 지구 간의 거리는 200억㎞ 이상으로 멀어질 때도 있다. 지구~달을 날아간 우주선 속력으로 줄기차게 계속 비행해도 거북이에 도착하려면 장장 400년의 기나긴 세월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런 태양계의 먼 지역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과학자들은 갖가지 기술을 총동원해 이런 먼 곳에도 사람 대신 날아가 주변을 관찰할 수 있는 기계장치를 우주선에 실어 보낸다. 가장 유명한 탐사선으로는 1977년 미국에서 발사된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 두 대의 우주선이 있다.


보이저 우주선들은 시속 7만㎞ 이상의 속력으로 날아간다. 단 1초 만에 20㎞ 이상의 거리를 이동하는 무시무시한 빠르기다. 총알보다 훨씬 더 빠르다. 이런 엄청난 속력을 얻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우주선에 강력한 엔진을 달고 연료를 많이 싣기만 한다고 해서 이런 속력에 도달할 수는 없다. 무턱대고 큰 엔진에 연료만 많이 실어 놓으면 그 무게 때문에 지구에서 떠오르는 것부터 어려워져 버린다. 이래서야 아예 우주로 나갈 수가 없다. 

게다가 이렇게 먼 길을 가는 데는 다른 어려운 점도 많다. 우주선이 날아가다 보면 잘못해 중간에 목성이나 토성처럼 크고 끌어당기는 중력이 센 행성에 너무 가까이 갔다가 그 힘에 휘말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칫 우주선이 그 행성에 추락해 버릴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우주선은 허망하게 박살 날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우주선이 날아가는 방향도 잘 조절해야 한다.

재미있게도 보이저 우주선은 이런 위험을 역으로 활용해 속력을 높이는 교묘한 방법을 사용했다. 우선 보이저 우주선은 일부러 목성 같은 행성을 향해 겁 없이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다 보면 우주선은 곧 목성을 향해 추락하는 것처럼 움직이게 된다. 추락하듯 떨어지다 보면 자연히 속력은 점점 더 빨라진다. 이때 방향과 각도를 잘 조절해 정말로 추락하지는 않고 살짝 비켜 나가도록 한다. 그러면 우주선이 부딪힐 듯하다가 부딪히지 않고 벗어나게 된다.

이렇게 하면 추락하는 힘을 이용해 연료 없이 공짜로 속력이 빨라지게 할 수 있다. 비슷한 원리로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우주선이 움직이는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을 흔히 영어로 ‘스윙바이(swing by)’라고 부른다. 야구에서 헛스윙을 하면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해 스트라이크가 하나 추가될 뿐이지만, 우주선은 일부러 정확하게 맞지 않고 살짝 비켜 나가도록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사용해 추락을 피하면서도 추락하듯 빨라지는 속력을 얻는다.

이런저런 신기한 방법을 총동원해 보이저는 사람이 현재 개발한 모든 기계장치 중 가장 먼 곳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보이저 2호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주변을 전부 지나치면서 자세히 관찰하며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대단히 빠른 속력으로 날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보이저 2호가 해왕성과 같이 먼 곳에 도착한 것은 1989년이 다 돼서였다. 꼬박 12년 동안 밤낮없이 줄기차게 검은 우주공간을 항해한 끝에 겨우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다.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는 발사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최소한의 기능은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두 우주선에 실린 기계는 요즘도 지구와 가끔 통신 중이다.

보이저 우주선에는 ‘골든 레코드’라고 하는 금속판을 하나 붙여 뒀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질되지 않는 재료인 금에다가 중요한 내용을 새겨 먼 세월이 지나도 알아볼 수 있는 모양을 남겨 둔 것이다.

보이저호 동력원인 RTG. 사진=NASA 제공
보이저호 동력원인 RTG. 사진=NASA 제공



한쪽에는 사람의 모습과 지구 위치를 표현한 기호를 새겨 뒀고, 다른 쪽엔 LP 음반을 만드는 방식으로 음악과 사람 목소리를 기록해 뒀다. 골든 레코드는 운이 좋으면 10억 년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몇만 년, 몇백만 년이 흐른 후인 먼 미래에 우주의 아주 먼 지역까지 날아간 보이저 우주선이 혹시 어느 다른 별 근처를 지날 때 외계인이 우연히 살펴볼 확률도 약간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어떤 가수가 남긴 인기곡만 모아 놓은 음반을 보통 골든 레코드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보이저 우주선에 달린 골든 레코드는 정말로 금을 재료로 만든 음반이다. 기록된 음악에는 모차르트나 바흐의 곡도 있고, 미국 가수 척 베리가 부른 ‘자니 비 굿(Johnny B. Goode)’ 같은 유행가도 있다. 그 밖에 세계 각국의 언어로 인사하는 목소리도 녹음돼 있다. 그중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소리도 포함돼 있는데, 국내 일간지의 기사에 따르면 이 목소리를 녹음한 사람은 신순희라는 분이라고 한다.

현재 보이저 우주선은 태양의 영향이 미치는 영역에서 상당히 많이 벗어난 위치를 날아가고 있다. 대략 태양에서 180억㎞ 떨어진 곳까지 방향을 맞춰 날아가게 되면, 태양 때문에 우주에서 측정되는 전기효과 못지않게 태양이 아닌 다른 별에서 비롯된 전기효과의 영향도 꽤나 잘 측정되는 구역이 나타난다. 이런 지역을 태양권계면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보통 태양권계면을 지나면 그때부터 그 공간을 성간공간이라고 부른다. 태양계 중심에 있는 태양이라는 별뿐만 아니라 다른 별의 영향도 받게 되는,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이란 의미다. 성간공간을 영어로는 ‘인터스텔라 스페이스(interstellar space)’라고 하는데, 영화 제목 ‘인터스텔라’ 역시 같은 뿌리에서 나온 말이다.

보이저 우주선들은 이미 2010년대 태양권계면 지역을 돌파해 성간공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태양계 바깥쪽에는 오르트구름이라고 부르는 지역이 있어 작은 돌덩이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기도 하다.


태양계가 넓다는 이야기를 이리저리 풀어놓아 봤는데, 사실 밤하늘의 여러 별을 볼 때 태양계라는 곳은 그래 봐야 식구들끼리 모여 사는 아담한 공간 정도에 불과하다.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그 많은 것 중 태양계 안에 속해 있는 건 달과 행성 몇 개뿐이다. 그 외에 다른 수천 개의 많은 별은 전부 다 그 멀고 멀다는 오르트구름보다 훨씬 더 먼 곳에 떨어져 있다.

필자 곽재식은 다양한 SF 소설과 과학 교양서를 쓴 작가이자 숭실사이버대 교수다.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필자 곽재식은 다양한 SF 소설과 과학 교양서를 쓴 작가이자 숭실사이버대 교수다.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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